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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4

2024-03-24 / Round 03: 오스트레일리아 그랑프리 - 어쩐지 이쪽이 진짜 개막전같고

by p 2024. 3. 27.

제목이 곧 내용 - 이라고 하고 넘기고 싶은 그런 레이스이긴 한데, 그렇게 대충 넘어가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릴 게 뻔하니까 간단하게라도 정리해 둡니다. 2024시즌 세번째 라운드네요, 오스트레일리아 - 호주! - 멜번의 알버트 파크는 제가 F1 보기 시작한 후로 한동안 개막전 자리에 있었던 바람에 이쪽이 진짜 시즌 시작같고 그래요. 한국에서 보는 입장에선 시차도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이고. 유로피안들이 새벽시간대라며 징징거릴 때 어쩐지 깨소금맛이 납니다... 강해지세요 유럽거주자여러분들이여. 한국인들은 말도 안 되는 북미지역 시차도 감수하고 보고 있다고.

 

피렐리의 레이스 프리뷰 정보와 세션별 기록지들과 함께 시작합니다.  

 

시즌 초에 예비 부품 부족 문제를 겪는 집이 드물진 않다지만 이번에 좀 큰 문제가 윌리엄스에서 생겼죠.  프리시즌테스팅부터 이어진 실질적인 중동 3연전 스케줄, 레이스만 놓고 보자면 2주 연속 이어진 일정 후 약간의 시간차 두고 열렸다고는 하나 딱 한 주말 비우고 치른 것이니만큼 팀 입장에선 굉장히 운영하기 빠듯했을 겁니다. 그래도 사건사고 많기로 유명한 알버트 파크에 예비 섀시 없이 오기? 2009시즌 브런GP도 아니고? 싶은 그걸 윌리엄스가 하고 말았습니다. 금요일 두번째 연습주행 때 턴6 부근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알렉산더 알본 차가 심한 손상을 입어 데이터는 고사하고 차 한 대만 가지고 퀄리파잉 세션과 레이스를 치러야 하게 되었어요. 팀 입장에선 지난 시즌 포인트의 80% 이상을 벌어 온 알본을 내보낼 것이냐, 로건 사전트를 믿고 내보낼 것이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 - 어느 쪽을 선택해도 좋은 소리 듣긴 어려웠는데 파크페르메나 다른 여러 가지 고려해 빠른 결정 내렸던 모양입니다. 사전트 차에 알본 태우기. 발표와 함께 엄청나게 비난을 받았고 윌리엄스의 그럭저럭 괜찮았던 팀 평판에도 함께 대미지가 생겼네요. 팀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도 꽤 있긴 했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으론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도. 어떻게 보면 제임스 볼스가 팀 프린시펄 맡은 이래 제대로 도마 위에 올려진 첫 사례인 셈이기도 했네요. 원래 TP는 이럴 때 결정하고 책임지며 필요할 경우 욕도 먹으라고 있는 자리란 점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FP3때 사인스 최고기록은 미디움. 나머지는 모두 소프트에서 최고기록

맹장수술 후 다소 이르게 복귀한 페라리의 까를로스 사인스는 po구직활동wer 끕의 퍼포먼스를 주말 내내 이어갔습니다. 차 타고 내리기도 좀 힘들어보이지 않나 싶었는데 고용불안정이 다 뭔지(물론 농담입니다, 그런 걸 걱정할 입장도 배경도 아니니까요). 메르세데스는 제다에서 겪은 고속 코너 불안정 문제를 좀 잡아오나 했더니 이번에는 직선구간과 저속 코너에서 문제르 겪습니다. 루이스 해밀튼 쪽 셋업 실험으로 힘내보았다고는 하지만 글쎄요. 알버트 파크는 프론트가 잘 잡혀야 유리하다, 는 평이 있지만 후방 불안정 해결 안 된 상태에서는 그거나그거나. 

 

 

 

퀄리파잉 세션은 레드불 레이싱 - 페라리 - 맥라렌 느낌입니다. 사인스가 내내 괜찮았지만 결국 0.270초차로 RBR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폴을 가져가네요. 알버트 파크치고 p1-2 격차가 꽤 난 편 같습니다. 한편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은 오랜만에 Q3 아웃, p11로 2010시즌 이래 알버트 파크 최악의 퀄리파잉 기록(...이 그 p11인가 그랬을 걸요. 여기서만 폴 포지션 8회를 기록했으니 여섯째줄 스타트도 그 드라이버에게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인 것입니다). 맥라렌의 오스카 피아스트리는 p6, 토로로쏘/RB/뭐가됐든의 다니엘 리카도가 기록삭제로 p18. 자국 드라이버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호주 그랑프리답습니다. 

