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9 / Round 12: 벨기에 그랑프리 - 기대하던 것과 기다리는 것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여름 휴식기를 지나 시즌 하반기가 시작되었어요. 하반기 첫 그랑프리인 걸 고려해도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는 이미 확인하셨겠지만 안전 문제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고 - 나올 수밖에 없었고 - 지연에 지연을 거듭한 끝에 포인트 절반 지급으로 마무리된 레이스가 그랬지요. 스파프랑코샹에서 열리는 벨기에 그랑프리를 참 좋아해서 여러모로 복잡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멋진 레이스는 다른 해에 또 보면 되니까요.
레드불 레이싱의 세르히오 '체코' 페레스가 둘째 드라이버 자리 계약을 연장했다는 소식이나 페르난도 알론소의 알핀 계약 연장, 메르세데스의 내년 드라이버 라인업 결정 문제가 대충 뒤로 밀릴 정도의 ... 카타르가 캘린더에 들어온다는 소문과 함께 캘린더 재조정도 있었고, 로렌스 스트롤 - 토토 볼프의 내부 정보 기반 거래 의혹도 있었습니다만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만한 큰 반향은 없었습니다. 후자는 꽤 궁금했는데 FT와 로이터 기사로 봐서는 그냥 의혹 레벨로 그친 것 같아요.
믿거나말거나 탈것경주 바닥에는 기념 그랑프리 징크스 - 생일이나 다른 기념할 만한 일들이 겹치면 왠지 레이스 주말이 잘 안 풀린다는 - 가 있다보니 이번 벨기에 그랑프리를 앞두고 챙기고 싶으면서도 말하기는 약간 주저하게 되는 부분들이 좀 있었기도 했어요. 맥라렌에서는 다니엘 리카도가 F1 커리어 200GP를 맞이했습니다. 란도 노리스와 윌리엄스의 조지 러셀의 50GP이기도 했고요. RBR-혼다의 50GP째이기도 했고, 토요일은 메르세데스의 발테리 보타스 생일이었죠. 하스의 믹 슈마허에게는 부친 데뷔 30주년(네 그 미하엘 슈마허....)이기도 합니다.
하반기 첫 GP다 보니 새 엔진 얹은 집들이 여럿 있었어요. 언제나처럼 기록지들과 함께 마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유서깊은 곳답게 코너 번호 대신 이름으로 불러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걸 넘어서서 번호로 이야기하면 헷갈리는 수준이므로(....) 올해 서킷 맵에 구간 이름들을 메모해 두고 주말 내내 잘 썼습니다. 참고를. u_u
비 예보가 있긴 했지만 워낙 날씨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스파프랑코샹인 만큼 쉽게 판단 내리기는 어려웠는데요. 일단 첫 번째 연습주행 세션은 기온도 트랙 온도도 무척 낮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12.6도 / 15.6도). 바람이 그나마 덜 부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 그래도 이 때까지만 해도 비가 그리 심하게 오는 것 같지 않았고, 노면도 그렇게까지 젖어 보이지는 않아서 빗길용 타이어를 쓰긴 쓰겠지만 누군가는 마른 길 용을 꺼내다 써도 될 것 같았지요. 그래서인지 의외로 대뜸 하드나 미디움 타이어를 꺼내드는 팀들도 좀 있었고요. 날씨가 조금이나마 개어서였는지. 세션 중후반에는 소프트 신고 기록 올려 찍는 드라이버들이 나오는 와중에도 RBR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굳건하게 하드로 p1 기록 유지했습니다. 기록도 기록인데 남들 대비 소화한 랩 수가 절반 레벨이었던 점이 흥미로웠네요. 올 시즌의 RBR은 업데이트 쏟아붓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베르스타펜에게 최대의 기회로 보입니다. 그래도 일단 첫 세션은 메르세데스의 보타스가 리드. 베르스타펜 p2 기록이 제법 가까이 붙었고(+0.164) 루이스 해밀튼의 소프트 페이스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 기록 내다 마지막 코너 부근에서 윌리엄스의 니콜라스 라티피에게 길을 막혀서 - 좀 더 지켜보고 싶었어요. 맥라렌이 오히려 제 예상보다는 기록이 덜 나왔던 편(p8, p12).
