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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4

2024-05-05(-6) / Round 06: 마이애미 그랑프리 - 적폐 시차와 희로애락과 떨떠름함

by p 2024. 5. 15.

현재 F1 캘린더에 (다시)넣고 싶은 서킷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영암이라 답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장 빼고 싶은 서킷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저는 마이애미입니다. 레이아웃 별로인 데가 어디 한둘인가요 "재미"의 여부는 주관적인 판단이 상당부분 개입하니까 객관적이기 어렵다고도 생각하는데 시차는 정말, 이건, 한국에 살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모든 그랑프리를 일단 싫어하면서 시작하게 된단 말이지요. 브라질의 인터라고스 정도나 예외일까요.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다 챙겨보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사랑하시죠?"도 아니고. 스스로에 대한 짜증을 늘 15%정도 깔고 시작하는 주말입니다 마이애미/몬트리올/오스틴/멕시코시티는. 

 

아무튼 마이애미입니다. 피렐리 프리뷰에서도 track evolution을 레벨 5로 잡을 만큼 주말 진행되면서 트랙 상태/그립이 뚜렷하게 올라오는 곳이에요. 레이스를 위해 따로 지어진 서킷이 아니라 일종의 스트릿도뭣도아닌애매모호한 무엇이기 때문인지 뭔지. 타이어는 무난하게(?) C2 C3 C4 지정되어 있고 비가 오네 마네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몹시 재미없는 버전의 세팡? 날씨도 무덥고요. 그런데 이제 여기다가 스프린트 같은 걸 또 끼얹었단 말이지 ... 여길 캘린더에서 당장 파내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어떻게어떻게 꾸역꾸역 챙긴 건 제다 이후 처음 치러지는 올 시즌 F1 아카데미 두번째 경기가 있었기 때문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F1 얘기만 할 거긴 하지만요. 왜냐면 아카데미 쪽 이야기는 따로 또 한참 해야겠어서. 

 

 

스프린트 주말이다보니 연습주행 딱 한 차례, 이것저것 시험해볼 게 많은 60분간이었는데 -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 차에 클러치 문제가 있었는지 트랙 한가운데 차가 서는(!) 위험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레드 플랙 빨리 안 나왔던 건 한 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해하기 어렵네요. 결과만 놓고 보면 고만고만해보여도 과정/내용은 그렇지 않았다는 맥락을 남겨놓고 싶어서 체커드 플랙 직후의 라이브타이밍 화면도 덧붙여 둡니다. 음, 꽤 혼란스럽긴 했어요 확실히. 

 

맥라렌은 이 스프린트 주말에 차를 새로 뽑아온 게 아닌가 싶은 수준으로 대규모 업데이트를 가져왔습니다. 진짜? 이걸? 여기서? 이만큼이나? 싶은 수준이었는데 오스트리아 2023 이후 이 집은 정말로 도 아니면 모 식의 도박 수준 밀어붙이기를 해 오고 있어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승률이 좋은 편이기는 하나 불안을 해소할 정도는 아닙니다. 

 

스프린트 퀄리파잉은 페이스도 페이스지만 전반적으로 운빨;이 좀 좌우한 면이 크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애초에 비 안 오는 이상 스프린트 퀄리파잉은 타이어 사용도 미디움/미디움/소프트로 제한이 되다 보니 좋게 말해 예상가능하고, 나쁘게 말해 뻔한 세션이 되기 쉽긴 합니다. 이번 마이애미에서도 오버스티어 겪거나 벽 살짝 긁다시피하거나 한 드라이버들 꽤 있었지만 기록이나 순위 문제는 정말로 그 약간의 차이에서 갈리게 마련이라서요, 원래 한 바퀴 기록 승부는 남들보다만 아주 약간 빠르면 되는 것이기도 하고. 맥라렌은 업데이트 대성공인가?! 하고 아주 약간 저를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 이 시점까지 업데이트 적용 정도는 거칠게 말하면 노리스 100 피아스트리 50, 성공적이라 판단하면 다음 GP부터 피아스트리도 100이라는 모양이어서 - 딱 SQ2까지였고 SQ3 소프트 페이스는 매우 물음표였습니다. 그냥 타이어 온도 문젠가? 하지만 미리 나와서 돌려보기엔 연습주행때나 뭐나 소프트 너무 <딱 한 방>상태였던 것 같아서요. 스프린트 주말이라 타이어 물량이 넉넉하기는커녕 평소같은 주말보다 더 빡빡하면 빡빡한 쪽이기도 했고요. 메르세데스의 p11, p12 매우 아쉬운 한편 업데이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도 이해가 갑니다. RBR은 좀 처지나...? 싶다가도 귀신같이 다시 리더보드 꼭대기가 자기들 자리라는 듯 올라가는 거 보면 잘 만든 차는 중요하군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더라고요. 한편 작은외양간 쪽은 츠노다 p15 리카도 p4, 운 작용도 했겠지만 리카도 섀시 교체가 영향이 있는걸까 싶기도 합니다? 하여튼 결과만 놓고 보면 여기저기 재밌어요. 그러나 이 재미가 레이스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이것만으론 안 된다 이 뻐킹시차를 감수해가며 볼 만한 무엇이기는 아직은 쉽지않아뵌다 ........... 상태였으며. 그렇게 시작한 스프린트는: 

