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1

2021-05-02 / Round 03: 포르투갈 그랑프리 - 1포인트를 노리는 태도

p 2021. 5. 6. 00:18

포르티망, 알가르브 서킷에서 열리는 포르투갈 GP입니다. 지난해 F1 캘린더에 처음 들어와 은근슬쩍 이베리아 반도 백-투-백으로 자리잡았네요. 고저차가 뚜렷하고 블라인드 코너가 곳곳에 있는데다 바람 영향도 많이 받는 곳같던데 그런 것치고는 서킷 레이아웃이 너무 까딸루냐를 닮아서 그런지 기대만큼의 재미는 없습니다. 재미 여부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지만 - 주관적이죠 아무래도 - 특징 잡아 이야기하려면 이걸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하지, 싶어지는 GP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포르티망이 거기 속하는 것 같아요. 

포르티망을 앞두고 몇 가지 발표가 있었습니다. "스프린트 퀄리파잉" 합의가 큰 소식이었죠. 스프린트 퀄리파잉이 도입되는 그랑프리 주말은 금요일 FP1 + 퀄리파잉 세션 / 토요일 FP2 + 스프린트 퀄리파잉 (100Km 레이스) / 일요일 레이스 구성으로, 스프린트 퀄리파잉 상위 3인에게도 1위 3포인트, 2위 2포인트, 3위 1포인트를 지급한다는 계획입니다. 1포인트는 시즌 초반이든 후반이든 언제나 소중하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로워지리라 예상합니다. 한정된 예산을 감안할 때 과연 얼마나들 차를 멀쩡히 갖고 올지도 관건이겠습니다. 상세한 얘기는 앞으로 더 나올 것 같지만 일단 FIA 발표는 이쪽에서 확인해보셔요.

 

다른 소식으로는 칼럼 아일롯이 알파 로메오 리저브 드라이버로 확정, 포르투갈 GP FP1 세션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캐나다 GP 취소 및 그 자리 터키 GP 확정 소식도 이 주말을 앞두고 나왔군요. 싱가포르, 일본, 호주와 브라질 GP도 좀 아슬아슬하다는 이야기도요. 아, 이래서 잡담 두드리기를 밀리면 안 돼 .... 

 

FP1 시작과 함께 까를로스 사인스가 피트레인 출구 부근에 뭔가를 흘렸습니다. 무슨 부품이 떨어져나왔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제법 덩어리 크기가 되더라고요? 트랙 리밋 문제는 이번 주말에도 사전 공지가 나올 만큼이었던 것으로 보아 올 시즌 내내 좀 까다롭게 볼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FP1, FP2 모두 무난하게(?) 메르세데스와 레드불 레이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리드했는데 이것도 올 시즌 내내 보게 될 것 같은 풍경이지요. 좀 바뀌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워낙 저 두 팀이 앞서 가고 있다 보니. 알핀이 사키르나 이몰라 때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 준 것도 흥미롭습니다. 스페인 GP가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하긴 여느 때에도 스페인 GP쯤 되면 여러 팀들에서 첫 메이저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는 했지요. 

중계에 잡히는 텅 빈 관중석은 여전히 보기에 낯설뿐더러 초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FP3 시작 후 10분 가까이 지나도록 트랙이 거의 조용했는데, 어느새 다들 달려나와 기록을 내고 있더군요. 트랙 리밋 어겨서 기록 삭제되는 드라이버들이 속출했지만요. 바람 영향이 크긴 했던 모양으로 토요일 세션들도 금요일 못지않게 기록차가 좀 있었던 편입니다. 

퀄리파잉 세션에서도 트랙 리밋 문제가 꾸준했어요. Q1 4분쯤 남긴 시점에서는 p1-p15 격차 0.960초로 제법 촘촘해진 모습이었습니다. 한편 맥라렌에서 란도 노리스는 p2로 Q1을 통과했지만 다니엘 리카도는 0.042초가 모자라 p16 되는 바람에 Q2에서 탈락했는데,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또 있네요. 딱히 트래픽에 심각하게 걸렸던 것도 아닌 것 같았거든요. 0.072초 차로 p2인 차 + 0.042초 차로 Q2 짤린 차 조합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지. 맥라렌만큼은 아니지만 아스톤 마틴에서도 제바스티안 베텔은 p8으로 통과, 랜스 스트롤은 p17 기록하면서 컷오프되어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Q2 진출 커트라인은 p1(1분 18초 722) + 1.075초. 