FP2 때는 날씨가 약간이나마 좋아져서 파란 하늘도 드문드문 보이고 했던 모양이에요. 잠시 윌리엄스의 라티피가 p1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곧바로 메르세데스의 보타스가 미디움으로 1분 44초 513, 올 섹터 패스티스트 기록을 내며 p1 가져갔지만. 세션 종료를 39분 40초쯤 남긴 상황에 섹터 1 패스티스트 해밀튼, 섹터 2 베르스타펜, 섹터 3 보타스로 이번 주말에도 메르세데스와 RBR의 접전이 되려나 했습니다(타이어 컴파운드도 미디움으로 모두 같았거든요). 알핀의 알론소 헬멧 안쪽으로 카메라를 달아서 포뮬러 E에서나 보던 온보드 화면이 나왔고 이게 참 멋있었어요. 이러니저러니해도 스파프랑코샹은 스파프랑코샹입니다. 독보적인 고저차, 쭉쭉 뻗은 직선 구간들, 까다로운 헤어핀과 고속 코너들. 그리고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_-;
알핀의 에스테반 오콘이 레 파녜와 스타벨로 사이에서 크게 스핀하는 바람에 옐로 플랙이 떴고 순간 기겁했었어요, 꽤 컸거든요. 이어서 레드 플랙 뜬 걸 보고 더 크게 놀랐는데, 이번엔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였습니다. 케멜 스트레이트 끝나는 자리에 있는 레 콩브 같은 데에서 브레이킹 포인트 놓치거나 다른 이유들로 순간 그립 잃어서 배리어 들이받고 퇴근하는 일 종종 있습니다만 그걸 금요일에 보게 될 줄은. 다행히 드라이버에겐 별 일 없었습니다만은.
세션 종료까지 10분여를 남기고 레드 플랙이 해제되면서 드라이버들이 다시 속속 트랙으로 나왔어요. 말이야 롱 런이지 남은 시간과 스파프랑코샹의 한 바퀴 길이를 고려하면 잘 해야 4-5랩 정도 달려 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타이어 닳는 정도 파악하기에도 랩 수가 좀 적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특히나 날씨 좋을 때 확인하기엔 더 빡빡해 보였고요. 비 올 가능성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그리고 이건 사실이 되어 버립니다.... 안 그렇길 바랐는데). 그리고 3분 남기고 다시 레드 플랙, 이번엔 RBR의 베르스타펜. 흥미롭게도(?) 르클레르와 거의 같은 실수를 거의 같은 자리에서 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는데요. 차이가 있다면 르클레르는 앞쪽, 베르스타펜은 뒷쪽 서스펜션을 해 먹었다는 정도가 있겠습니다. 대략 수습해서 한쪽으로 치워 두었던 르클레르 차와 한 화면에 잡히는 진기한 풍경이... 왠지 이 두 드라이버들 같은 코너에서 거의 같은 실수 하는 모습들 꽤 자주 보는 느낌이란 말이에요. 지금 바로 떠오르는 것만 해도 작년 바레인이나 올해 바쿠, 모나코하고 실버스톤에서도 그런 일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확인해주시리라 생각하며. 정말이지 하반기에는 레드 플랙 좀 안 보고 싶었는데 금요일부터 두 개나 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주말에 질리도록 보게 됨
날이 개어서 안심하기도 잠깐, 금요일 오후에 있었던 W시리즈 퀄리파잉 세션 중 오 루즈/래디옹 구간에서 드라이버 여섯 명이 휘말리는 큰 사고가 났어요. 천만다행으로 크게 다친 드라이버나 마샬은 없었지만 사고 리플레이가 세션 끝나고서야 겨우 나올 정도였습니다. 세션이 재개되면, 사고 장면 다시보기가 나오면, 그나마 마음 놓는다는 게 얼마나 얄궂은 일인가요.
