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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1

2021-11-14 / Round 19: 브라질 그랑프리 - 평가를 수용하는 태도

by p 2021. 11. 29.

오랜만의 인터라고스입니다. 고저차도 상당하고, 흐름이 빠른데다 DRS 구간을 두 곳 끼고 있어도 추월이 까다롭다는 평을 듣는 곳이지요. 챔피언십 향방을 가른 "결정적 순간"의 무대로 여러 차례 F1 기록에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드라마라면 인터라고스, 라는 느낌인데 - 올해도 시작부터 다사다난했습니다. 일단은 스프린트 퀄리파잉이 들어간 주말이어서 가뜩이나 일정이 빠듯한 와중에 기상 악화로 멕시코에서 짐 넘어오는 것이 늦어져서, 목요일 오후까지도 차는커녕 개러지도 다 준비하지 못한 팀들이 여럿 있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도착했는데 차는 없는 ... 그런 바람에 목요일 밤에는 모두들 금요일 세션들 준비하느라 바빴던 모양입니다. 3연전 중 딱 가운데인데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크루들을 위해 잠시 묵념. 그래도 다들 어떻게든 해냈더라고요. 

 

다소 꾸물꾸물한 날씨 속에 연습주행 첫 세션 시작. 시작은 어째 하드 반 미디움 반 분위기였습니다, 미디움이 살짝 우세한 정도. 그나저나 날이 참 흐려 보이더라고요. 강수 확률 60%가 농담은 아니었던 셈. 한편 메르세데스에서는 루이스 해밀튼 차에 새 ICE를 얹으며 금요일부터 일찌감치 5그리드 페널티를 확정합니다. 이 시점 새 ICE라니 다소 과격한 엔진 매핑을 도입한 게 아닐까 싶은 레벨이지요.

 

인터라고스 턴1은 역시 명불허전, 금요일 FP1부터 재미있는 장면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해밀튼은 프론트 서스펜션 문제를 팀라디오로 지적했고요. 날씨는 항상 변수가 되는데 - 메르세데스의 발테리 보타스나 아스톤 마틴의 랜스 스트롤이 빗방울 리포트를 하는 등 트랙에선 나름 오락가락했던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첫 세션에선 비는 올 듯 말 듯 끝까지 안 왔다는 것. :)   

 

기록지만 봐서는 메르세데스가 리드한 것처럼 보이겠으나 그건 아니었습니다. 리더보드 맨 윗자리가 해밀튼이긴 했어도 페이스 내내 리드한 건 RBR이었고, 막스 베르스타펜과 세르히오 페레스 둘 다 다른 팀 다른 드라이버들에 비해 독보적으로 빨랐거든요. RBR의 빠름이 어느 정도였냐 하면 모든 섹터 최고 기록을 가져갈 정도. 페레스가 섹터 1, 3 퍼플인데도 섹터 2 베르스타펜 기록이 워낙 괜찮았어서 0.075초 차로 p2 기록하는 등 세션 초-중반은 두말할 것 없이 RBR 우위였습니다. 베르스타펜이 소화한 랩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어서 역시 시즌 막바지긴 하단 느낌이었네요. 그나저나 알파타우리의 피에르 가슬리도 좀 더 조명해야 한다 생각해요. 특히 올 시즌 후반에 보이고 있는 꾸준한 퍼포먼스 측면에서요. 

 

여전히 비가 올 듯 말 듯 한 날씨 속에서 금요일 퀄리파잉 세션 시작. 맥라렌은 FP1에서 헤맸던 것치고는 Q1 초반 제법 페이스를 내는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기록들이 워낙 촘촘해서 Q1 2분 남긴 시점에는 p8 p10 되었었네요. 초반부터 메르세데스에서 해밀튼이 1분 8초대 후반, 보타스는 9초대 초반을 기록하며 앞서갔고요. Q2 진출 컷은 p1 +0.865초, 그런데 p1-p2 차가 0.313초였으니 대략 가늠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알파 로메오의 안토니오 지오비나치는 자리가 아슬아슬해지니 - 사실상 내년 시트가 날아가는 게 거의 확정적인 - 내면의 뭔가를 일깨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Q2 때엔 시작 후 곧바로 나오는 드라이버들이 없었어요. 2분 넘게 지나도록 아무도 안 나오다니, 막판 2분이 또 트래픽 지옥이 되려나 싶을 정도.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어서 바로 안 내보내는 건 알겠는데 어쩜 피트월 사람들 표정은 소속 팀과 무관하게 다 엇비슷한지. 11분 20초쯤을 남기고 드라이버들이 속속 트랙으로 나왔습니다.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은 괜찮은 기록을 냈습니다만 턴4 트랙 리밋 문제로 기록 삭제, 타이어 교체 없이 간 두번째 시도에서 1분 8초 386을 기록하며 앞서갑니다. Q2 남은 시간 3분 아래로 돌아가니 p4 가슬리부터 그 밑 기록들은 다 다시 나오는 분위기였는데, 2분대 되니 전원 출근 모드가 되더군요. 스프린트 주말이라 Q2 타이어로 스타트할 고려 안 해도 된다지만, 그만큼 다들 기록 욕심이 있어 앞쪽 그리드 가져가기가 빡빡했단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Q3 진출 문은 알핀의 페르난도 알론소가 닫았습니다. p1 +1.069. 

