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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스포츠워싱에 대해

by p 2024. 3. 22.

 

영국 의회 귀족원(House of Lords; 상원에 해당)에서 2024년 3월 21일 있었던 스포츠워싱 관련 토론 중 Lord Paul Scriven(LibDem 피어)의 모두발언을 한국어로 옮겨 보았습니다. 혹시나 다른 곳으로 가져가시게 된다면 출처(이 블로그 게시물 링크)를 꼭 밝혀 주십시오. 

 

대괄호로 넣은 부분은 문맥을 고려해 제가 덧붙인 부분입니다. 급히 옮겨서 오역이나 비문, 다른 오류 가능성 있으니 지적해 주시면 감사히 받아 수정하겠습니다. 

 

발언의 정확한 뉘앙스나 토론 전체를 보실 수 있게 의사록 원문 링크를 함께 붙여 둡니다. 

* 원문: https://hansard.parliament.uk/Lords/2024-03-21/debates/E522388B-E1D5-4248-B223-43E762A5484B/HumanRightsSportswashing#main-content

* 포뮬러 원(F1)과 중동 지역의 스포츠워싱, 특히 바레인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래 기사들을 참고하세요.

2021년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sport/2021/mar/25/lewis-hamilton-speaks-out-on-human-rights-before-bahrain-grand-prix

2022년 https://www.theguardian.com/sport/2022/mar/14/you-are-our-champ-prisoner-bahrain-jail-letter-lewis-hamilton-f1

2023년 https://www.bbc.com/sport/formula1/64387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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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매우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되는 문제인 스포츠워싱에 관한 이 토론을 시작하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 모두는 스포츠에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긍정적인 영향력, 자부심과 열정, 자기 계발, 회복탄력성 구축, 팀 정신 함양, 그리고 인간다움의 최선을 다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이면에는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관행, 즉 스포츠워싱이 있습니다.

 

토론에 앞서 저는 스포츠워싱에 대한 저의 시각을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일부 정부가 논쟁의 여지가 있는 행동, 인권 침해 또는 정치적 의제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목적으로 스포츠 행사, 팀 또는 개인을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본질적으로, 이는 스포츠계를 통한 일종의 평판 세탁입니다.

 

이 전술은 어떻게 사용됩니까? 가장 일반적인 수법은 이미지가 실추된 국가가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기 위해 [스포츠에]투자하는 것입니다. 전세계의 관심을 끄는 이런 스포츠 행사는 [개최국]정부가 정치적 억압, 부패나 인권 침해와 같은 문제로부터 관심을 돌려 [개최국에 대한]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 줄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그리고 맥라렌과 바레인 국부펀드 등 유명 스포츠 구단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이미지를 제고하는 정부 기관들도 있습니다. 축구와 F1 업계 일각에서는 자국 내 인권 문제를 스포츠워싱하기 위해 타국이 영국에 기반을 둔 팀에 투자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전략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선수와 계약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데이빗 베컴을 본 것을 기억합니다.

 

스포츠워싱이라는 용어는 2015년에 처음 등장했지만 이것이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파시스트 이탈리아의 1934년 [축구]월드컵이나 나치의 1936년 [하계]올림픽을 보십시오.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서 열린 올림픽, F1 경주를 주최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바레인과 같은 걸프만 국가들, 그리고 최근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에서도 우리는 스포츠워싱을 목격했습니다.

 