올해 내구 시리즈 스파 24시에서 있었던 GT클래스 큰 사고에 이어 또 거의 비슷한 구간에서 벌어진, 비슷하게 여러 차가 휘말린 사고였어서 걱정이 컸어요. 사고 위험은 F1보다도 아랫시리즈 쪽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빗길이든 아니든, 그리고 어떤 서킷이든 간에요. 차 차이나 드라이버 실력, 경험 문제만도 아니고요. 무리해서라도 더 앞자리, 더 좋은 기록, 그런 목표들에 아무래도 아랫시리즈 드라이버들이 더 매달리게 되는 것 같단 말이죠(구조적으로). 한 발짝 물러나 다음 기회를 노려 보기에도 레이스 포맷부터가 그게 쉽지 않은 케이스가 꽤 있고요. 실수하거나 감정 컨트롤이 안 되면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과 제 3자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가기 쉽다는 점이 탈것경주의 참 위험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오 루즈/래디옹 구간에 폴 리카르 서킷 식의 런오프 도입을 하기엔 아무래도 좁겠지만, 그럼 이 참에 옆을 좀 밀어서 주변을 넓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서킷 차원에서 보수 계획이 있긴 했던 모양이에요. 2016시즌에 가서 봤던 기억을 되짚어 보면 그 언덕길도 런오프 부분에 미끄럼방지 비스무리한 처리가 되어 있긴 했거든요. 그런데 이젠 그것만으론 안 되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서킷의 안전 조치 발전보다 매년 차가 빨라지는 정도가 더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고질적인 날씨 문제도 있겠고요. 오 루즈/래디옹은 저도 참 좋아하는 구간이고 -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모두 헤더 이미지로 쓰고 있죠 - 왜 그렇게 아이코닉한 코너로 불리는지도 알겠는데, 안전 문제는 완전 다른 차원이니까요. 특히나 F1에선 그 언덕을 풀쓰로틀로 밟아 거의가 플랫아웃으로 지난단 말이에요. 날씨 좋을 때 F1 차로 거길 지나면 구간 속력이 300km/h는 가볍게 넘길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 꺾어 올라가는 오르막 아랫쪽보다 올라간 다음 케멜 스트레이트 진입하는 그쪽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고속으로 진입하지만 고저차 때문에 드라이버 시야에 순간 사각이 생기고 좌우 배리어까지가 너무 가까워서 언덕 윗부분에서 무슨 일 벌어지면 드라이버가 대처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특히 뒷차가 있을 경우). F2 앙투안 위베르 사고도 그쪽에서 있었지요. 얼마 전 스파 24시 잭 에잇켄 사고는 그보다는 조금 전, 오르막 끝부분이었고 W시리즈 이번 퀄리파잉 세션 중 사고가 스파 24시 케이스와 비슷하거나 아주 살짝 아래로 보였고요. 언제까지고 '그래도 FIA 서킷 안전 심사 규정엔 맞으니까'나 '다행히 이번엔 괜찮았어'로 넘기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최소한 고민이라도 해야 할 때.
오래 전 그 언덕 올라가기 전 부분에 크게 시케인을 추가했던 적이 있었던데, 그게 1994년 일임을 보면 그 해 있던 사건사고들이 분명 영향 미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판단했는지 이후 그 시케인은 다시 빼고 틀어 올라가는 정도를 좀 수정했어요). 문제는 지형상 언덕 위쪽은 그런 수정을 해 보기도 쉽진 않을 거라는 거죠. 여러모로 까다롭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도 개선은 꼭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탈것경주를 보고 싶은 거지 사건사고 - 특히 인명이 엮인 - 를 일부러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기 때문에.
토요일 오전 FP3 앞두고도 계속해서 비가 내렸습니다. 불안 8 기대 2의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중계 화면이 비추는 하늘에선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 조각이 보이긴 했으나 정말 '조각' 이었어요.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올 거란 생각이 들었고 빗길용 말고 그냥 타이어들을 시도해 보는 케이스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위험 감수는 적당히 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 빗길에 300km/h를 밟는 자들이니 역시 정신이 외장형인 것 같다니까요. 주어진 웻 타이어들의 수가 적기 때문에 퀄리파잉 세션이나 레이스를 고려하면 연습주행에서 이것들을 다 쓰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안 달려 보자니 데이터 뽑아 셋업 잡기가 까다롭겠고, 여러모로 복잡한 세션이기도 했습니다. 트랙이 마르면 마르는 대로 온도가 낮아 문제일 상황. 길이 좀 마르는 것 같더니 어디는 또 비가 온다고 하고, 그래도 이쯤 되면 비는 충분하니 제발 좀 그쳤으면 - 하며 내내 지켜보았네요. 갑자기 해가 나면서 세션 종료까지 3분쯤을 남기고 맥라렌의 노리스가 소프트 타이어(!)를 장착하고 트랙에 나왔는데, 피트레인 나오다가 차를 해먹나 싶었을 만큼 그립이 거의 없었어요. 아직은 무리였는지 블랑시몽 지나 버스스톱까지 왔지만 플라잉 랩 시도는 없이 그대로 개러지로 들어오더라고요. FP3 세션 체커드 플랙, 섹터 1 베르스타펜 - 섹터 2 페레스 - 섹터 3 베르스타펜으로 RBR 페이스가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오락가락한 컨디션 속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잡았단 느낌이어서 퀄리파잉 세션 결과가 궁금했어요.