Q3 시작, 지옥같은 눈치 보기. RBR 피트월에서 메르세데스 차들 언제 나오나 고개 돌려 보기도 하더라고요? 그냥 막장 드라마식 연출을 너무 즐기는 카메라 담당과 편집 담당들의 취향 반영일 수도 있겠으나, 해밀튼네 no.1 미캐닉 어깨 너머로 그렇게 보여주니까 아주 그냥 괴상하더라고요. 남은 시간 9분대, 페라리의 르클레르를 시작으로 슬금슬금 출근 모드. 첫 시도는 르클레르 - 사인스 - 알론소 - 가슬리 - 페레스 - 해밀튼 - 보타스 - 베르스타펜 - 노리스 - 리카도 순이 되었는데 흠터레스팅. 2분 40초쯤 남기고 알핀의 알론소부터 다시 트랙으로. 다들 새 소프트 신고 나오는지 매끄럽게 반짝이는 타이어들과 ... 퀄리파잉 세션 체커드 플랙.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이 1분 7초 934로 p1, 세션 마무리합니다. 맥라렌은 FP1때를 생각하면 준수한 기록의 p8, p9. 

 

한편 여기에서 인터라고스 주말의 또다른 사건사고가 벌어졌는데 - 하나는 메르세데스의 해밀튼 차 리어 윙 DRS 플랩 문제였고(85mm 이상 벌어지면 안 되는데 0.2mm 차로 규정 위반), 다른 하나는 파크 페르메 상태에서 자기 차와 다른 팀 차에 손을 댄(정말로 '손을 댄') RBR의 베르스타펜 문제였습니다. 실격(DSQ) 처리 여부를 놓고 스튜어드들이 "내일 결정하겠음" 해 버리는 바람에 상황은 더욱 카오스로 흘러갔지요. 안 그래도 목요일 수하물 지연 때문에 레이스 전 검차가 규정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판국이라. 이 결정은 토요일 FP2 세션 시작할 때까지도 나오지 않아 과연 인터라고스는 인터라고스다 싶게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하여간 중간이 없어요. 

 

 

그 DSQ 여부 때문에 - 퀄리파잉 DSQ라면 스프린트 퀄리파잉에서 맨 뒤 출발하게 되지요, p1에서 p20으로 밀리는 셈 - 메르세데스 개러지 앞에 기자 및 사진기자들이 몰린 가운데 FP2 세션 진행되었습니다. 20여 분을 남기고서까지도 메르세데스들은 안 밟는 건지 덜 밟는 건지 알 수 없는 모습이었고, RBR이 리드하는 가운데 맥라렌들도 일단은 p5, p6까지 올라가 있었어요. 잠시 알핀의 알론소가 올 섹터 패스티스트 기록하며 1분 11초 238로 p1 기록하기도(베르스타펜 -0.864). 새 소프트인 걸 감안해도 빠른 건 빠른 거죠. 르노 주니어들의 데뷔 길이 얼마나 좁고 험한지 새삼스레 보여 주시는 경력직 루키(?)의 위엄. 알핀이 p1, p4로 세션을 마무리하는 한편 페라리가 알파 로메오 샌드위치에 끼이는 등 꽤 재밌는 기록지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스프린트 퀄리파잉 전에 해밀튼의 금요일 퀄리파잉 DSQ가 확정되었습니다. ICE 교체에 따른 5그리드 페널티의 경우 레이스 스타팅그리드에 적용되므로, 스프린트 퀄리파잉 결과로 가져가게 되는 스타팅그리드에 +5 를 하게 됩니다. 베르스타펜의 파크 페르메 문제도 5만 유로 벌금 처분. 규정은 규정이니까요. 

 

100Km 또는 30분. 인터라고스니까 24랩짜리, 올 시즌 세번째 스프린트 퀄리파잉 스타트를 앞두고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이 p20에 가게 되면서 RBR의 베르스타펜이 p1, 메르세데스의 보타스가 p2 등등 모두 한 칸씩 자리를 옮겨 갑니다. 타이어는 베르스타펜, 페레스, 르클레르, 노리스, 리카도, 알론소, 베텔, 스트롤, 라티피, 러셀 그리고 해밀튼이 미디움 선택. 나머지는 소프트. 딱 반반으로 선택지가 갈렸네요. 