Q2에서는 예상대로 RBR과 메르세데스는 미디움, 다른 팀들은 소프트로 도전. 페라리도 첫 시도는 미디움으로 나왔습니다. 절반쯤 지나 보니 페라리는 아무래도 소프트 신어야 할 것 같았는데, 미디움의 샤를 르클레르가 소프트의 까를로스 사인스 주니어보다 빨랐으니 또 모를 일입니다(나란히 p6, p7). Q2 막판은 생각외로 얌전해서 p1-p10 격차 1.084초로 Q1 때보다 약간 더 벌어졌고요. Q3 첫 시도 기록들이 영 아니었는데, 트랙 포지션 잡느라 그랬나 싶다가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보다 바람 영향이 더 컸나보다 싶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는 미디움이 더 빠르다고 생각했는지 막판에 다들 소프트로 시도할 때 다시 새 미디움을 신겨 내보냈는데 어째 마지막 시도에서 기록을 더 획기적으로 줄여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폴 포지션은 발테리 보타스에게. 0.007초 차 p1이라 어쩌면 더 각별했겠습니다. 하여간 퀄리파잉 세션은 한 끝 차이니까요. 두 번째 시도고 뭐고 첫 시도 때 깔끔하게 잘 하는 게 중요합니다. 메르세데스 프론트 로지만 트랙 리밋 위반으로 삭제된 RBR의 베르스타펜의 Q3 기록은 보타스의 폴 기록보다 0.139초 앞섰었거든요. 페이스 자체는 RBR쪽이 앞서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레이스 스타트. 늘 어째서 긴장은 나의 몫일까 생각합니다.... L1/66 스타트 전반적으로 깔끔했고 페라리의 사인스가 개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에 속하나 싶은 가운데 보타스가 깔끔하게 해밀튼과 베르스타펜을 리드해 나갔습니다.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알파 로메오가 팀킬을 하는 바람에 라이코넨 리타이어, L2/66에서 세이프티 카 출동. 위치가 위치다보니 정리될 때까지 피트레인을 지나가게 되어서 라이브타이밍 앱에 괜한 핏스톱 카운트가 올라갔습니다. 별 것 아니긴 해도 나중에 체크할 땐 은근히 헷갈린단 말이죠 이런 것들. 

 

L7/66 SC 이후 리스타트에서 보타스가 살짝 느렸던 사이 베르스타펜이 포지션 이득을 봅니다. L12/66 슬슬 차 간격들이 벌어지기 시작해서 누가 먼저 간격 좁히냐가 관건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 L15/66 베르스타펜이 앞차와 1.5초 이상 벌어지면서 금요일과 토요일에 보인 페이스는 어디로 간 걸까 싶었어요. 페레스가 페이스 잘 잡아 나가던 때라 더 눈에 띄었습니다. 저 뒤에서 출발한 리카도는 슬슬 포인트권을 노려 볼 만한 위치까지 올라왔고요. L20/66 해밀튼이 치고 나가면서 레이스 리드. 소프트 타이어로 시작한 드라이버들이 핏스톱을 고려할 때가 되자 더 버티기를 선택하는 드라이버들과 먼저 들어가서 갈아신고 나오는 드라이버들 차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후자였던 페라리의 사인스가 핏스톱을 2.2초로 마무리하면서 페라리 핏크루 재평가의 시간이 왔답니다. 맥라렌은 노리스 3.3초로 핏스톱에서 1초 이상 손해를 보았는데 어떻게 사인스 앞으로 노리스를 보내는 데엔 성공했으니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인 셈입니다.... L26/66 미디움으로 시작했던 페라리의 르클레르가 핏하면서 미디움도 슬슬 끝나 가나 했는데, 그건 그렇고 같은 크루들이 이번에는 3.4초라니 핏스톱의 알쏭달쏭함이란 오래도록 풀리지 않을 모양입니다. L34/66 top 10: 해밀튼, 보타스, 베르스타펜, 베르스타펜, 페레스, 리카도, 알론소, 스트롤, 노리스, 사인스, 르클레르. 이 중 노리스부터 그 뒤만 핏스톱 했던 케이스(....) 미디움으로 출발한 드라이버들이야 그렇다쳐도 소프트로 시작한 아스톤 마틴의 랜스 스트롤의 버티기는 인상적이었어요(스트롤은 L40/66에야 피트인합니다. 벌어 놓은 순위는 안녕....). 