최근에는 [스포츠워싱이] 훨씬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매체들이 다양해지면서 전세계에 통일되고 일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가 더 어려워졌지만 주요 국제 스포츠 행사는 여전히 다른 플랫폼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관심을 끌며 주목을 받습니다. 인권 문제와 관련된 과거가 있거나 정상적인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독재자, [전제군주제]왕정 국가들은 스스로 최고의 스포츠워싱 실천가들임을 입증했습니다.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스포츠를 통한 국가 이미지 개선을 위해 2021년부터 총 49억 파운드[약 6조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바베이도스의 GDP와 거의 맞먹는 금액입니다. 바레인 당국은 2036년까지 F1 레이스 개최를 위해 매년 4,100만 파운드[약 830억원]를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 자금의 대부분은 FIFA나 F1과 같은 스포츠 주관 단체에 전달되며, 이러한 막대한 규모의 거래로 조직 구성원들은 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국가들이 [국제적인 대규모]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TV 해설자로 보수를 받은 게리 네빌(Gary Neville)로부터 이 말을 들었습니다. FIFA 월드컵을 통해 카타르의 성소수자들에게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찾아왔나요? 아니오, 돈은 FIFA에 지불되었고 스포츠워싱은 이루어졌습니다. 카타르 내 성소수자 집단의 인권은 [월드컵 개최로]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와 같은 국가에서 스포츠 행사가 개최되더라도 지속 가능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스포츠를 운영하는 조직, [개최지의] 독재자나 왕족들이 그러한 스포츠 이벤트 자체와 관련된 인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을 때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많은 상원의원 여러분들은 FIFA가 카타르[월드컵]에서 OneLove 완장을 금지한 것을 기억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며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 니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스포츠와 정치가 충돌하는 이유를 먼저 명확히 짚어야 합니다. 스포츠워싱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는 이들 때문에 이러한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 아닙 니다. 독재자들과 왕족들이 그들이 저지르는 인권 유린과 반민주주의적 행위에 비춰지는 스포트라이트를 피하기 위해 스포츠 이벤트에 투자하는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워싱 목적의 투자는 정치적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스포츠에 정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스포츠를 운영하는]기관, 팀, 클럽에 보다 엄격한 규칙과 규정을 통해 이러한 정치적 스폰서십 관행에 대처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지해야 합니다.

 

스포츠워싱에 대한 심층적인 사례를 하나 들고 싶습니다. 저는 2018년부터 바레인의 F1 레이스를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걸프만 지역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APPG(all-party parliamentary groups; 초당적 모임) 부의장으로서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합니다. 저는 오늘 토론을 위해 유익한 브리핑을 제공한 바레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연구소(BIRD; Bahrain Institute for Rights and Democracy)를 통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17년 나자 유수프(Najah Yusuf)는 소셜 미디어에 스포츠워싱과 2017 바레인 F1 레이스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후 체포되어 성폭행과 고문을 당한 끝에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나자 사건의 흥미로운 사실은 법원이 판결문에서 구형 근거 중 하나로 F1 개최를 반대하는 그의 소셜 미디어 활동(her activism against it on social media)을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바레인에서의 F1 개최와, 인권을 위해 스포츠워싱에 반대하는 한 개인에 대한 판결이 직접 연결된 것입니다. 국제적 압력으로 인해 그는 조기 석방되었고 이후 저는 나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바레인에서 [F1을 통한] 스포츠워싱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자신과 가족들이 바레인 당국으로부터 경험한 지속적인 학대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는 그가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잃고, 경찰이 그의 가족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것이 포함되며 그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2023년], F1 레이스 도증 바레인 인터내셔널 서킷 근처에서 시위를 벌인 4명이 체포되었습니다. 이들은 협박과 폭언을 겪었고 이후 시위권을 제한하는 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당했습니다. 이것은 F1 CEO 스테파노 도메니칼리(Stefano Domenicali)의 ‘개인은 위협이나 보복 없이 우리 행사에 대해 항의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보장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일입니다.

 

