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올해 호주 그랑프리가 취소되고, 일본 그랑프리 개최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인 가운데, 해밀튼 커미션의 리포트 발표가 있었습니다. 때맞춰 F1에서도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 기회 및 고용 창출 계획을 알렸고요. 'We Race as One'을 표방하지만 아직도 무릎 뻣뻣한 드라이버가 반을 넘는 이 탈것경주 바닥에서 참 다들 고생이 많겠구나 합니다.
대대적 규정 변경이 있을 2022시즌을 앞두고 해당 내용을 반영한 차량 모형도 공개되었는데 일단 첫인상은 '잘 모르겠다' 정도. 규정변경 목적이야 어떻든 간에 팀들은 또 답을 찾아내겠지요. 로스 브런을 비롯한 F1 관계자들이 규정 빈 틈 공략 최대한 어렵게끔 손을 썼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어떨지는.
아무튼, 마침내 실버스톤입니다. 영국 그랑프리라는 정식 이름 냅두고 그냥 '실버스톤'이라고 부르게 될 만큼 어떤 상징적인 위치에 있는 서킷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말에 실버스톤 서킷을 갖고 있는 BRDC(British Racing Drivers' Club)에서 인터내셔널 피트 스트레이트를 '해밀튼 스트레이트'로 부르기로 해서 올해부터는 지도가 살짝 바뀌었어요. 특정 코너나 구간을 번호보다 별칭으로 더 많이 부르는 곳이니만큼 기억해 두면 중계나 과거 기록들 볼 때에 참고가 될 거예요. 특히나 올해 영국 GP에서 굉장한 사건이 발생해 버린 바람에 다들 턴9 '콥스'는 잊으려야 잊기 힘들게 생겼습니다. :(
작년 실버스톤의 사건사고를 감안해서인지 올해의 타이어 선택은 매우 단단합니다. 스프린트 퀄리파잉이 처음 도입되면서 연습주행 세션이 세 번에서 두 번으로 줄어서 전반적인 주말 일정도 바뀌었는데요. 이번 실버스톤의 경우 금요일 FP1(현지 시각 기준 14시 30분-15시 30분), 퀄리파잉 세션(18시-19시) - 토요일 FP2(12시-13시), 스프린트(17랩 또는 30분; 16시 30분-17시) - 일요일 레이스(52랩 또는 120분; 15시-17시) 구성이었어요. 금요일의 퀄리파잉 세션은 기존에 치러 오던 Q1-2-3 그 방식 그대로고 이것으로 스프린트 퀄리파잉 세션의 스타팅그리드를 정합니다(*이 퀄리파잉의 폴 포지션 획득을 폴 기록에 넣느냐 마느냐로 말이 나오기도). 스프린트 퀄리파잉은 단축한 레이스 포맷 같은 것인데, 팀에서 원하는 타이어 장착하고 100km를 핏스톱 없이 달려 - 실버스톤이니까 17랩 - 이걸 바탕으로 레이스의 스타팅 그리드를 정하기로 했어요. 상위 3인에게는 각각 3, 2, 1포인트씩을 추가 지급하고요. 따라서 Q3 진출자들은 Q2 때 그 타이어로 레이스 스타트한다는 규정도 스프린트 도입되는 GP에서는 예외가 되겠습니다. 줄어든 연습주행, 강화된 파크 페르메 규정들도 그렇지만 타이어 전략 면에서도 복잡해진 셈. 재미는 다른 문제니까 일단은 판단 보류하기로 합니다.