 

먼저 핏스톱을 가져간 베르스타펜이 타이어 웜업 측면에서 이득을 보아 보타스보다 좋은 페이스를 보이며 앞서나가는 와중에, L42/66에서 맥라렌이 리카도를 불러들입니다. 그런데 핏스톱에 4.8초나 걸렸지 뭐예요 그 시점에. 당연히 순위 손해를 엄청나게 보았고 .... 이쯤 되면 크루 문제가 아니라 휠 건같은 장비 문제인 걸까 싶기까지 하더라고요. 맥라렌 핏스톱 문제는 정말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챔피언십 경쟁에서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레이스 막판의 1포인트 경쟁. 
레이스에서 10위 안에 든 드라이버가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하면 1포인트를 더 주는 이 괴상한 룰이 도입된 이후로, 레이스 막판에 우승은 물 건너갔더라도 핏스톱하고 들어와도 포지션을 잃지 않을 만큼 적당히 간격이 벌어져 있으면 한 번 더 핏스톱 가져가고 어떻게든 1점 챙겨오려는 경향 - 소위 '플랜 F' - 이 자리잡았는데요.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도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L50/66까지 페레스가 버티고 있어서 혹시 막판에 들어가서 갈아신고 나와 패스티스트 랩 노리나 싶었는데, L52/66에서 소프트로 갈아신은 걸 보면 역시 그것이 맞았던 모양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새 소프트 신은 RBR의 페레스가 패스티스트 랩 가져가는 게 당연해 보이는 시점이었지요. 배기구 온도 센서 문제로 잠시 출력이 낮아졌던 보타스 차 문제가 해결되자 보타스 페이스도 다시 돌아왔지만, 문제는 그 시점이 L61/66이었어서 남은 랩이 얼마 없어 아쉬웠어요. 제대로 밀어붙인다면 막판 패스티스트 랩 도전은 해 볼 수 있는 정도. 그래서인지 L64/66에서 소프트로 갈아신고 나왔고 예상대로 포지션은 유지, 요는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하느냐 마느냐였는데 - 여기서 RBR이 베르스타펜을 불러들입니다! L65/66. 끝까지 '저도 할까요?' 모드였던 해밀튼도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 랩인 L66/66, 보타스가 그린-퍼플-퍼플로 패스티스트 랩 기록에 성공. 베르스타펜이 그 기록을 갈아찍나 했는데 - 라이브타이밍 앱 상으로는 베르스타펜 퍼플이었습니다 - 턴14 트랙 리밋을 넘기는 바람에 기록 삭제 적용(!), 결국 패스티스트 랩 1포인트는 보타스 것이 됩니다. 흥미진진한 1점 경쟁이었어요. 포디움은 해밀튼, 베르스타펜, 보타스. 

 

스트롤과 페레스의 엄청난 기록

이른바 '햄보막', 맨날 보는 그 이름이 그 이름같은데 그게 맞다고 합니다. 해밀튼, 보타스, 베르스타펜 저 셋이 F1에서 제일 자주 보인 포디움 조합 1위에 빛나게 되었다는 그남들(...)이라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페라리 드라이버보다 더 포디움에서 자주 보이게 된 페라리(*스파클링 와인).

 

메르세데스에서 팀 트로피 받으러 올려보낸 크루는 Kane Hemmant, 일렉트로닉스 서포트 엔지니어라고 하네요. 메르세데스 보도자료에는 이것 꼭 챙겨 주던데 RBR에선 잘 안 챙기는지 구글해도 누가 올라갔는지 찾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팀 사람들은 포디움 가는 게 더 특별할 텐데 다른 팀들도 가게 되면 누가 갔는지 잘 좀 챙겨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운전이야 드라이버가 하지만 차를 만들고 그걸 굴러가게 만들고 가능한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게끔 판단하고 조율하는 사람들 몫도 있으니까요. 

 

드라이버스 챔피언십에서는 해밀튼이 8포인트 차로 리드를 이어 갑니다. 보타스가 4위로 올라온 한편 노리스가 의외로 3위에서 잘 버티고 있습니다. 가슬리가 아직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흥미롭고요. 9위의 에스테반 오콘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 보여 주면 재밌겠습니다(사이 나쁜 프렌치들....).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에서도 메르세데스냐 RBR이냐 싸움인 건 마찬가지인데 다음 GP가 까딸루냐 서킷에서 열리는 만큼 리타이어만 없다면 전반적인 흐름이 포르티망 주말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래도 레이스는 모르는 거니까요, 가 봐야 알겠지요? 

 

하루만에 밀린 걸 다 쳐 내려니 어우 힘들었습니다 ㅇ<-< 그래도 다음 GP 전까지 다 마무리해서 부담이 한결 덜하네요. 이제부터는 정말로 GP 잡담 안 밀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