[시위자] 체포 사건에 관해 질문을 받았을 때 F1은 바레인 정부의 거짓 성명을 반복했습니다. 바레인 정부 당국이 이러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뒤에도 F1은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F1 웹사이트의 기록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네 명의 바레인 시민은 올해 F1 경주를 앞두고 추가 보복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시위자 중 두 명인 하제르 만수르(Hajer Mansoor)와 무네르 무샤이마(Muneer Mushaima)는 가택 수색을 겪었습니다. 다른 두 명인 나자 유수프(Najah Yusuf)와 알리 무하나(Ali Muhana)는 경찰에 소환되었습니다. 하제르 만수르의 아들은 영장 없이 체포되었습니다. 이 20세 청년 사예드 하심 알와데이(Sayed Hashim AlWadaei)는 지난달 이루어진 가택 급습 당시 체포되었고, 이후 무단 시 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눈을 가린 채 변호사 입회 없이 고문과 심문을 받았습니다. 그의 체포는 F1 [2024 프리시즌] 테스트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이루어졌고, 바레인 그랑프리를 둘러싼 모든 항의를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구금이 연장된 것도 분명합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F1의 CEO인 도메니칼리 씨에게 F1 레이스와 관련된 잠재적 인권 [침해]문제, F1이 개최지에 대한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에 관해 논의하자는 요청을 수 차례 해 왔습니다. 지난 한 달간 저는 개인적으로 두 차례 그에게 연락해 알와데이 씨의 체포 문제에 대한 개입을 요청했습니다. 체포의 성격과 시기상 그것이 바레인[그랑프리]에서의 시위를 막기 위해 조율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익숙한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도메니칼리 씨는 제가 편지와 이메일을 보냈다는 점조차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건들과 F1의 잠재적 관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그는 저 또는 바레인의 인권 침해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다른 조직과의 논의나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도메니칼리 씨의 오만함, 전문성 부족, 참여 거절로 인해 저는 [영국 상원에서의]이 토론을 통해 F1과 영국에 기반을 둔 기타 스포츠 단체의 관행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F1과 인권에 관한 문제에 관여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스포즈의 명성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는 바레인 당국으로부터 2036년까지 5억 7,400만 파운드의 지원금을 받아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바레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문제를 은폐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과는 무관하다고 여깁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것은 이곳 런던에 기반을 둔 F1의 고위 리더십이 보이는 패턴입니다. 2018년부터 저는 걸프 지역에서 일어나는 F1과 관련된 개별적, 조직적 인권 침해 사건들에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F1은 나자 사건에서도 그 관련성을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바레인]법원이 그에 대한 형량을 바레인에서 열린 F1 레이스에 대한 비판과 구체적으로 연결했음에도 F1은 이와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2018년 저는 F1의 고위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허락받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직접적인 접촉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의회의]동료 의원들이 F1 경주 및 인권 침해와 관련된 잠재적인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것이 무시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번은 F1의 인권 정책을 이유로 [그들이] 나와의 만남을 노골적으로 거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루이스 해밀튼 경과 같은 드라이버들이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용기를 내어, 바레인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같은 곳에서 F1이 개최되는 것이 개최지에 변화를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 확신하지 않는다고 말한 점에 감사드립니다. [*역주: 해밀튼 외 공개 석상에서 관련 발언을 한 F1 드라이버는 아직 없습니다]

 

저의 최근 연락, 2월 14일에 도메니칼리 씨에 보낸 서한과 3월 11일 보냈던 알림(reminder)은 F1이 이들 국가에서 “선의를 위한 힘”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조용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그의 입장에 대해 의견을 나누려는 시도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증거, 실사, 인권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번에도 저는 이 편지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대중 앞에 증거가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F1의 고위층은 무엇을 숨기고 있습니까? 증거와 실사가 실제로 있다면 [그것을 통해]무엇을 보게 될까요?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제가 [바레인의]인권 문제와 [F1의]조치에 대해 확신을 얻고자 하는 동안, 바레인 주재 영국 대사는 소셜 미디어에 글을 게시해 바레인 그랑프리 홍보를 도우며 도메니칼리 씨의 접근 방식을 지지했다는 사실입니다.

 

장관님께 네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째, 스포츠워싱에 대한 정부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정부는 이에 대한 실무 차원의 정의나, 이 문제에 대한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 있습니까? 

 

둘째, 올해 F1 [프리시즌]테스트 기간 동안 20세의 바레인 시민 사이드 하심 알와데이(Sayed Hashim AlWadaei)가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그의 체포와 F1의 관련성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 있습니까?

 

셋째, 의회에 상정된 새로운 법안에는 정부가 언론 소유권과 관련해 이룬 합의처럼 영국 내 [축구]클럽과 팀에 대한 외국의 소유권에 관한 규칙과 의무가 포함될까요? 그렇다면, 이러한 규칙과 규정이 F1과 같은 영국의 외국 지원 기업 및 기관으로 확대 적용되어 인권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실사를 수행하게끔 보장할 것입니까?

 

넷째, 많은 국회의원과 인권 단체를 포함한 이들이 F1과 관련된 스포츠워싱 및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영국 정부와 바레인 주재 영국 대사에게 거듭해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레이스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영국 정부는 외교관들이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잠재적으로 [타국의]스포츠워싱을 돕지 않게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입니까?

 

다른 의원 여러분의 고견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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