가뜩이나 연습주행 시간도 줄었는데 스프린트 치를 것까지 감안해야 하니, 첫 세션부터 어느 집이든 셋업 미세조정해볼 만한 데이터 뽑기 및 시간 벌기로 바빴습니다. 3연전 후 잠시 쉬기는 무슨, 그 사이에도 여러 팀들이 업데이트를 바짝 준비해 온 모양이더라고요. 그래도 RBR이 눈에 띄게 빨랐어요. 특히 베르스타펜. 놀라울 정도로 앞서갔고, 메르세데스는 좀더 힘내야 할 것 같았고, 맥라렌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외였으며 아스톤 마틴의 랜스 스트롤이나 윌리엄스의 조지 러셀은 마음고생 좀 하게 생겼다- 는 것이 FP1 세션 감상.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다시피 한 (전통의) 퀄리파잉 세션. Q1 그린 라이트와 함께 페라리의 까를로스 사인스와 알핀의 페르난도 알론소를 필두로 다들 빠른 출근 모드였습니다. 아무리 한여름 땡볕으로 달아오른 트랙이어도 현지 시각 18시면 슬슬 식어갈 때니 그랬을까요.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와 RBR의 베르스타펜이 같은 코너에서 실수하는 풍경도 또 한 번...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두 드라이버가 비슷한 실수를 하는 케이스가 종종 눈에 띕니다. 베르스타펜은 Q1에서 딱 한 랩만으로 p1을 기록했는데 약간 2010년대 초반 베텔의 RBR 시절 생각이 나기도 하더라고요. 음, RBR 영감들이 미칠 만 하죠 그런 퍼포먼스는.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이 0.035초 차로 p2.
Q2 진출 커트라인은 p1 +1.266. Q3 진출 커트라인은 +1.197이었는데 상위권 경쟁이 대단히 아슬아슬했습니다. 그 맛에 보는 퀄리파잉 세션이지만서도. Q3에서 해밀튼이 내내 퍼플로 리드하다가 턴 16-17, 그러니까 베일 언저리에서 살짝 삐끗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터 3를 그린으로 마무리, 최종 0.075초 차로 p1을 가져갑니다. (레이스 데이의)폴 포지션은 아니어도 (기존 방식 퀄리파잉 바탕의)폴 포지션은 가져간 만큼 메르세데스 입장에서는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해요. 폴 따면 주는 꼬마 타이어에 폴 대신 스피드 킹이라고 적혀 있는 건 좀 웃겼습니다. :)
7월 17일은 쥘 비앙키의 기일이기도 하죠. FP2에서 샤를 르클레르가 페라리 타고 달리는 걸 중계로 보면서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비앙키 추모 트윗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프린트 및 레이스 대비인지 FP2에선 미디움이나 하드 타이어 위주로 페이스를 보는 팀들이 많았고요. 반대로 소프트를 바짝 돌려 보는 팀들도 보였는데 - 스프린트가 17랩짜리인 만큼 타이어 도박을 걸어 보려는 것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한 세션에서 세 가지 타이어들이 다 나와서인지 30분 가량 지난 시점까지도 드라이버들 기록이 3.745초 범위에 흩어져 있어 뭘 시뮬레이션 중인지 쉽게 어림할 수 없어서 재미있었어요. 막판 5분은 차분한 빙글빙글 모드였어도요.
타이어 자유 선택이 확실히 흥미를 돋우긴 합니다. 스프린트에선 대체로 무난한 미디움을 선택한 가운데 몇몇 드라이버가 소프트를 시도했고 - 스타트에서 알핀의 알론소가 오랜만에 로켓 스타트의 위력을 보여 주었어요. 스타트만으로 p11에서 p5. 첫 랩에서 윌리엄스의 러셀에게 페라리의 까를로스 사인스가 튕겨지는 바람에 순위 손해를 꽤 보았습니다(덧붙여 러셀에게는 3그리드 페널티 확정). 극초반 채플에서 RBR의 페레스가 스핀한 것 외엔, 실버스톤의 스프린트는 해밀튼의 예상대로 기차놀이가 되긴 했습니다만 그 기차 차장이 알론소일 거라고는 누가 예상했을까요. 역시 그랑프리 주말엔 무슨 일이든 일어나게 마련이지요.