 

RBR의 세르히오 페레스가 퀄리파잉 세션 도중 다른 드라이버 진로방해 문제로 3그리드 페널티, 킥 스테이크/자우버/뭐가됐든의 저우관위는 프론트윙 손상 그러나 동일한 사양의 예비 부품이 없었던 관계로 피트레인 스타트 결정. 알본에게 차를 내어 준 사전트를 제외한 19인만 레이스에 참가합니다. 스타트 자체는 웬일로 깔끔했고, 2스톱 예상되는 레이스였어서 아껴두었던 새 미디움으로 스타트한 드라이버가 대부분인 가운데 중상위권에서는 해밀튼 정도가 새 소프트로 뭔가를 시도해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초반에 치고나간 페라리의 사인스가 좋았고요. 그런데, 

L3/58에서 RBR의 베르스타펜이 브레이크 쪽 문제로 리타이어. 불도 나고 연기도 나고 부품도 좀 뿌리고 굉장했어요? 어찌어찌 자력으로 개러지 복귀는 성공했지만. L15/59에서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이 엔진 문제(로 추정되는 문제)로 리타이어했고 - 그 정도가 레이스의 변수라면 변수였습니다. L29/58 맥라렌에서 피아스트리와 란도 노리스의 자리를 바꾸어줬는데 이것도 바라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겠더라고요. 어떻게 홈GP 맞이한 2년차 드라이버한테 팀메이트한테 자리를 양보하라 할 수 있냐는 심정적 접근과, 다섯 랩 차이나는 타이어(노리스 쪽이 새것)를 가지고 2스톱째의 타이밍을 포함해 남은 레이스를 어떻게 운영해 팀 입장에서 가능한한 많은 포인트를 챙길 것이냐를 놓고서요. 결론만 본다면 그 RBR의(!) 남은 한 드라이버를 뒤에 붙잡아놓고 p3, p4로 레이스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으니 팀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결과일 겁니다. 다만 홈 GP 맞이한 드라이버가 포디움에 올라가 볼 기회를 놓쳤다는 게 (특히나 피아스트리 팬이라면)아쉬울 거고요. 포디움은 사인스, 르클레르, 노리스. 

 

레이스 종료 직후 트위터에 팀별로 간단하게 두드려두었던 타래를 여기에 인용/정리해둡니다. 

 

페라리: 어 혹시 올해는 되나....? 싶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네요. 앞선 두 GP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지울 수 있을 정도의 깔끔함. 여전히 RBR이 빠르긴 하지만 아주 못 꺾을 건 아니다 - 라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선 FOM+리버티미디어+FIA 모두가 프레데릭 바서 앞에 절이라도 하고 싶을 듯? 까를로스 사인스는 마리나 베이 2023에 이어 "RBR 아닌" 우승자로 다시 포디움 꼭대기로 갑니다. 구직활동에 도움 많이 되겠어요. 팀 원투피니시뿐 아니라 패스티스트 랩까지 야무지게 챙기는 데 도움 준 샤를 르클레르도 마찬가지. 페라리가... 된다? 2010시즌인줄;

맥라렌: 노리스 p3, 피아스트리 p4, 현 시점의 맥라렌을 감안할 때 이보다 좋기 어려울 결과입니다. 아직은 어디서나 빠르다고 보기보다는 트랙 성향이나 셋업을 좀 타는 것같긴 하지만 바로 앞 제다에서 불안했던 부분들(직선구간 스피드라든지) 알버트 파크에선 어느 정도 잡아낸 듯해 그 점 반갑고요. 중간의 팀 오더(피아스트리-노리스 스왑)놓고서는 피아스트리 홈 GP였던 만큼 반발 있을 텐데 ...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지른 보람이 있습니다 왜냐면 RBR보다도! 앞에서 끝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포인트는 챙길 수 있을 때 바짝 챙겨야죠. 피아스트리 아쉽지만 p4면 호주산 드라이버 호주GP 최근 10몇년새 최고기록끕 아닌가 ... 잘 될 겁니다 이 코알라청년. 패스티스트 랩도 거의 챙길 뻔 했다고요! 노리스는 어둠의 기록(우승 없이 최다 포디움피니시) 더 쌓기 전에 어여 우승 한 번 챙겨야 되긴 할 듯. 쉽지 않을 거 같아서 문제지만요. 

