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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1

2021-06-20 / Round 07: 프랑스 그랑프리 - 차이를 받아들이는 태도

by p 2021. 8. 14.

트랙 바깥쪽의 혼란스러운 색칠로 유명한 그곳 폴 리카르 서킷입니다. 어쩐지 서킷보다 런오프 부분이 더 넓은 것 같지요. 알핀에서는 프랑스 GP를 앞두고 프렌치 드라이버인 에스테반 오콘의 계약 연장 소식을 알렸어요(2024년까지). 신나는 트랙 리밋 - 넘어가면 기록이 지워지게 되므로 중요합니다 - 알림과, 집집마다 챙겨 온 업데이트들과, 더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 반영이라도 한 듯이 curfew 깨는 집도 나왔어요(*시즌 중 팀당 두 번까지 할 수 있음). 무엇보다 재미있는 곳은 새 파워 유닛을 들고 온 RBR-혼다입니다. 바쿠에서 있었던 타이어 펑처는 타이어 공급사인 피렐리보다 RBR의 과감한 사용 문제도 있었는지 애매한 입장문권고들이 나왔고요. 와중에 알핀은 무슨 고깃집 불판 갈듯 이그조스트를 교체하고 있고 ... 그렇게 폴 리카르 주말 시작. 

 

꼭 무슨 병따개같이 생긴

바쿠도 타이어를 뜯어먹지만 폴 리카르는 더합니다. 런오프 깊이 들어갔다 나오면 못쓰게 되는 수준으로 갈리는 느낌이에요. 금요일 연습주행에서부터 알핀이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고 - 홈 그랑프리인 셈이니 당연할지도요 - RBR 우세, 아스톤 마틴이 의외로 헤매면서 마무리합니다. 메르세데스들은 기록 자체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이었어요. 발테리 보타스의 코너 처리 훌륭했지만 RBR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그보다 미세하게 더 빨랐기 때문에. F1은 소수점 아래 세 자리 싸움인데 FP3 기록에서 RBR이 메르세데스를 0.7초 이상 앞선 건 큰 차이죠. 한편으로 RBR만을 들여다보면 베르스타펜이 팀메이트 세르히오 페레스 대비 약 1초 또는 그 이상 앞선 기록을 내는 건 드라이버 차이뿐만이 아닌 것 같다는 의심도 살짝 남습니다. 그나저나 올해의 RBR, 빠르네요. 직선 구간에서 밟기 시작하면 따라잡기가 어려운 수준. 

퀄리파잉 세션은 시작부터 눈치보기가 심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정말 "한 랩 싸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Q1 남은 시간 14분 언저리에서 알파타우리의 츠노다 유키가 차 뒤쪽을 해먹으면서 사고차량 수습과 방호벽 보수를 위해 레드 플랙 선언. 이후 14분 19초부터 시계가 다시 돌아갑니다. 막상 퀄리파잉에선 알핀이 연습주행 때만큼의 페이스가 안 나오는 편이었고, 엄살 부리던 RBR이 눈에 띄게 앞서나갔어요. Q1 막판에 하스의 믹 슈마허 크래시, 또 한 번 레드 플랙이 선언됩니다. 요새 레드 플랙급 사고가 너무 잦아진 것 같지요. 긍정적으로 보면 작은 사고도 크게 살피는 일이겠습니다만 꼭 그런 것도 아니어서, 복잡한 마음이 됩니다(일단 레드 플랙 뜨면 드라이버랑 마샬같은, 사람들 걱정부터 하게 된다고요). 

Q2에서는 메르세데스가 좋은 미디움 페이스를 뽑아내면서 보타스 p1 - 해밀튼 p2로 리드. RBR에서 페레스에게는 소프트를, 베르스타펜에게는 미디움 타이어를 장착해 내보내 각각 p3, p4를 가져갑니다. Q3 진출 커트라인은 p1 +0.880초였으니 이 범위(?)만 보면 평범한데 최상위권이 대단히 촘촘했던 게 포인트. Q3에선 예상대로(?) RBR 우세, 유일하게 1분 29초대 기록을 낸 베르스타펜이 폴 포지션을 가져갑니다. 