보타스 3그리드 페널티, 알본 셋업 변경 후 피트레인 스타트입니다. 첫 랩에 날아가버린 노리스가 너무 아쉬웠던 한편 ... 첫 랩 세이프티 카가 영향을 미쳤다면 미쳤겠어요, 스프린트였어서 특히 더. 하스의 케빈 마그누센에 굉장한 타임 페널티들과 벌점들이 쌓였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마이애미 2024 스프린트도 또 그 외양간과 그 마굿간(중 한 대) 이렇게 top 3, 식이었는데 그 하스의 "팀 플레이"가 그만. 약간의 미심쩍은 부분들도 있기도 했고요. 기록 아래에 팀별 메모를 덧붙여둡니다. 

RBR: 그립이 없네 밸런스가 별로네 별별 말은 다 나왔을지언정 RB20이 현 그리드 최고의 차라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첫랩부터 앞서나가더니 페라리도 잡을 수가 없는 수준. 이 정도라면 챔피언십은 경쟁자가 없는 수준이라 보아도. 그래서 몇 포인트로 드챔컨챔가져가냐의 문제겠어요.

페라리: 르클레르의 놀라운 페이스, 그러나 베르스타펜을 잡기엔 조금 모자란. 사인스의 다소 의아한 페이스, 왜냐면 페레스는커녕 리카도에게도 막혔기 때문에. 체커드 플랙 기준 p5 사인스와 p1 베르스타펜 격차가 15.222초군요. 쉽지는 않겠습니다 페라리의 상반기.

작은외양간:을 여기서 언급하게 되다니??? 리카도 p4. 현재 팀 상태나 뭐나를 고려했을 때 대단히 훌륭한 결과입니다. 마이애미 특성을 잘 노려서 리카도가 사인스 상대 버티기에 성공했단 느낌도 있긴 한데요. 츠노다 쪽은 결과만 보면 아쉬워보이겠지만 p15 스타트였음을 감안하면 이쪽도 좋은 성과.

맥라렌: 첫랩에 날아가버린 노리스.... 아이고 그러게 운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피아스트리 p6. 이쪽도 버티기에 가까운 레이스. 엄청나게 업데이트를 해오다못해 거의 새 차 뽑아온 수준인 주말인데 노리스 완주 실패는 조금 타격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퀄리파잉은 괜찮을지도.

하스: 논란의 "팀 플레이"와 마그누센의 "전략"(트랙 포지션을 돌려주느니 코너/시케인 잘라서 얻은 이득 안고 버티다가 타임페널티 받기). 그런데 팀으로서는 어차피 욕 먹을 거면 포인트 챙기는 게 실속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특히나 중소규모/하위권 팀일수록. 그치만 좋은 소리 듣긴 힘들겠죠.

알핀: 스물 중 둘이 리타이어하고 포인트 챙겨갈만한 팀 드라이버들이 바깥으로 많이 떨궈졌는데 알핀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슬리 p16-p9 했으니까요 마이애미에서 일곱 칸 쉽지않다. 물론 페널티들 영향도 있긴 했지만. 하스랑은 다른 면에서 운영이 아쉽습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페널티라니.