RBR: 레이스 극초반에 베르스타펜이 브레이크 불 나면서 아웃, 페레스 p5. 페레스한테는 그 차 타고 p5? 소리가 한동안 따라붙겠고 베르스타펜 쪽에선 연승 기록 끊긴 게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글쎄요 아직은 양대 챔피언십 모두 문제없이 리드해낼 것 같기 때문에. 페라리가 변수겠습니다 어머웬일2010인줄. 그나저나 호너는 대체 왜 아직도 팀 프린시펄 자리에 있는지? 

아스톤 마틴: 체커드 플랙 받은 시점 기준으로는 알론소 p6 스트롤 p7. 알론소는 노련하고 스트롤도 할 때는 합니다. 지난 시즌 초반의 강세가 안 보이는 게 아쉽긴 한데 ... 중위권에선 제대로 리드하는 입장일 가능성이. 그런데 마지막 랩 사고가 좀 얘깃거리가 될 만 했습니다 안 좋은 방향에서. 이것은 아래에서 좀 더 이야기할게요. 

토로로쏘: 를 이 순서에 쓰게 된 것은 전적으로 츠노다 영향입니다(츠노다 p8, 리카도 p12). 그러게 왜 츠노다는 큰외양간이나 다른 "톱 팀"시트 후보로 좀처럼 언급이 안 되는지? 리카도는 점점 더 물음표가 붙고 있는 느낌이군요 살벌한 상대평가의 세계. 호너 지지로 그 자리에 있단 이야기 나오는 것까지 여러모로 미묘한 상황입니다. 어쨌든 츠노다가 뭔가 하고 있긴 하다는 것. 

하스: 를 이 순서에 쓰게 된 것은... 글쎄요 새 TP의 영향일까요 늘 성/이름 순서가 헷갈리는 아야오 선생님 뭔가 해내셨는지. 그 하스가 팀 플레이 비스무리가 됩니다? p9 p10으로 무려 더블 포인트피니시 성공. 하위권일수록 1포인트가 소중한데 기쁘겠어요.

윌리엄스: 연습주행 차 박살 문제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관심 대상 되었던 ... 그런데 알본 p11 포인트피니시 실패. 그간 잘 쌓은 좋은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실속은 실속대로 못 챙긴 주말같습니다.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알핀: 엔스톤의 고통은 언제 끝날 것인가. 가슬리 p13 오콘 p16, 그런데 오늘 19대 출발해서 체커드 받은 차 16대였으니 사실상 최하위인 셈입니다. 그냥 느린 건지 다른 문제가 있는지 .... 깊생. 아, 피트레인 나가면서 지시사항 안 지킨 잘못으로 가슬리에게 5초 페널티는 나갔지만 레이스 막판 더 위험한 상황엔 옐로 플랙 후 VSC로 넘긴 레이스 디렉팅 문제도 영 신경쓰이는군요. 

자우버: 핏스톱 때 셀프-페널티수행끕 처리 정말 어떻게 좀 안 되겠습니까 느린 차는  다른 것들에서 문제 생기면 곤란하다. 윌리엄스만큼 치명적이진 않았지만 여기도 부품 문제로 저우가 피트레인스타트하는 문제가 있었고요(파크페르메 깨야 해서). 아우디만 기다리지 말고 잘해봅시다.

메르세데스: 그러니까 메르세데스를 이 순서로 쓰게 된 것부터가 큰 문제입니다 3라운드 치른 시점에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포인트 20점대? 지금장난해? 가 되는 것이죠. 이 집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다보니. 2010시즌에 브래클리 팀이 메르세데스로 간판 단 이래로 거의 최악의 시즌 스타트가 맞을 텐데요 이 2024시즌. 게다가 알버트 파크 더블DNF. 해밀튼이야 엔진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조기퇴근했다 쳐도 러셀의 마지막 랩 턴6 사고는 심각하게 보아야 할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고의 중대함도 중대함이거니와(드라이버 멀쩡해서 다행) '결정적 순간' 대처 문제에서. 차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질뿐더러 그래야만 하는 탈것경주판에서 결정적 순간/기회를 날리는 건 영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러셀에게는 마리나 베이 2023같은 상황이 있었던바람에 "또" 소리 나올 만하다는 아쉬움이. 해밀튼 쪽은 셋업 실험이라고는 하나 당장의 결과가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오고 있으니(특히 토요일) 여기에 대한 아쉬움이 나오는 게 당연해뵈고요. 그나저나 이번 엔진 나감 문제는 불꽃도 연기도 안 보였는데 일단 세웠다-는 점에서 정말 무슨 스위치 끄듯 꺼졌던 건가 싶어서 당황스러운데.. 기계적 문제는 드라이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보니 + 그리고 PU쪽 문제라면 브릭스워스계 PU 쓰는 집은 전부 다 걱정해야할 게 될 수 있다는게; 신경쓰이긴 합니다. 