스타트를 비롯한 알론소의 침착한 운영, RBR의 훌륭한 페이스(혼다 파워유닛도 유닛이지만 섀시 짜는 실력이 역시 어디 안 가는 것 같지요), 덕택에 메르세데스들은 꽤나 고생을 한 편인데, 해밀튼이 베르스타펜 상대로 스프린트 막판에 바짝 밀어붙여 한 랩만에 3초대 간격을 1.5초 이하로 줄이는 데 성공해서 랩 한둘만 더 있었어도 결과가 다를 수도 있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더라고요. 폴 포지션은 베르스타펜, p2 해밀튼, p3 보타스. 스프린트 퀄리파잉 결과대로 레이스 스타팅그리드가 정해집니다.
그나저나 RBR의 페레스는 스프린트 퀄리파잉에서 리타이어하는 바람에, 평소같은 주말 진행이었으면 p5에서 레이스 스타트하게 될 것을 피트레인 스타트 결정까지 가게 되어 버렸습니다. RBR 하나는 p1 하나는 (사실상 p20보다 더한)피트레인 스타트라니 대체 무엇. 스프린트 통해 눈에 띄는 스타팅그리드 이득을 본 팀은 알핀 정도, 나머지는 대부분 본전 정도를 챙긴 가운데 맥라렌이 한 자리씩 앞으로 가게 되어 그나마 달린 보람이 있었던 정도여서 스프린트가 기존의 그랑프리 주말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엔 일러 보입니다. 이탈리아 GP에서도 진행한단 이야기가 있던데 가 보면 알겠지요.
그리고 마침내, 레이스.
지나고 보니 어떤 징조같은 것이었을까요: 스타팅그리드로 향하는 길에 알핀의 알론소가 러필드 부근에서 스핀합니다. 시작 5분 전 기온은 29도, 트랙 온도 52도로 상당한 고온이었는데 이것보다 선선할 때에도 타이어가 터져나가던 실버스톤에서 과연 타이어들이 버텨 줄지도 좀 불안했어요.
가득 들어찬 관중들 앞에서 포메이션 랩이 이어졌고 레이스 스타트. 페라리의 르클레르가 좋은 스타트에 성공한 가운데 맨 앞에서는 스타트 직후부터 RBR의 베르스타펜과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이 무서운 휠 투 휠 배틀을 벌였습니다. L1/52 러필드 들어가기 전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고, 이어 콥스에서 사고 발생. 이후 르클레르가 레이스를 리드합니다. 옐로 플랙 선언에서 세이프티 카 나오기까지 금방이었죠. 이 시점까지만 해도 콥스가 워낙 사고다발지점이긴 하지만 페널티보다는 레이싱 인시던트 판정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보기에 접촉이 가벼웠던 데 비해 사고가 너무 크게 나서 놀랐고요. 그래도 드라이버가 무사히 걸어나왔으니, 안전 규정 필요성을 새삼 실감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L2/52 콥스 부근 방호벽 보수를 위해 레드 플랙 선언. 차를 수습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전기 문제 때문이었던 듯. 배터리 위험하지요.
사고 상황 자체가 애매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 레이싱 라인을 타고 있었던 해밀튼을 상대로 베르스타펜이 무리하게 방어하다가 튕겨나간 것인지, 베르스타펜 라인이 확실한데 해밀튼이 들이민 것인지 - 양 팀 프린시펄들이 레이스 디렉터 마이클 마시에게 온갖 방법으로 항변하는 모습도 중계에 나왔습니다. 이런 걸 다 보게 되다니 세상 좋아졌죠. 그래도 웬만하면 항의 전에 드라이버 컨디션부터 좀 챙겼으면 좋겠더라고요.
현지 시각 15시 42분 레이스 재개. 스탠딩 스타트 결정, 그 콥스 이후 p1에 올라가 있는 르클레르가 깔끔하게 출발하며 이번에는 다들 안전하게 가려나보다 - 싶었던 것도 잠깐. L4/52 베텔이 러필드 나오는 쪽에서 스핀하고, 크래시는 없었습니다만 최후미로 복귀합니다. 앞서 베르스타펜의 사고에 대해 해밀튼에게 10초 페널티 확정. 베르스타펜이 무리하게 들어온 상황에서 빚어진 레이싱 인시던트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일단은 그렇게 되었어요. 페널티가 나오더라도 5초 정도를 예상했지만 10초라니 좀 센 편이라고 생각해요.