윌리엄스: 사전트 p10! 앗젠장왜때문에스프린트여서!!!!! 그래도 p10. 피트레인 스타트한 알본도 p13. 이러니저러니해도 굉장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윌리엄스들. 포인트도 따라 준다면 좋겠는데 한동안은 쉽진 않겠죠. 그래도포기하지말았으면. 안 할 사람들같지만.

자우버: 저우 p11, 보타스 p14. 이쪽도 꽤 괜찮죠? 알핀하고는 또 다른 면에서 팀 운영 쪽이 여엉이긴 한데 - 보타스하고 사전조율없이 담당 레이스엔지니어를 이번 주말에 급 변경해버렸던 모양이라 - 본-퀄리파잉하고 레이스까지는 지켜봐야 판단 가능할 듯.

메르세데스:를 이 차례에 쓰게 되다니. 물론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업데이트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이었다거나 이 마이애미에서 미디움-하이 다운포스 셋업을(특히 리어 윙!) 하는 바람에 직선구간 드래그 문제로 시간 손해를 왕창 봤다거나. 하지만 그 무엇도 FIA식 억까를 이길 수는 없었다 식의 의심에 가득한 결론이 나오게 만들 줄은. 그런 의미에선 여전히 메르세데스는 메르세데스겠네요. 팀이 아니라 드라이버 쪽이 더 문제인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퀄리파잉 세션의 경우 RBR이나 페라리는 운영 전반에 여유가 좀 있었던 반면, 초반부터 소프트 갈아 써야 했던 집들은 막판에 좀 힘들었다(그래요 메르세데스 이야기예요). 맥라렌의 노리스도 Q2하고 Q3 첫 시도를 미디움으로 해야 했었을 정도. 쉽지 않았죠. 결과만 놓고 보면 대충 팀별로 뭉치는 결과 나왔는데 외양간이 벌어진 사이를 마굿간이 끼어들어갔고 맥라렌들은 기대보단 약간 아쉬웠고 ...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새 차 뽑아온 수준이었는데. 그리고 루이스 해밀튼이라는 드라이버는 정말로 '필요할 때 해 주는 드라이버'이긴 하구나를 또다시 실감한 세션이기도 했습니다. Q2때 그 p3 랩 뭔데(....).


좀 재밌었던 것: 해밀튼 Q2 최고기록이 1분 27초 697 소프트, Q3에선 1분 28초 107 미디움. 거의 0.5초차이인데 여기 큰 몫 한 게 Q2때의 섹터2같았습니다(그 33.635짜리가 그때 찍은 것, Q3때 S2 최고기록은 그 미디움으로 낸 33.893이었고). 소프트 한 세트 더 있었다면 같은 아쉬움 있기도 하지만 그랬다간 Q2 올라가기도 어려웠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이 흔히 그렇듯이 까딱하다간 나와 있는 결과를 두고 하고 싶은 말을 역으로 끼워맞추는 식이 되기 십상이기도 합니다. 가만 보면 탈것경주에서, 특히 드라이버와 피트월의 상황 대응은 지금과 앞으로가 문제지 이미 지나서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아쉬워해봤자다 싶기도 해요. Q2때 맥라렌에서 노리스를 미디움 타이어로 내보낸 데에 경악했지만 그게 팀에서 판단한 최선이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일단은 봤던 것도 있고- 중계로 보는 저와 실제 트랙사이드의 팀 사람들 사이 정보량 차이도 있으니까요 아주 당연하게도. 이 시점까지는 맥라렌의 업그레이드 실효성 문제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맥라렌이 스프린트를 둘 다 완주했으면 모르겠는데 퀄리파잉 결과만 놓고 봐선 애매해서요. 100:50상태에서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면 - 셋업부터 연료나 드라이버까지 변수 너무 많기는 한데 - 0.3에서 0.4초대 페이스 격차라면 역시 좀 애매하지 않겠습니까. 