 

1/24 앞에서는 보타스가 깔끔하게 턴1에서부터 앞서나갔고, 해밀튼은 스타트만으로 네 대를 제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베르스타펜이 와이드하게 빠지면서 사인스에게도 자리를 내 주었고 -  L2/24 라이코넨 스핀하면서 왕창 밀려나고, 과연 인터라고스다 싶은 초반 혼란상이 이어집니다. L3/24 이미 2.3초 가까이 인터벌 벌린 보타스. 사인스는 다시 베르스타펜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L4/24 해밀튼은 그 사이 p12를 노립니다. 앞차는 알론소. 헝가로링에 이은 굉장한 배틀을 또 보게 되나 기대했지요. L7/24 오콘 뒤로 베텔-리카도-알론소-해밀튼까지 DRS 트레인이 만들어진 상황. L8/24 알론소 추월 후 p11, 해밀튼 입장에서는 리카도에 이어 베텔까지 줄줄이 까다로운 상대들 연속이었을 텐데요. 턴1에선 노리스와 르클레르가 맥라렌-페라리 배틀을 벌이고 있었고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는 노리스의 드라이빙이 좋았습니다. 알론소보다 리카도가 추월하기 까다로운가, 2랩 이상 해밀튼이 잡혀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기까지 하던 L12/24, 그러나 곧바로 다음 랩에 추월해서 p10 기록하는 해밀튼. 깔끔한 추월이었는데 정말 살벌하게 밟더군요. L15/24 베텔 추월 후 p9, 앞차 오콘이 DRS 범위 안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0.3-0.5초 거리였으니까요. 한편 L16/24 p1 보타스 - p2 베르스타펜 간격도 0.5초대까지 좁아졌는데 끝까지 버티기 가능할지 - 싶은 가운데 해밀튼은 거의 추월하기 교육용 자료화면 만들기 같은 드라이빙을 이어 갔어요. 보타스가 침착하게 관리하고 있었고, 베르스타펜은 살짝 페이스 늦추면서 L18/24엔 p1-p2가 1초+대로 벌어집니다. p7까지 올라온 해밀튼은 바로 앞 차 르클레르까지 2초대였는데 다음다음 랩엔 0.3초대까지 줄어 있었고 L20/24에 어떻게 막아 볼 여지도 없이 르클레르가 자리를 내어 주었네요. L22/24 p5 노리스 - p6 해밀튼 1.025초, p3까지도 4초 정도 갭인 상황에서 노리스를 상대로 마지막 랩 턴1에서 해밀튼이 깔끔한 추월로 p5를 가져갑니다. 체커드 플랙, 소프트 타이어로 깔끔하게 내내 페이스를 유지+관리한 보타스가 p1. 베르스타펜 p2, 사인스 p3. 각각 챔피언십 포인트에 3, 2, 1포인트씩을 더하게 됩니다. 베텔의 굉장한 팀라디오 농담은 중계 보는 사람들을 위한 보너스. :) 

 

올 시즌 내내 '추월하기는 힘든 차' 라는 평을 받던 메르세데스 W12입니다만 스프린트 퀄리파잉에서 해밀튼이 보여 준 추월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 레벨이었어요. 2006시즌 GP2 때 터키에서 기록해 거의 전설 내지는 괴담이 된 해밀튼의 추월 쇼 - 22랩에 16칸 올라오기 - 보다 더한 상황이라 보아도 될 걸요. 24랩에 15칸, 그런데 그걸 F1에서 + 인터라고스에서 해 냄. 

 

레이스 직전 서킷 날씨는 전날이나 예년보다 조금 더 따뜻한 정도였는데, 이게 레이스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도 궁금하긴 합니다. 딱 달리기 좋은 컨디션같았기 때문에 더더욱요. 해밀튼은 스프린트 p5 기록, 여기에 5그리드 페널티를 더해 레이스는 p10에서 스타트합니다. 알파 로메오에서는 키미 라이코넨 차 리어 윙을 교체하면서 파크페르메를 깨게 되어 피트레인 스타트 확정. 소프트를 고른 알파타우리의 츠노다 유키를 제외한 다른 모두는 미디움 타이어로 스타트. 스프린트 낀 주말은 타이어 전략 보는 재미가 조금은 더 있지요. 