그리고 퀄리파잉 세션. 비 때문에, 언제 시작한단 언급 없이 세션 시작이 미뤄졌습니다. 중계 헬리콥터 떠 있었으니 상황 보아 곧 시작할 것 같긴 했지만 - 의료 헬리콥터 못 뜨는 상황이면 아예 진행 안 하니까요 - 트랙 상태 확인용으로 열심히 도는 세이프티 카 외엔 이렇다 할 트랙 액션 없이 시간이 흘렀어요. 케멜 스트레이트 근처 비탈에 앉아 보는 사람들, 너무 이럴 줄 알았다는 침착하게 심드렁한 표정과 자세. 접이식 의자에 판초에 골프우산(?)같은 우산까지 장비 풀로 갖추고들 계시던데요. 지난주에 라 사르트 들렀다가 스파프랑코샹으로 넘어오셨대도 그러려니 할 것 같은 차림과 분위기였습니다.
아무 일 없이 마무리되기만 바라며 현지 시각 15시 12분에 세션 시작, 기온 13도, 트랙 온도 18도, 습도 94%에 북서풍 7.9km/h. 윌리엄스를 제외한 모두가 풀 웻 타이어를 장착하고 나왔는데, 윌리엄스의 인터미디엇 선택은 이 상황에는 아무래도 도박처럼 보여서 어떨지 궁금했어요. 라티피가 코스아웃하며 잠시 옐로 플랙. 곧 해제되긴 했지만 아슬아슬했습니다. 그래도 윌리엄스의 러셀이 RBR의 베르스타펜을 상대로 섹터 퍼플을 가져갈 수 있었던 건 역시 인터미디엇 - 풀 웻이라는 타이어 차이 때문이 커 보였고요. 트랙 컨디션이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는 것 같은데 슬릭까지 갈 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것 같았고, 인터미디엇으로 갈아신는 드라이버들이 속속 나왔습니다. 스파프랑코샹은 한 바퀴가 워낙 길기 때문에 이런 판단은 빨라야 하죠. 궂은 날씨 덕택에 맥라렌과 RBR과 메르세데스가 리더보드 꼭대기 경쟁을 한 Q1 .... 패스티스트 섹터 S1 노리스 S 2 베르스타펜 S3 노리스라니 정말이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모드였다니까요. 그리고 윌리엄스는 러셀 p5, 라티피 p10으로 Q2에 진출합니다. Q2 진출 커트라인은 p1 +3.523, 빗길이긴 했네요. 1분 58초대 기록은 p1, p2뿐. 이후 p6까지 1분 59초대, p10까지 2분 0초대.
Q2에서도 시작하자마자 기록들 내려는지 다들 출구에 줄 서서 그린 라이트 기다리는 분위기였어요. 날씨가 날씨니 그럴 만 했죠. 더 이상 예상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카오스인 가운데 메르세데스들 - 특히 해밀튼 - 이 섹터 2 손해를 좀 본 편, 다른 곳보다 저쪽에 비가 더 오나 싶었고요. 맥라렌 드라이버들은 겁을 분리수거한 수준으로 밟고 있었는데, 드라이 컨디션이라면 그럭저럭 밟고 있구나 - 정도의 속력과 랩 타임이었습니다만 웻에서 그러고 있었으니 보다가 기겁할 지경. Q3 진출 컷은 Q2 p1 +1.329, 아스톤 마틴의 제바스티안 베텔 페이스가 좋았어서 간만에 폴 포지션 가져가나 살짝 기대해보기도 했습니다.
Q3 시작, 맥라렌은 두 드라이버 모두에게 풀 웻을. 타이어는 안전한 선택으로 가고 나머지는 드라이버들에게 맡길 셈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세션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옐로 - 누구냐 했더니 그게 노리스였단 말이죠. 곧바로 레드 플랙 선언. 맥라렌 개러지에서 팀 사람들이 기겁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는데요. 노리스를 담당하는 레이스 엔지니어 윌 조셉이 크게 놀라는 - 레이스 엔지니어들이 대개 그렇듯 이 사람도 굉장히 침착 차분한 편 - 모습을 다 보게 되었습니다. 그럴 만도 했던 게, 문제의 오 루즈/래디옹을 달려 올라가다가 그 언덕길 꼭대기 좀 못 미친 위치쯤에서 순간 컨트롤 잃고 크래시한 상황이었거든요. 빗길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은데 다른 구간같으면 스핀 정도로 끝났을 수도 있었을 일이 진입 속력과 배리어까지의 거리 때문에 그대로 큰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이전 Q1, Q2에서 노리스가 보여 준 겁을 상실한 드라이빙과는 무관해 보이는 게 수막 현상하고 그 구간 특성 영향이 더 커 보였습니다. 어느 구간이든 사고는 날 수 있지만 지금 저 위치에서 사고가 나면 거의 무조건 큰 사고가 되어 버린다는 게 문제라는 걸 다시 한 번, 반갑지 않은 방향으로 확인하게 되었고요. 와중에 해설에선 마틴 브런들이 헛소리를 하지를 않나. :(
뒤에서 오던 베텔이 빠르게 상황 파악하고 속력 늦추어 잠깐 멈추어 그 자리에서 드라이버와 차 상태 파악해준 것, 그 빗길 속 시야 확보 문제 생각하면 정말 놀랍고 대단한 일입니다. 까딱하면 2차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을 상황에 다른 드라이버 챙긴 것 대단하지요. 팀라디오로 레드 플랙 선언 전해듣고 - 어딘지 상황 파악해서 - 차 속력 줄이고 - 잠깐 멈추어서 그쪽 드라이버와 차 상태 확인해서 - 드라이버 괜찮은 것까지 확인하고 돌아오기까지가 그 잠깐 사이에 된 거란 말이에요. 그냥 지나가도 될 상황에서.