 

Q3 마지막 시도 때 상당수가 순위를 뒤집을 만큼 기록을 더 올리지 못한 건 좀 의아했습니다, 특히 상위권에서. 이게 좀 뒤집어지거나 섞여야 재밌는데 바람 방향이라도 안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던 것인지? 비가 오지 않는 한 지루한 레이스가 될 것 같았던 그리드 배정 결과였습니다. 날씨나 시차나 뭐나 이럴 거면 그냥 캘린더에서 빼고 세팡 넣으라고 소리가 절로 나오던. 

 

피렐리의 타이어 전략 예상만 봐도 여러모로 마이애미가 이상한 트랙같긴 합니다(그런데 이제 긍정적인 방향은 아닌). 퀄리파잉 세션 때 기록 내려면 사실상 한바퀴짜리;였다시피한 소프트가 저 정도를 버텨준다고? 싶지만, 스프린트 때 츠노다가 소프트로 완주했던 걸 보면 또 모르겠다 싶었고요. 스프린트때는 레이스보다 가벼우니까 - 당장 연료량 차이만 해도 - 이것저것 영향 있을 듯. 초반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할 것 같았어요, F1아카데미에서 애비 풀링이 보여 준 레이스 운영만 봐도 여기선 리더가 달아나버리면 영영 잡기 힘들 수 있겠더라고요. F1에 DRS 있긴 하다지만 그게 왜겠어요 오죽 추월이 나오기가 어려우면 그렇게까지 된 것인지. 그나마도 멀찌감치까지 달아나 버리면 다른 얘기가 되어 버리고. 

 

레이스 전 타이어 잔여분 고려하면 아예 새것들로 M-H나 H-M 전략 두 드라이버 다 가능한 집들은 그리드 앞쪽에선 RBR 페라리 맥라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리스한테 새 소프트 한 세트가 있다?! 그럼 더 미친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었을지도요... 한편, 새것 모자라서 중고들을 써야 되는데 그래서 그게 얼마나 쓴 중고인지가 문제일 집들이 이제 아스톤 마틴하고 메르세데스. 아스톤 마틴은 둘 다 새 하드 없이 중고로만 한 세트씩 있음(대신 또 소프트가 새것으로 있다;). 메르세데스에는 새 미디움과 소프트가 없고 하드는 아예 새것으로 두 세트씩. 작년을 참고하기에도 또 헷갈리는 게 이 마이애미 2024 주말 전반 타이어 닳는 정도나 관리 정도나 레이스 전까지 영 가늠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스프린트 낀 주말이어도 그렇지?? 보면 알게 되기야 하겠지만 짐작은 참 어렵네요. 소나기가 됐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굉장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또 앞쪽은 빤하고 중위권이 카오스한 최근 흐름대로 갈 것 같다- 는 생각을 하면서 맞이한 레이스는, 글쎄요, 역시 그랑프리 주말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나봅니다. 

 

정말로, 무슨 일이든. 

 

 

그러니까 체커드 플랙 직후에 트위터에다가 팀별로 했던 메모를 갈무리해보자면-

 