L19/52 즈음부터 속속 핏스톱 가져가는 드라이버들이 나오기 시작한 가운데 L22/52 맥라렌에서 란도 노리스를 불러들였습니다만 6초대 핏스톱이 되고 맙니다. L25/52 알핀에서 알론소 핏스톱을 5.4초대로 수행하질 않나, 앞서 엔진 문제를 호소했던 페라리의 르클레르 쪽 못지않게 다들 자체 페널티를 수행하는 수준.... L28/52 해밀튼이 피트인하면서 페널티를 함께 수행합니다(14.27초). L29/52 시점에서 p5로 복귀한 해밀튼과 레이스 리더 사이는 35.233초. 인터벌 상 해밀튼 앞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던 페라리의 사인스가 12초대 핏스톱을 겪으면서 이쯤 되면 실버스톤만 오면 피트 크루들이 단체로 정신을 놓나 싶을 정도였어요. 복귀한 사인스를 맥라렌의 리카도가 DRS 사용 가능한 범위에서 꾸준하게 방어하는 가운데 - 밀당의 천재 - L30/52 해밀튼이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하면서 리더까지 13.151초차, L32/42에서 12.366초차로 바짝 간격을 줄여 냅니다. 한편 메르세데스의 보타스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타이어 문제로 페이스가 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L40/52 즈음에 해밀튼을 막지 말라는 팀 오더가 나왔어요. L42/52에서 해밀튼이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한 걸 보면 자리 양보해 준 보람은 있었겠다 싶습니다. 제가 양보하는 입장이어도 보내주게 되면 보내 준 그 차는 무조건 잘 해야 조금이라도 덜 섭섭하죠. 계속되는 퍼플-퍼플.
L45/52 보노의 침착한 팀라디오가 해밀튼에게(보노 팀라디오 삑 처리 되는 것 처음 들었습니다). L49/52 르클레르와 해밀튼의 p1-p2 경쟁(한 랩 사이에 1.123 - 0.818 - 0.682로 간격이 줄어드는 뒷차), 리카도와 사인스의 p5-p6 경쟁(8랩 이상 더 쓴 타이어로 더 좋은 페이스 내며 DRS 사용 가능 범위에서 뒷차를 막고 있는 앞차) 때문에 기절할 것 같은 기분으로 레이스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L50/52 해밀튼이 콥스에서 르클레르를 추월하며 레이스 리더 자리를 가져갑니다. 페레스가 포인트피니시하기 어려울 분위기가 되자 피트로 불러들여 소프트 갈아신긴 다음 패스티스트 랩을 가져간 RBR도 굉장했어요. 우리가 못 하면 아무도 못 가져가야 된다 모드라고 해야 할지. 체커드 플랙, 해밀튼 우승, 르클레르 p2, 보타스 p3. 해밀튼이 체커드 플랙 받은 이 때까지도 리카도와 사인스는 아직 섹터 3 지나는 중이었는데 정말 끝의 끝까지 막아낸 리카도 대단했습니다. 명불허전 실버스톤.
이번 실버스톤 첫 랩 사고를 두고 전 F1 드라이버 졸리온 파머는 이 사고가 왜 레이싱 인시던트라고 생각하는지를 설명한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의견이 극적으로 갈리는 수준을 넘어서 인종차별 발언을 포함한 온갖 험한 말들이 오가는 바람에 메르세데스 팀, FIA와 GPDA(*드라이버 조합), RBR을 포함한 다른 팀들이 입장문을 발표할 정도로 상황은 안 좋았고요. 이후 헝가로링 주말을 앞두고 목요일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해밀튼에 대해서는 복잡한 마음입니다.