세이프티 카 리어도 좀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트랙 점검을 꼭 해야 하나 싶은 상황 속에 현지 시각 16시 45분 세션 재개. 중계 화면상 날씨는 아까보다야 나은 것 같았지만 차 뒤로 번지는 물보라 문제가 걸렸어요. 체커드 플랙까지 5분, 드라이버들 모두 인터미디엇, 선두는 쿨 다운 후 한 랩 더 가능한 상황. 그리고 윌리엄스의 러셀이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을 제치고 p1을 기록합니다. 트위터 타임라인에 밀려들던 물음표의 파도. 하지만 아직 RBR의 베르스타펜이 체커드 플랙 받기 전이었죠, 베르스타펜 폴, 러셀 p2, 해밀튼 p3! 빗길에선 별 일이 다 일어나게 마련이에요 하여간.
벨기에 그랑프리 기준으로는 1996시즌 이래 윌리엄스의 첫 프론트 로라고 합니다. 그냥 맨 앞줄 출발이라면 2017시즌 몬차가 가장 최근이었다는데 그때는 그리드 페널티 있는 드라이버들이 많았어서, 그것 말고 순전히 퀄리파잉 세션 결과로 프론트 로 갔던 건 2014시즌 호켄하임링의 보타스 이후 이번의 러셀이 처음이었다네요. 러셀은 올해 이몰라에서 사고 때 보타스가 차에서 내리기 전이었는데 찾아가 헬멧 두들긴 것 때문에 저한테서 점수를 많이 잃긴 했지만 - 안전 문제입니다. 싸우고 싶으면 상대가 멀쩡히 내렸는지 확인한 다음에 바깥에서 싸워 - 당분간 hype가 강해지면 강해졌지 줄진 않겠어요.
베르스타펜의 경우 2위와 0.3초 이상 차이를 내며 폴 포지션을 기록했기 때문에 트랙 컨디션 이야기할 것도 없이 그냥 베르스타펜이 빨랐다고 봅니다. RBR은 무슨 차 한 대만 만드나 싶을 정도로 독보적으로 빨랐고요. 맥라렌은 둘째줄 정도는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갔고(리카도 p4!), 노리스 사고가 아쉽긴 해도 더 앞을 목표로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였습니다.
메르세데스 쪽이 좀 흥미로웠던 부분은 퀄리파잉 세션 막판에 나왔던 팀라디오였는데, 해밀튼더러 트랙 컨디션이 아닌 것 같으면 그냥 들어오라는 팀라디오를 보냈거든요(피트월에서 전략 담당하는 제임스 볼스같았는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대략 듣기로는 'if you're uncomfortable, come straight back in'). 거기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팀이니까 그 집이 그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톱 팀 자리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챔피언십 경쟁 상황 보면 무조건 토요일에 한 칸이라도 더 앞자리로 가는 게 나을 거거든요? 저의 넘겨짚기일 뿐일 수도 있긴 합니다만 그 뉘앙스가 괜히 차 부수거나 어디 다치지 말고 그냥 들어와, 가 아니었던 것 같단 말이지요. 그보다는 무리하지 말라는 쪽에 가까운? 그 집이 드라이버들 믿고 과감하게 가 본 적이 꽤 있었으니 해밀튼한테 그렇게 팀라디오 나갔으면 보타스한테도 비슷한 이야기 갔지 싶은데 - 담당 레이스엔지니어가 아니라 전략 쪽 총책임자가 그런 팀라디오를 보냈다는 점이 좀 그 집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임을 나눠 지고 드라이버 부담을 덜어 주는 결정이 그 타이밍에 될 수 있다는 게 좀 부러웠던. 1포인트의 무게를 누구보다도 잘 알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아무튼 제게 이 날의 드라이버는 베텔이었어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RBR은 레이스 날씨가 궂길 바랐겠고 메르세데스는 날씨가 나아지길 바랐을 셋업을 가진 채로 일요일을 맞이합니다. 