맥라렌: 와 
여러분 
>마참내!< 
그렇다 이것은 '마침내' 보다도 '마참내'가 어울리는 우승임. 란도 노리스 해냈습니다. 예상보다는 좀 걸렸지, 그래도 포디움 근처에도 못 가보고 커리어 마무리하는 드라이버들 수두룩빽빽한데 1승 쌓은 거 진짜 <업적>이라네. 하여간 이 팀의 롤러코스터스러움은 알아줘야 합니다. 이 규모 업데이트를 스프린트 주말에 갖고온다고요? 도박아니냐? 물론 도박임 그렇지만 함. 됐으니까망정이지(....). 어쨌든 이 팀 팬으로서 이 주말에 건진 즐거움이라면 노리스 우승과 오스카 피아스트리 패스티스트 랩이었습니다. 피아스트리가 막판에 페라리의 까를로스 사인스하고 부딪혔던 거가 없었거나 조금만 더 운이 따랐다면 1-2 피니시도 노려볼 만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렇지만 노리스의 우승이 순전히 운으로만 얻어걸린거냐? 그럴리가요? 체커드 플랙 받았을 때 2위 베르스타펜하고 7.612초 차이가 났다고. 이거 무척 중요한 거예요. 아무리 업데이트했어도 차 차이가 있고 운전자 차이도 당연히 있단 말이야. 경험이 얼마나 큰 자산인데요 F1에서. 우승도 경험이라 해본 자들이 잘 합니다. 소치 2021같은 일 꺼내면서 노리스 이번에'도' 말아먹는거아니냐 같은 악담 한 사람들도 말을 심하게 해서 그렇지 저러다 날릴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첫 우승이야 뭐, 상당수는 운도 좀 따른다고 생각해요(젠슨 버튼의 헝가로링 2006도 유명하죠, 버튼 좋아하지만 그건 하늘이 도왔다 레벨로 완벽한 '단추선생 날씨' 였잖아요? 조지 러셀의 인터라고스 2022도 솔직히 RBR의 베르스타펜이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을 고의로 찍어버리지 않았다면 또 몰랐을 일. 물론 '아무튼 해내는' 드라이버들도 있고 그들은 대개 나중에 멀티챔이 되더이다 베텔의 2008 몬차나 해밀튼의 2007 몬트리올을 보십시오). 그렇지만 우승이라는 게 앞서 말했듯이 운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첫 우승보다 두번째부터가 정말 빡세다고 보는 입장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 처음을 해내는게 너무너무너무너무 부담일 것이기 때문에 ... 특히 드라이버가 50GP 100GP 넘기면 그만큼 기대치나 평가도 왔다갔다하니까... 뭐 아무튼 해냈으니 적어도 드라이버의 심리적 부담은 한결 덜하겠지요. 
페이스 괜찮게 나오니까 맥라렌 쪽 팀라디오들에서도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 집 감자를 우승시키고야 말 것' 분위기가 느껴져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피아스트리한테 (리카도하고)살살해라 SC뜨면안된다 같은 말 ...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그거 진짜로 <팀>이었다고 봐서요 왜냐면 피아스트리가 리드할 때는 또 그쪽을 더 챙겼었거든. 사인스하고 피아스트리 경험차가 얼만데,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하듯이 매끄럽게 운영하던 피아스트리의 레이스 중-후반 운영도 훌륭했습니다. 막판에 SC뜨면 소프트 갈아신고 밟자 같은 이야기를 노리스네 윌 선생님이 하실 때는 아놔이분들이미치셨는지 싶으면서도 짜릿했어요 이 팀은 역시 멘탈-롤러코스터 ... 심지어 레이스 후 기자회견에서 노리스가 친 트럼프 발언을 하는 바람에 이 모든 기쁨을 한순간에 바닥으로 내동댕이치기까지 정말이지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던 ......................... 아 이건 정말, 너무, 다시 생각해도 입맛이 써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RBR: 에이드리언 뉴이의 RBR 퇴사 예정 소식과 함께 시작한 마이애미 주말이었죠? 여전히 RB20는 끝내주는 차임이 분명하나 어째선지~ 알수없이~ 페이스가 덜 나왔던데 여기 영향을 미친 팩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레이스 전까진 베르스타펜이 20초리드로 우승하겠다 같은 얘기 할 만한 레벨이었던 것 같았는데 말이지요. 핏스톱이나 전략 면에서도 흠잡을 데 없었습니다 초반 리드도 나쁘잖았고. 그런데 SC-리스타트 후 갭 벌어지는 게 심상찮았어요? 아무리 베르스타펜이 볼라드(그 트랙리밋 표시용으로 세워 둔 길-말뚝;)를 들이받았다 해도 그렇지 그 정도로 흐트러지나 싶을 정도... 그러고보니 최근 2년 정도는 베르스타펜이 더티 에어 상황에서 달릴 일이 드물긴 했었군요. 어쨌든 체커드 플랙 시점 p1-p2 7.612초는 크다고. 이게 줄어드는 방향이 아니라 점점 벌어지는 방향이었던 것도요. 인터벌 4초대 넘어가면서부터는 무척 신기했습니다 베르스타펜이 느린 드라이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페레스는 RB20의 W15상대 직선구간 우위가 아니었다면 힘들었겠던데요. 뉴이 선생의 탈드불이 뭔가의 도미노가 될지 어떨지 궁금.