레이스는 비교적 무난하게 시작. 보타스는 스타트에서 조금 더 앞자리를 노려 볼 만 했는데 턴1 위치상 너무 무리하지 않는 편을 선택했던 모양입니다. 알파타우리의 피에르 가슬리가 페라리 샌드위치 - 앞뒤로 페라리를 낀 - 상태로 꽤 재밌게 달리고 있었던 L5/53, 포디움 단골손님 셋이서 패스티스트 랩을 주고받으며 레이스 초반을 이어 갔어요. 10랩도 가기 전에 해밀튼의 타이어 불평이 나온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그렇다고는 해도 열 랩만에 3절까지 나올 줄은 몰랐지요). 맥라렌의 다니엘 리카도는 알핀의 페르난도 알론소에 막혀 L11/53에야 추월에 성공합니다. L15/53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가 피트인 결정, 이럴 때를 보면 의외로 '가장 먼저 뛰어드는 타입'이란 말이에요 르클레르는.

 

일찌감치 하드로 갈아신고 나온 르클레르가 트리거가 되어 피트레인이 부쩍 바빠지고, L19/53 베르스타펜 핏, RBR답게 깔끔한 마무리로 보타스 앞으로 자기들 드라이버를 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온 Hammertime 라디오 메시지와 함께 L19/53 해밀튼 핏. 그러나 베르스타펜 앞으로 나오는 데엔 실패합니다. 살짝 모자랐어요. 핏스톱 델타 고려하면 매우 아슬아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메르세데스가 1스톱 도박을 걸어 본 건 맞지요. 

L30/53 너무 일찍 핏 했던 여파인지 르클레르의 페이스가 처지기 시작합니다. 반면 아스톤 마틴의 제바스티안 베텔은 르클레르가 하드로 소화한 랩 수의 거의 두 배 가까이를 달리면서도 괜찮은 페이스를 내고 있었고요. L32/53에서 베르스타펜이 2스톱 결정, 미디움으로 교체합니다. 2019시즌 헝가로링이나 올해의 까딸루냐에서 메르세데스가 시도해 성공한 그 작전을 이번엔 RBR이 쓴 셈이에요. 레이스 후반에 보타스가 팀라디오로 메르세데스 피트월에 화를 낼 만 했습니다. 아무리 타이어 관리를 잘 한다 한들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요. 그래도 세이프티 카 안 나오고 흘러가 모두가 끝까지 달린 레이스 얼마만인지. 체커드 플랙, 베르스타펜 우승, 해밀튼 p2, 페레스 p3. 

2스톱째를 가져가면서 시간 손해를 보게 되더라도 그걸 뒤집을 수 있을 만한 차와 드라이버가 있었기에 가능한 카드였다 생각해요. 패스티스트 랩도 베르스타펜에게 갔으니 RBR 전략 팀의 승리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쯤에서 보타스가 우승하기를 내심 바랐는데 - 그래야 챔피언십 경쟁이 더 재미있어지니까요 - 결과가 RBR 리드로 이어져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세꼭지별에서 드라이버들에게 사과할 만한 결과였다 해야 하나요. 그래도 어떤 순간들은 굉장하지요. L50/53 상황에 p1-2 격차 1초대까지 따라잡았다든가 하는. 

 

노 포인트로 마무리하게 된 페라리보다야 사정이 낫습니다만 맥라렌의 레이스 결과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페라리가 포인트를 못 가져가게 된 바람에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3위가 되었다는 웃기고 슬픈 이야기. 맥라렌이 그렇게 한 자리 올라왔고, 올 시즌 초반부터 고생이 많은 보타스가 드라이버 챔피언십 5위로 올라온 것 외에는 챔피언십 흐름 자체는 지난 모나코 이후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이어진 편입니다. 페라리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 좋은 결과를 내는 바람에 그게 변수였다면 변수였던 셈. 아스톤 마틴 대비 알파타우리의 우위도 이어지는데 혼다 파워유닛이 올해 정말 잘 나온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엇이 더 있던 걸까요. 다음은 레드불 링 2연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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