스파프랑코샹 날씨는 도무지 나아질 생각이 없어 보이는 가운데 맥라렌의 노리스 차는 의외로 기어박스 교체만으로 레이스 출전이 가능한 수준이었던 모양이에요. 페라리의 르클레르는 FP2 사고로 섀시 교체까지 갔었는데 여러모로 운이 따랐나봅니다. 노리스는 5그리드 페널티로 p14 스타트 예정. 지난 헝가로링에서 받은 페널티들이 적용되어 메르세데스의 보타스 +5, 아스톤 마틴의 랜스 스트롤 +5로 각각 p13, p19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나저나 피트레인 오픈 시점까지 빗길, 기온 12도, 트랙 온도도 시야도 썩 좋아 보이지 않더니만 시작도 전에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개러지 나와 스타팅 그리드로 향하던 도중 RBR의 페레스가 레 콩브에서 크래시, 사실상 DNS 아닌가 싶었는데 - 날씨와 RBR 미캐닉들이 변수가 될 줄은. 스타트 예정 시각 15분 전까지도 날씨는 점점 나빠지기만 해서 평소같은 스타트는 불가능할 게 거의 확실해 보였고, 모두모두 풀 웻, 스타트를 한다 해도 세이프티 카 뒤에서 출발하는 롤링 스타트가 될 것 같았어요. 포메이션 랩 시작도 전에 딜레이가 결정됩니다. 레이스 디렉터 마이클 마시 아저씨는 무슨 부업으로 노래방이라도 하시는지 추가 시간 넣듯이 레이스 시작을 거듭 미루었고 그 사이 RBR 개러지에서는 페레스 차를 수리하고 있었습니다(!). 예정 시각을 25분쯤 넘긴 시점에 포메이션 랩을 시작하긴 했는데, 한 바퀴로는 부족했는지 SC와 함께 포메이션 랩을 한 번 더 돌았습니다. 레이스 때 이 정도로 비 오는 게 얼마만이냐 싶은 와중에 p1의 베르스타펜을 제외하면 모두가 시야 문제를 호소하는 상황. 레드 플랙 선언되면서 차들은 다시 모두 피트레인에 들어옵니다.
이 시점까지도 페레스 차는 아직 라이브 타이밍 앱의 드라이버 트래커에서는 레 콩브에 있는 걸로 보이던데, RBR 개러지에서 열심히 수리 중이었죠. 포메이션 랩이 시작되었는데도 차가 다시 나올 수 있는지를 놓고 RBR의 규정집 빈 틈 찾기가 빛을 발합니다. 이 애매함을 노리다니 과연 뭐든지 하는 탈것경주판. 관건은 1)포메이션 랩을 스타트로 볼 것이냐 2)페레스가 개러지로 자력 복귀한 게 아닌데 그래도 스타트를 허용해 줄 지 같았어요. 이미 작년 헝가로링에서 스타트 직전까지 차 고쳐내는 데 성공한 이력이 있는 RBR 미캐닉들인 만큼, 충분한 시간과 스타트 허용만 된다면 어떻게든 해낼 것 같았죠. 그리고 이번에도 해냈고요.
그런데 레이스 재개는 하염없이 미뤄지기만 합니다. 날씨도 날씨인데다 해질녘이 가까워오면서 이럴 거면 그냥 레이스 취소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코로나 시국 첫 GP 취소였던 2019 호주 그랑프리 때만큼이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진행해 보려는 분위기였던 것 같고요. 날씨 때문에 도중에 레이스 중단하고 포인트도 반만 지급했던 2009시즌 말레이시아 그랑프리 이야기도 오가는 가운데 FIA가 RBR에 페레스의 피트레인 스타트를 허용합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지요. 모두가 피트레인에 있는 상황에 피트레인 스타트를 허가받았으니 완전 모닥불에 장작 더 넣는 수준.... 레이스 스타트가 한없이 미뤄지면서 가깝게는 단축 가능성, 슬슬 취소 이야기도 나오는 가운데 포인트 지급 문제가 다시 나왔습니다. 전엔 절반은 달렸어야 포인트를 주었던 것 같은데 올해 규정상 그린 플랙 상황으로 2랩 이상 달리면 포인트 절반, 원래 지정되어 있던 랩 수의 75%이상을 소화하면 전체를 주기로 했었나보더라고요. 복잡하지요.