페라리: 르클레르 p3, 사인스 p4. 포디움 정도까지는 무난하게 가능해보이는 페이스였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우승은 쪼오끔 힘들어보였는데 이건 시즌 초반을 무리하기보다 단단하게 다지면서 가겠단 방향성의 문제인 거 같았고 - 맥라렌이 미친 거죠 솔직히... 올 시즌 긴데 - 르클레르는 거의 피렐리가 제시한 정석에 가까운 M-H 1스톱 전략으로 갔습니다. 한 랩 최고기록만을 비교해보면 사인스보다 밀리지만 전반적인 운영에서는 르클레르 쪽이 나았다고 봐요. 사인스-피아스트리 휠투휠 배틀이 썩 말끔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물론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는 있음). 이몰라 기대합니다.

메르세데스: 마이애미에 미디움-하이 다운포스 셋업에나 쓰는 큼지막한 리어윙을 가져온 걸 보았을 때 많이들 예상하셨을 것입니다 W15 이번에도 힘들겠구나. 하지만? 해밀튼 p6 러셀 p8. 물론 이 순위만 보면 <또> 싶을 수는 있어요 뭐 그런 결과가 맞긴 하지. 하지만 들여다보면 여전히 흥미로운 구석이 곳곳에 있는 팀입니다 ... 왜 이 그라운드이펙트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이렇게까지 헤매고 있는지가 답이 안 나오지만. 가장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이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주는 드라이버가 있는 한은 재미있게 볼 거 같아요. 그렇습니다 해밀튼은 해밀튼, 명불허전이군요. Q2에서의 그 말도 안 되는 랩이라든지. 레이스에서 지독할 정도로 SC 운이 안 따르는 경향이 어쩐지 꽤 길어지고있는데... 만약 그 SC 타이밍과 핏스톱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져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페레스의 RB20 상대로 보인 운영 좋았어요. 특히 해밀튼이 리스타트 후 막판 2-3랩 남은 수준까지 계속해서 DRS범위안에서 압박하는 것 엄청났습니다. 2025시즌에 빈 자리가 꽤 크게 느껴질 것 같아요. 러셀은 아직 '결정적 순간'에서의 증명이 조금 더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작년 하반기가 너무 많은 신뢰-자산을 깎아먹는 바람에. 쉽지 않은 이번 시즌이겠지만 좋은 마무리들 하면 좋겠습니다. 이번 시즌이 너무 재미없으니까 24경기 중 6경기째부터 이런 말이 나오는군요. 아 참, 햄 경의 여전한 본가 사랑도 어떤 포인트. :) 

작은외양간: 츠노다 p7 리카도 p15. 이래도 츠노다 RBR설이 안 나오는 건 최근 외양간 상태가 별로 안 멀쩡한 것도 있지만 운전하고 무관한 요소들이 작용했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츠노다의 vs 해밀튼 발언들은 항상 뭔가 재미있단 말이죠. 지금의 그리드에서 해밀튼이란 드라이버는 무엇일까요.

아스톤 마틴: 퀄리파잉 최고기록 기준으로 작년 대비 1초 가까이 뒤로가기해버렸던데 이것도 원인을 정확힌 모르겠습니다 팀에서는 뭐라고 했으려나. 알론소 p9, 스트롤 p17. 지난해 초반까지 갈 것도 없이 올 시즌초를 생각해도 갸웃해지는 결과들입니다. 탈드불 인재들 영입 좀 하려나 싶기도 하고. 알론소의 해밀튼 상대 뒤끝 - 대충 햇수로 17년째 지속 중인 - 도 흥미로운 요소... 지금의 그리드에서 해밀튼이라는 드라이버는 무엇일까요(2). 하여간에 재미있긴 함.

알핀: 오콘 p10, 가슬리 p12. 0포인트클럽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 워크스 팀들의 상태가 페라리 빼고는 어째 좀 다들 안 멀쩡하다는 슬픔이 새삼 와닿는. 오콘하고 알론소의 구팀메배틀도 배틀이었지만 바게뜨남들끼리의 현팀메배틀이야말로 너무 너무였던(심지어 레이스 초반이었다고요). 