메르세데스도 메르세데스지만 해밀튼에게는 이번 알버트 파크 2024까지가 데뷔 이래 최악의 시즌 스타트인 셈(2009보다 심합니다, 포인트 요즘기준으로 환산해도 09시즌은 3라운드까지 12포인트 나옴). 09시즌엔 그래도 어떻게 다시 끌어올라갔지만 예산제한이든 뭐든 24시즌은 다소 물음표 남는군요. 이걸 빨리 지우기 위해서라도 브래클리의 여러분들께서 뭔가를 제대로 해주셔야만. 팀 성적이 별로니 또 미디어차원의 흔들기 오질 텐데 내년엔 다른 집 가실 테니 재작년이나 작년만큼의 부담은 없겠어요. 그래도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 아무래도 이 드라이버에게 soft spot 제대로 있는 듯. 

 

레이스 최종 결과 아래 페널티 부분에 14번 차(아스톤 마틴의 페르난도 알론소) 20초 페널티 이야기가 있지요. 해당 스튜어드 결정문 링크를 붙여 둡니다. https://www.fia.com/sites/default/files/decision-document/2024%20Australian%20Grand%20Prix%20-%20Infringement%20-%20Car%2014%20-%20Potentially%20dangerous%20driving.pdf 

이미지는 메르세데스의 2024 호주GP 프리뷰 자료에서. 사용되는 기어 단수/코너 최저속력은 실제 레이스에서와 달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시뮬레이션 기반이니 참고만)

 

마지막 랩 턴6-7 사이, 저기서 사고가 났지요. 앞차는 아스톤 마틴의 알론소, 뒷차는 메르세데스의 러셀. 3랩 남긴 L56/58 상황 라이브타이밍 상황도 참고해보시면 좋겠습니다. 3랩 남긴 시점 러셀 위치는 알론소 +0.483초, 여기에 DRS 전략과 코너링 문제와 ... 여러가지들을 생각해보면 이제 그 마지막 랩의 사고가 여러 면에서 흥미로워집니다. 알론소와 그 앞차, 러셀과 그 뒷차는 10초 이상 간격이 있는 상황이니 사이에 백마커(리더 기준 한 랩 이상 뒤처진 드라이버)아닌 이상에야 다른 변수가 없었어요. 

 

여기에 소위 'DRS 밀당'의 문제가 얹힙니다.

현재 F1에선 DRS 디텍션 포인트 기준으로 앞차와 거리가 1초 이내일 때, 이어지는 DRS 사용가능 구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 가 활용의 기본기(?)지요. 앞차가 디텍션포인트를 앞두고 적당한 시점에 감속한다면 뒷차와의 간격이 줄어들겠죠? 하지만 뒷차 입장에서는 자기 속력이 있으니까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간격을 만들어야만 하게 될 것이고. 간격이 줄어든 김에 뒷차가 앞차를 추월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디텍션포인트를 전후해 간격이 1초 이내가 되기 때문에 DRS구간에서 다시 (좀전까지는 앞차였던)뒷차에게 추월당하는 상황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DRS 구간을 활용한 밀고 당기기도 나오고, 더 심하게는 노골적인 '브레이크 테스트'가 있기도 합니다(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부적절하거나 그래서는 안 되는 시점에서 밟아서 뒷차와의 사고를 유도하는 행동을 가리켜 그렇게들 부르고는 합니다. 이것은 규정 - sporting regulations 쪽 - 에서도 강력히 제재하는 '위험한 운전'에 해당되기 때문에 최대 실격 처분, 그러니까 DSQ까지도 가능한 문제가 됩니다). 

 

알버트 파크 2024 마지막 랩 사고 이야기로 돌아가서. 