비도 구름도 걱정인데 이제 시간까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해질녘이 가까워 오고 있었거든요. 처음부터 야간 레이스로 준비한 게 아닌 이상 어두워지면 더더욱 레이스 진행 못 하죠. 그래서 스튜어드들이 규정집의 '불가항력' 조항을 적용해 시계를 멈춰 두었는데,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페레스의 스타트가 허용되었으나 레이스 일시정지는 또 된, 이래저래 말이 많이 나올 레이스가 되어 버렸어요. 자는 드라이버 - 전화하는 드라이버 - 노는 드라이버 - 간식이랑 마실거리들 꺼내 오는 팀 사람들 - '즐기는 자' 모드의 마샬 여러분 - 버티는 관객들, 그런 이런저런 풍경 속에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마침내 레이스 "재개" 예정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어느새 라이브타이밍 앱의 남은 랩 수도 조정되었고요. 제대로 시작한 적 없다는 레이스가 재개된다는 놀라운 상황... SC와 함께 일단 출발했지만 이걸 스타트로 보아야 할지 재개로 보아야 할지. 아까보다 낫긴 해도 여전히 트랙 컨디션은 달리기에 불안해 보였습니다. L1/39 페레스가 최후미에 합류. 그런데 이걸 규정의 빈 틈 노리기 성공이라 하기에는 제가 보기엔 너무 애매했는데 어떻게 또 진행은 되데요. 안 된다는 부분도 된다는 부분도 명확하지 않아서 얼레벌레 합류하다니 아무리 처음 있는 일이어도 그렇지. 악천후 속 레이스 진행/취소 여부 결정 문제부터 시작해서 향후 대대적인 규정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두 바퀴 정도는 SC 없이 그린 플랙 상황으로 보고 싶었으나 L3/39 타이머 52분쯤을 남기고 다시 레드 플랙, 딱 포인트 절반 인정할 만큼만 달리고 접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모양은 영 좋지 않죠. 그런데 그렇다고 더 달리라고 하기에도 위험해보이기는 해서. 이럴 거면 그냥 취소하지 그랬냐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당연한 일. 1991시즌 애들레이드에서 열렸던 호주 그랑프리의 최단 레이스 기록(14랩, 53Km)을 깨는 GP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점수는 반만> 레이스에서는 그래도 한 랩 이상은 '레이스'가 있었는데 이건 정말 묘한 모양이 되어버렸네요: 오늘의 난장판 한 장 요약.
심지어 레드 플랙 때문에 엄밀히는 두 랩을 소화한 것도 아니게 되어 버렸는데, 정말 좋아하는 레이스가 이런 식으로 끝나 아쉽지만 좋은 레이스는 다른 해에도 또 볼 수 있겠죠. 포디움은 베르스타펜, 러셀, 해밀튼. 러셀에겐 커리어 첫 포디움 피니시가 되겠습니다. 2009 세팡 때를 생각하면 포디움 셀레브레이션을 하긴 하겠구나 했지만, 이번 스파프랑코샹이 워낙 애매했어서인지 분위기도 좀 어수선했습니다. 제대로 달린 게 없었어도 그 상황에 사고 안 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레벨이기도 했어서. 아무도 안 다치고 끝나 다행입니다. 포디움 인터뷰에서 베르스타펜의 발언과 해밀튼의 발언을 비교해 보면 흥미롭습니다. 특히 해밀튼 발언을 공식 계정에서 어떻게 인용했는지가 대단히.
F1 특성과 여러 제반 상황들을 고려할 때 월요일로 레이스 데이를 옮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고, 제대로 된 레이스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만약을 고려해 마지막까지 기다려 본 것도 이해는 합니다. 다만 비 맞아 가며 기다린 관중들과 고생한 마샬들, 팀 크루들이 아쉬운 거죠. 특히 관중들. SC 뒤에서였지만 어쨌거나 돌긴 돌았고 그러니까 레이스 한 거다? 라고 치기에는, 거기까지 보러 간 고생과 비용이 너무 아깝잖아요. 어쨌든 F1도 벨기에 그랑프리 주최측도 FIA도 FIA 회장까지도(!) 입장을 낸 걸 보면 큰일이긴 큰일이었나봅니다.
정리하자면, 좋아하는 서킷에서 열리는 좋아하는 그랑프리인 만큼 기대도 많았지만 걱정거리도 기다림도 많았던 주말이었습니다. 역시 안전 문제가 제일 걸리네요.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은 게 정말이지 천만다행.