하스: 마이애미 2024에서 <다들 알고는 있지만 하면 너무 진상이니까 실행에 굳이 옮기지는 않으려고 하는 그거>를 진짜로 해버린 집으로 ... 그러한 "팀 플레이"로 이득을 보... 긴 했으려나요 스프린트에서야 포인트 좀 챙겼다지만 레이스에선 p11 p18이었는데. 그래서 더 스프린트에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페널티란 페널티는 다 수집하며 달릴 기세였던 두 드라이버들 특히 바이킹감자쪽(....). 마그누센 벌점 얼마 쌓였나 가물가물한데 상반기 계속 이런 식이면 하반기에 출장정지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좀 해 봐.;

자우버: 저우 p14 보타스 p16, 이 집의 현 상황이나 뭐나를 생각해보면 좀 심란해지는 한편 내년 시트 한 자리 어쩌려고 이러나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소프트 스타트라는 강수를 두었는데 별 재미는 보지 못했네요. SC가 초반에 뜨길 바랐던 걸까...

윌리엄스: 알본 p19, 사전트 DNF. 순위도 순위인데 DNF가 좀 뼈아프겠습니다 특히나 사전트 시트 두고 별별 말이 다 나오는 상황이어서(안드레아 키미 안토넬리 올려서 앉혀 태운다 등등). 특정한 무얼 탓하긴 어렵겠고 여러 팩터가 얽힌 거 같은데 해결.. 되겠죠? 작년에도 실버스톤에선 했으니까.

 


전반적으로 진짜로 노잼 되어서 이 시차 견뎌가며 볼 만 하긴 한가 그냥 자는 게 낫지 않을까??? 를 예상했던 주말이었는데, RBR들 페이스가 갑자기 애매하게 처지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은 맥라렌이 <마참내>해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우연과 운과 기타등등이 겹쳐야만 가능한것인가 싶어서 또 좀 마음 복잡해지는 것도 있네요. 레이스 외적으로도 마이애미 2024 깔 거 21931801가지 있었어서 더(도대체 트럼프같은 6손님9을 왜 맞이한 거람). 2012시즌 수준은 기대도 않으니 2017-18수준의 경쟁도 바라면 사치인 것인지? 다른 팀들 어여어여 성능 챙겨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예전에 세꼭지별, 그 전의 외양간, 그 전의 마굿간에 했던 것처럼 주최측 차원의 성능-썰기를 지금 외양간에도 해보시든지. 그런데 안 할 거 같잖아요? W15타는 해밀튼 상대로도 스튜어드 동원해 견제-비스무리 하는 모양새가 나오는 판국에. 다른 팀들이 어여 올라와줘야됩니다... 

 

 

그 포스트레이스 프레스컨퍼런스에서 노리스가 실언 - 당사자는 실언이라 생각 안 할 것 같지만 - 하는 바람에 좀 덧붙여 둠. 

이전에도 트위터에서 그런 이야길 한 적이 있긴 해요. "소위 업계에서 '다음 세대'로 띄워주는 운전자들 중에 EU내 소위 극우 계열 정치남들이랑 맞팔이거나, 그남들 팔로 중이거나 한 케이스들 좀 있지 않음? 한쪽에서 BLM 얘기하면 다른 쪽은 white supremacy 꺼내들고 뭐 그런". 여기 내 팀 드라이버도 해당될 때의 거지같은 기분~~~~~ 그래요, 내가 그 100+GP의 부담감이나 뭐나, 내 팀 영 드라이버 프로그램 출신에 대한 팔 안으로굽기 등등을 감안해도 말이야. 도대체가 부끄러움은 알라고 최소한. 알았으면 FIA 포스트레이스 프레스컨퍼런스에서 그런 소리 했겠냐만은 덕택에(?) 길이길이 남게 생겼습니다. 