러셀이 알론소를 뒤쫓던 상황에서 - 스튜어드 결정문에 따르면, 텔레메트리에서도 이전 랩 동일 구간 대비 100m 이르게 알론소가 브레이킹을 했고 - 러셀이 이에 대처하려 시도하다 순간 컨트롤을 잃고 그대로 그래블 트랩에 빠져 방호벽에 들이받은 것까진 그럴 수 있었는데 - 도로 튕겨져나와 트랙 한복판에 차째로 나뒹굴게 되었습니다. 사고 직후 레이스컨트롤은 해당 구간에 더블 옐로를 선언, 이어서 VSC(버추얼 세이프티 카)발령을 했죠. 제가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왜 레드 플랙 선언을 하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더블 옐로에 VSC로 감속을 강제해도 저 구간을 지날 때엔 이미 충분히 엄청나게 빠르다고요.

 

저 메르세데스의 레이스 프리뷰 자료를 기반으로 아주 거칠게 계산해보면 알버트 파크의 턴6 접근 최저속력은 230km/h입니다. VSC 선언되면 평시대비 30%감속(=70%)이 규칙이죠? 그렇다면 저 턴6부근에 다른 차들이 160km/h수준에서 접근할 가능성 있단 얘기가 됩니다. 물론 매우 러프한 숫자일뿐이고 실제론 그보다 더 감속했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100km/h를 넘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요.사고 직후에 러셀이 레드플랙 띄워야된다고 팀라디오에 다급히 외칠 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랩이니까 체커드 플랙은 받을 수 있게 - 는 무슨. 이후 다시 피트레인으로 들어올 때까지 실질적으로 한 랩을 더 차들이 달리게 되는 거잖아요. 러셀 뒤에 있던 차 10대가 아직 수습되지 않은 사고차량과 부딪히지 않을 확률이나, 사고지점 부근의 차량 파편이나 흩어진 모래, 자갈 같은 걸 밟지 않을 확률은? 아무리 속력 줄인다 한들 앞의 6대도 채 3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사고지점에 접근하게 될 텐데요? 그래도 정말 괜찮았다고 할 수 있는지? 옐로에서 레드로 넘겼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을 굳이 VSC로 처리한 것에 대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마지막 랩이었으니 매끄러운 재시작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을 텐데요. 이 레이스컨트롤 문제가 논란의 중심이 되는 걸 피하려고 알론소에게 20초라는 센 페널티를 매겼다 - 라는 소문도 패독에선 도는 모양이던데(AMuS같은 몇몇 매체가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2021시즌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 제다 2021의 막스 베르스타펜 '브레이크 테스트' 사례는 10초 페널티였지요, 그때는 딱 순위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만큼의 타임 페널티가 편리하게 나왔었으니 p6에서 08 된 알론소나 아스톤 마틴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다 2021 그것은 RBR의 기술 총책임자 에이드리언 뉴이조차 브레이크 테스트가 맞았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더 심각한 사안이죠요. 알버트 파크 2024의 알론소는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부적절한 브레이킹을 한 것에 20초 페널티가 나왔는데 제다 2021의 베르스타펜은 '정말로 위험했고, 접촉사고긴 했지만 사고가 발생했으며, 사고 유발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큼 데이터가 뒷받침해주는' 사례였는데도 10초였다면 그럴 수 있죠. 스튜어드 결정을 뒤집으려면 그 시점에 스튜어드들이 확보할 수 없었던, 반박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새로운 자료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정도 까다롭습니다. 명백한 데이터가 있어도 특정한 방향대로 판정해버리면 어려운 거죠. 아마도 그런 걸 감안해서 아스톤 마틴의 팀 프린시펄 마이크 크랙도 별도의 입장을 낸 것 같은데 그건 또 그것대로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하여간 참 여러 면에서 복잡한 문제입니다.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 아무도 안 다쳐서 그게 제일 다행이고요. 운이 진짜로 좋았기에 망정이지. F1 관련 공식 계정이나 주요 매체 계정들도 레이스 결과 전하기 전에 쾌유를기원합니다 메시지부터 내고 있었을 수도 있다니까요. 

 

하여간 참 어떻게 된 게 매주 '제대로' 넘어가는 게 없는 듯한 2024시즌입니다. 3라운드 마치고 이제 다음은 가을에서 봄으로 자리를 훌쩍 건너뛰어온 일본 그랑프리입니다! 저는 올해도 스즈카에 갈 예정인데 어디 늦여름-초가을에 할 적하고 얼마나 다른지 구경하고 오겠습니다. 저에게도 행운을 빌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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