이몰라의 탐부렐로는 사고들 이후 시케인 추가해서 아예 진입속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갔고 그게 먹혔지만, 스파프랑코샹의 그 언덕길 - 오 루즈/래디옹에서 케멜 스트레이트 입구까지 이어지는 - 은 꺾거나 좁혀서 진입 속도 늦추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수 계획에도 있었지만 런오프 넓히고 배리어도 좀더 뒤쪽으로 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둘 다를 진행해서 아예 레이아웃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한데 그러면 일이 정말 커질 거고요... 그래도 필요하다면 해야겠죠. 그 구간 왜들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저는 알겠거든요, 일단 제가 거길 너무 좋아해서 직관까지 갔던 사람이기도 하고 가서 보면 (속된 말로) 뽕 차는 구간인 것도 맞고요. 그래도 그게 안전문제를 방관해야 할 핑계는 될 수 없고 되지도 말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배리어만이라도 어떻게 좀 수정 안 되나 싶을 정도. 케멜 스트레이트 진입구간 늘 불안불안하단 말이죠. 사고는 정말 뜻밖의 장소에서 발생하기도 해서(그 알버트 파크 2016 알론소 케이스처럼) 100% 예방은 어렵겠으나, 그래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때도 드라이버가 자기 발로 걸어나왔으니 망정이지... 그때도 이번에도 HANS하고 헤일로가 정말 여럿 살렸습니다. 이게 무슨 계기로 도입되었나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 복잡해지는데, 대부분의 안전규정들이 생기는 이유가 그 전에 일어났던 사건사고들 때문인 경우가 많죠. HANS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더미 테스트만 봐도 정말 으윽 싶지요. 지금은 당연해뵈는 이런 것들도 처음 도입하잔 얘기 나올 땐 반대하는 작자들 쌔고 쌨던 거 생각하면, 서킷 레이아웃 변경이나 배리어 추가/보완/런오프 확장 등등에 질색하는 작자들 있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공감은 안 되지만.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은 메르세데스가 7포인트 차이로, 드라이버스 챔피언십은 해밀튼이 3포인트 차이로 리드를 이어 갑니다. 1-2위 외에도 이어지는 네덜란드 그랑프리(잔트보르트), 이탈리아 그랑프리(몬차) 결과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정도로들 붙어 있어서, 다들 컨디션 관리 주의해야겠습니다. 게다가 바로 이어질 잔트보르트가 처음 가는 곳이기도 하고. 드라이버들은 탈것경주를 너무 사랑해서인지, 때로는 위험한 걸 알면서도 그냥 감수하거나 더 달려 버리기도 하는 거 같아서 그 부분이 제일 걱정입니다(안전 규정이나 레이스 진행/중단 여부에 대해 드라이버 의견은 구하되 전적으로 드라이버들에게 결정 맡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토요일만 놓고 보자면 윌리엄스와 맥라렌이 가장 흥미로운 팀들이었고 좋은 결과도 냈습니다. 이번 시즌 메르세데스나 RBR, 특히 전자는 가진 게 많은 만큼 까딱하면 잃을 것도 많잖아요? 그런데 윌리엄스나 맥라렌 같은 집이 그렇겠냐고요. 퀄리파잉 세션에서 초반부터 인터미디엇 시도 같은, 과감을 넘어 무리에 가까운 결정을 일단 밀어붙여 볼 수 있던 것도 윌리엄스라 가능했다고 봅니다. 특히 러셀의 Q3 마지막 시도가 쓰던 인터미디엇 타이어였음을 고려하면요. 라티피가 코스아웃했거나 말거나 끝까지 인터미디엇 밀어붙인 것도 중-하위권 팀이 복잡한 트랙 상황에서 써 볼 수 있는 카드들을 최대한 써 본 셈이고, 어쨌든 둘 중 하나는 건졌잖아요, 그것도 p2면 크다고요. 결론적으로 라티피도 p12로 결과 괜찮았고요. 그나저나 페라리는... 진짜 페라리 무슨 일인지. 하반기에 약한 경향 있는 팀이긴 한데 엔진 업데이트 예정되어 있다 하니 또 모르지요.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르클레르 - 베르스타펜 라이벌리를 위해서라도 페라리는 좀 더 좋은 차를 만들어 와야 할 때입니다. 그러고보니 그 두 드라이버 이제 폴 포지션 몇 번 했는지도 같아졌던가요 ... 가물가물. 베르스타펜은 생각보다 폴이 적고 르클레르는 생각보다 좀 있어서 재미있는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이런저런 일이 많았어서 길어졌네요. 광란의 하반기가 예상되기는 합니다만 ^^; 부디 남은 시즌은 무탈하게 잘 치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