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1

2021-07-04 / Round 09: 오스트리아 그랑프리 - 외양간 앞마당

p 2021. 8. 16. 03:02

레드불 링 2연전 그 두번째입니다. 타이어 지정은 앞 GP때보다 한 단계씩 더 부드럽다지만 - 지난주 소프트 = 이번 주 미디움 - 큰 흐름은 별 차이 없을 거라는 예상이 일반적이었고 저도 그렇게 보았어요. 연습주행 때 타이어 테스트가 있기도 했습니다만 퍼포먼스나 기록에 영향 줄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FP1에서 메르세데스가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어도 FP2에서 곧바로 리더보드 맨 위 두 자리를 가져간 걸 보면, '어떻게든 하는' 노하우가 있는 것 같지요. FP3에선 다시 RBR의 0.5초 이상 페이스 우위가 돌아왔습니다만은. 

토요일, 메르세데스가 루이스 해밀튼과의 계약 2년 연장을 발표했습니다(=2023년까지). 지난 시즌에 프리시즌테스팅 직전이 되어서야 1년 계약에 합의했던 것과는 달리 일찌감치 계약 문제를 매듭지은 셈인데요. 다른 한 자리 문제는 쉽게 결정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톱 팀 시트 움직임은 싱가포르 GP 언저리쯤, 그러니까 10월 즈음에나 가야 결정되는 일도 꽤 많으니까요.

 

 

시작부터 소프트 꺼내들고 나온 퀄리파잉 세션은 간만에 아슬아슬하게 재미있었습니다. 알핀에서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p3 기록했는데 에스테반 오콘은 p17 기록하며 Q2 진출 실패하는 등 팀메이트간 격차 벌어진 집들이 꽤 있었고요(맥라렌에서도 란도 노리스 p2, 다니엘 리카도 p15로 제법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집은 둘 다 통과하기나 했지....). Q2 진출 커트라인은 p1 +0.728. 그런 걸 감안하면 RBR 두 드라이버의 0.584초 차는 단순히 드라이버 차이라고만 보기엔 역시 크다는 느낌입니다. 

Q2에선 간만에 꽤 재미있는 풍경 - 소수점 아래 세 자리까지 같은 기록 - 도 나왔고요. 혼다 계열 파워유닛 쓰는 집들의 우위가 선명한 세션이기도 했습니다. 윌리엄스의 조지 러셀이 광기에 가까운 주행으로 p10 기록하며 Q3 진출에 성공한 반면에 페라리들은 둘 다 Q3 진출 실패. Q2에서 (고의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알론소 앞길을 막는 아스톤 마틴의 제바스티안 베텔 등등 구경거리들은 꽤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한참 조용하다 시작된 Q3, 폴 포지션은 예상대로(!) RBR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가져갑니다만 p2는 0.048초 차로 맥라렌의 노리스가 가져갑니다. 아주 오랜만에 맥라렌의 프론트 로 스타트. 메르세데스에서는 해밀튼이 p4, 발테리 보타스가 p5 기록했으므로 이 레이스는 RBR에게 더욱 유리해진 셈이죠. 윌리엄스의 러셀이 p9 가져가면서 또 한 번 포인트피니시의 가능성을 내비칩니다. 베텔이 Q2 길막 건으로 3그리드 페널티 받는 바람에 한 칸 더 앞으로 가게 되었으니 더더욱요. 

 

레이스 스타트, 첫 랩부터 SC가 뜨는 접전 속에 알핀의 오콘은 일찌감치 퇴근. 초반 찬스를 메르세데스의 보타스가 잘 살렸습니다. RBR의 페레스가 실수하자마자 바로 치고 올라가는 다른 차들 ... 그러고보니 이번 GP가 페레스 200GP째라던가요. 기념 GP 징크스라도 겪은 모양. 베르스타펜은 거의 날아다니듯 초반을 리드합니다. L15/71 즈음에선 소프트 스타트했던 드라이버들 대부분이 1스톱 가져가 하드로 교체한 상황. 베텔은 의외로 꽤 버티고 있었는데 - 리카도가 베텔 추월하면 아스톤 마틴에서 베텔을 불러들일 것 같다는 예상대로 다음 랩에서 베텔 핏. 

여기저기서 5초 페널티 받는 드라이버들이 나오면서 레이스가 중반에 접어듭니다. 알파타우리의 피에르 가슬리가 오늘의 기차 차장님. 해밀튼과 보타스 사이 페이스 차가 확연해지면서 메르세데스에서 팀 오더가 나오고 - 자리 바꾸자마자 보타스가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했던 걸 보면 그래야 할 상황이 맞긴 했나봅니다. 해밀튼은 L54/71에서 2스톱째를 가져갑니다. 페라리, 특히 샤를 르클레르가 분노의 질주 모드로 무섭게 밟았지만 더 좋은 결과를 가져가는 데엔 실패. 체커드 플랙, 우승은 베르스타펜. 포디움엔 베르스타펜, 보타스, 노리스. 

 

전반적으로 이번 GP에선 RBR은 여유있게 레이스를 운영한 데 비해 메르세데스에서는 (특히 해밀튼 쪽에서) 대미지를 최소화하려는 인상이었어요. 파워 유닛에서 오는 출력 격차를 넘어서기엔 어려운 레이스였습니다. 컨스트럭터스 트로피 받으러 RBR에서 올려보낸 사람이 혼다 쪽 사람인데 그럴 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올 시즌 초의 RBR에서는 거의 매 GP마다 업데이트를 가져오는 느낌인데,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자원을 투자해 리드를 가져가겠다는 의지같지요. 거의 이번 시즌에 모든 걸 거는 느낌? 하반기엔 내년 생각도 해야 할 테니까요. 어느 시점에서 업데이트를 멈추고 내년 준비를 시작할지가 또 다른 포인트. 

 

RBR이 시즌 중 5연승을 기록하면서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기준 44포인트, 드라이버스 챔피언십에서도 베르스타펜이 해밀튼 상대로 32포인트 리드를 가져갑니다. 다음 그랑프리는 실버스톤에서 열리는 영국 GP, 첫 스프린트 퀄리파잉 도입이기도 합니다. 상반기의 크리티컬 포인트가 될 거라 예상했고 정말로 그렇게 되었는데 .... 다음 GP 잡담에서 이어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