사고 후 혹시 모를 상태 확인을 위해 병원에 갔던 베르스타펜은 그날 밤 무사히 퇴원합니다. 2주 뒤 헝가로링 참가에 문제 없길 바라는 한편, 아무리 팀 프린시펄들의 기본 자세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시피 하다지만 RBR의 크리스천 호너의 항의는 도를 지나친 느낌이었어요. 메르세데스의 토토 볼프도 만만치 않게 좀스러웠긴 해도, RBR에서 페널티 판정에 대한 재심사를 요청할 정도로 졸렬하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보통은 페널티 재심을 스튜어드들에게 요청할 때는 우리 집에 떨어진 페널티가 너무하다는 걸 바탕에 깔고 가는데, 저쪽 집의 걔가 잘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태도가 항의라는 형식으로 비어져나오는 걸 두 해 연속 보게 됩니다. 흥미로운 포인트이긴 합니다. 그 프로이디안 슬립도 그렇고.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만 RBR에서 증거라고 제출했던 것들 중에 리저브 드라이버 알렉스 알본을 활용해 실버스톤의 그 첫 랩을 재연한 게 있었던 바람에, 리저브 드라이버한테도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메르세데스에서 입장문 외에 이 스튜어드 결정문을 통으로 트위터에 올린 것도 개인적으론 흥미로웠고요.
챔피언십 순위에는 큰 변화는 없습니다만 메르세데스 더블 포디움으로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격차가 4포인트로 줄었습니다. 드라이버스 챔피언십도 1-2위 격차가 8포인트니 헝가로링 결과에 따라서는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 되었죠. 5연승으로 한창 우위를 이어 가던 RBR 입장에선 통한의 패배였겠고, 메르세데스 입장에서는 꼭 해야만 하는 순간에 가져온 우승(과 더블 포디움)이니 여러모로 이번 실버스톤이 올 시즌 상반기의 중요한 변곡점이 된 셈입니다. 사실상 티핑 포인트였을 수도 있겠어요. 더 지나 봐야 명확해지겠지만요.
그나저나 지난해와 올해가 아마 F1 역사상 손꼽히게 빠른 차들이 나온 시즌일 텐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레드 플랙급 사고가 잦은 느낌이라 좀 걱정됩니다. 드라이버들이 차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일이 전보다 늘었는지 그냥 승부욕이 넘쳐 무리하는 케이스가 늘어난 건지. 아일톤 세나의 그 말(“When you no longer go for a gap you’re no longer a racing driver”)을 금과옥조로 여길 자들이 스물이 넘을 게 빤한 이상 쉽지 않겠죠.
중계 중 사고 장면 리플레이/사고 수습 장면 보여주기에 대해서도 두 가지 생각의 줄기가 교차하는데, 하나는 'A) 그걸 꼭 그렇게까지 반복해 보여 주어야 하나'고 다른 하나는 'B) 그래도 리플레이가 나와서 다행이네'입니다. 제 머릿속에선 A+B이되 마음속에선 A>B. A에 대해선 F1 중계를 보셨거나 보고 계시는 분들은 거의 다 공감하실 거라 생각하니 설명 생략하겠습니다. B에 대해서는, 진짜 심각한 사고는 리플레이가 나오지 않거든요. "진짜 큰 사고"의 리플레이는 안 나와요. 나오면 안 되죠. 그럼에도 그런 사고 장면을 '짤'처럼 소비하는 작자들이 있긴 있고 가급적 없어졌으면 좋겠는 부분이기도 하고. 다들 안전운전 좀 해, 를 입이랑 손끝에 달고 삽니다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아직도 있습니다. 헤일로 도입을 괜히 했겠어요? 2022 규정변경도 여러 가지 고려했겠지만 돌려 보면 개선해야 할 면들이 또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실버스톤도 이렇게 끝, 상반기는 이제 헝가로링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그러게 제가 제때제때 두드려 놔야 하는데 밀려서 이제야 두드리고 있지만서도). 점점 더 치열해지는 올 시즌 챔피언십 경쟁은 과연 어떻게 언제쯤 마무리될까요. 7월 중에 챔피언십 매듭지어 버렸었다던 2002시즌인가의 페라리 기록에 새삼 경악하게 되는 여름입니다. :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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