 

트럼프가 개러지 방문을 요청했다고 받아준 팀은 뭐며, 이걸 거든 리버티미디어하고 F1(+FOM)은 또 뭐냐고요. GP 프로모터조차 선 긋고 싶어했던 거 같은 이 시점 이런 배경 속에서 ㅋㅋㅋㅋ 이야. 정말 'ㅋ' 키를 빼고 뭘 이야기할 수가 없네요. 관련된 링크들도 붙여 둡니다. https://the-race.com/formula-1/why-donald-trump-at-f1-miami-gp-mclaren

F1에서 드라이버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제재가 규정 차원에서 공식화된 게 2020-21시즌 거치면서였지요. 그러니까 F1이라는 거대한 탈것경주판을 운영하는 큰 축에 FOM(운영/상업적 권리 쪽, 여길 인수한 데가 리버티 미디어)이 있고 다른 한 축이 FIA입니다(규정/관리/승인 쪽). FIA는 IOC나 FIFA마냥 우리는 정치적인 조직이 아니며 비영리기구이며 중립적인 - 운운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고. 그런데 미국 대선 시즌에 특정 후보가 방문하는 저런 케이스는 넘어가도 돼? 주최측의 입맛을 거스르지 않는 발언이면 OK도 아니고 - 싶었는데, 이 마이애미 2024 난장판 덕택에 리버티미디어 CEO 그렉 마페이가 트럼프 취임 당시 거기 25만 달러 기부한 작자였다는 걸 엄청 뒤늦게 알게 되었지 뭐예요. https://www.bizjournals.com/denver/news/2017/04/19/john-malone-greg-maffeiliberty-media-among-big.html   

 

일례로. 오스틴 2017 때 “무릎 꿇기”가지고 이야기 나왔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루이스 해밀튼이 준비했었다던 콜린 캐퍼닉 헌정 헬멧 막은 '높으신 분들' 글쎄 누구였을까. 무릎 꿇기 참여할 것 같다고 까는 사람들, 안 할 거 같다고 까는 사람들 다 엄청나긴 했었지요. 그런 맥락들이 있었으니까, 2020시즌 “We Race the One” 운운할 때 그 첫날이었던 오스트리아 2020 때 해밀튼이 팀에 말 안 하고 따로 BLM 티셔츠 챙겼던 것일지도(이후엔 팀으로부터의 지지 받았다고는 하는데. 인용한 인터뷰 대략 30분께부터 참고 https://m.youtube.com/watch?v=AyiWKXTd9aY&t=1731s 그 메르세데스에서조차 반발이 있을까 두려웠다고 할 정도면 당시 패독 분위기 알 만 하죠).

 

헝가로링 2021 “무지개” 사건도 있습니다. 개최국의 “정치적 사안”에 대해 당시 제바스티안 베텔이 목소리 내니까 이것을 황당한 방식으로 제재했는데, 단순히 판만의 문제였던걸까? 결국 그 판을 만드는 구성원들도 존나 존나 문제 많았던 게 아닐까??? 알고 있었지만 나도 애써 피하려던 거 아닐까 진짜 별 ... 싶어지면서. 호너 사건이 현재진행형인 와중에 제다 2024때의 실망스러운 발언들이라든지 정말 이게 다 뭐냐 싶었다고요.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가 스포츠로써의 진정성 - autheniticity 말고 integrity - 스스로 내팽개치는 꼬라지로도 모자라,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팀에서 커리어 첫 승 거둔 선수한테서 <저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를 확인하는 순간? 그래 그런 동네긴 하지 그래도 정도라는 것이 있잖아???? 세상 돌아가는거 모르지 않을 거면서 - 노리스 인터넷 많이 하는 거 모르는 사람? - 저런 프레스컨퍼런스 자리에서 저런 발언 하는 건 순진함이나 멍청함으로 넘어갈 사안은 아니죠. 부유한 1세계 백인 남성 특권을 다각도로 면전에 들이밂당한 기분이라 대단히 불쾌했습니다. 뭐 저야 잠깐 불쾌해하고 끽해야 좀 속상해하고 그러다 말겠지요, 하지만 커리어 첫 우승에 저 친트럼프 발언은 끝까지 흠결로 따라붙을 거예요, 뭐 어쩌겠습니까 자업자득인 것을. 그리고 다시는 예전처럼 저 드라이버를 좋게 보기는 어렵겠다 정도.

 

어쩌면 이걸 너무 오래 봤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요. 이걸 두드리면서도 주말에 이몰라 챙겨 볼 생각을 하고 있는 저도 참 저죠, 이 칙칙한 매혹에 너무 빠져 있는지도. 그 와중에 아직도 일말의 기대라는 것이 남아있는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게 무엇인지도 생각해보는 수요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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