 

L0/71 포메이션 랩, 보타스가 포메이션 랩을 리드할 때엔 왠지 약간 흐름 빠르단 인상을 받습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스타트 직전 긴장은 저의 몫 - L1/71 스타트에서 맥라렌의 노리스와 페라리의 사인스가 부딪히면서 노리스 쪽 펑처, 위치가 너무 안 좋았는데 어떻게 차 살려서 들어가긴 했네요. 과욕이 부른 참사겠습니다. 알핀의 오콘은 메르세데스의 해밀튼 앞에서 거의 자동문 수준으로 길을 양보했고 - L6/71 데브리 문제로 SC 선언. 아스톤 마틴의 랜스 스트롤이 알파타우리의 츠노다와 턴1 부근에서 부딪히면서 프론트 윙을 비롯한 잔해를 잔뜩 흩뿌리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네요. 맥라렌 입장에서야 츠노다가 띄워 올린 SC가 고맙지만 RBR 입장에서는 메르세데스들이 바짝 따라오는 모양새가 되었으니 어떻게 해 버리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L9/71 SC 해제, 리스타트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번에는 하스의 믹 슈마허와 알파 로메오의 라이코넨 문제로 L12/71 VSC 선언. SC 상황 연속인데 맥라렌(특히 노리스)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인 셈이었네요. L14/71 VSC 해제, 그리고 앞선 스트롤-츠노다 사고에 대해서는 츠노다에게 10초 페널티. 

L16/71 즈음부터 DRS 사용이 다시 가능해졌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풍경을 봅니다. p2 페레스가 레이스 리더인 팀메이트 베르스타펜 쪽에 DRS를 요청한 건데요 - 베르스타펜이 1.8초 앞서 있는 상황이었으니 피트월에게 레이스 리더(이자 챔피언십 리더)더러 페이스 늦추라는 지시를 해 달라는 부탁인데, 상식적으로 들어 줄 리가 없는 요청이지요. 게다가 페레스를 바짝 뒤쫓고 있던 드라이버는 해밀튼(그 시점 p3;). 당연히 일어날 리가 없는 DRS 지원이었고 L18/71 페레스-해밀튼 휠투휠이 벌어집니다. 해밀튼 p2. L20/71 베텔-리카도 배틀도 상당했지요, 메인에서 베텔을 넘는 리카도는 마치 전날의 해밀튼 특강이라도 챙긴 것같은 움직임. L23/71 p7-8-9에서 구 RBR들 싸움(가슬리, 리카도, 베텔)이 이어진 가운데 슬슬 본격적인 핏스톱 타이밍에 접어듭니다. L27/71 해밀튼이 먼저 하드로, 베르스타펜이 다음 랩에서 하드로 교체하면서 해밀튼 앞으로 나오는 데 일단은 성공. 보타스와 리카도의 핏스톱 타이밍이 좋았죠. L31/71 잠시 VSC 뜬 사이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바로 VSC가 해제되다시피 해서. 특히 보타스 입장에서는 대단히 까다로울 상대들인 리카도와 페레스를 둘 다 뒤로 두게 되었으니 더없이 적절했을 타이밍입니다.

 

한편으로는 L32/71 레이스 절반이 좀 안 된 시점에서 해밀튼이 곧 DRS 범위까지 베르스타펜을 따라잡을 분위기였고요. 그래서인지 베르스타펜이 두 번째 핏스톱을 조금 이른 시점(L40)에 가져갑니다. 피트레인에서 윌리엄스의 니콜라스 라티피에게 미묘하게 방해 아닌 방해를 받았는데, 드라이버 고의같지는 않고 피트박스 위치 때문이 커 보였어요. 라티피가 먼저 나오면서 베르스타펜은 감속해야 했던 상황. 인터벌 고려하면 해밀튼 쪽 핏스톱 타이밍 잡기가 더 까다로웠을 것 같은데 메르세데스에서 L44/71에 불러들여 하드로 교체합니다. p2 복귀, 복귀 후 레이스 리더까지는 2.348초. L48/71 해밀튼이 따라잡으며 본격적인 휠투휠 상황이 되나 싶었을 때 베르스타펜이 턴4 바깥까지 멀찌감치 밀어내는 일이 벌어집니다. 일단은 충돌까지 가지는 않고 아슬아슬하게 런오프 영역으로 피한 상태. 소리소문없이 아스톤 마틴의 스트롤이 리타이어했고 리카도도 L50/71 상황에서 핏하나 싶더니 그대로 리타이어... 그 턴4 밀어내기 건은 더 조사 없음으로 일단 매듭(?)이 지어졌습니다만 꽤나 말 나올 것 같더라고요. 일단은 한 발짝 해밀튼 쪽이 물러선 셈. 이후 L59/71에서 나온 추월은 깔끔했답니다. 

선두권 경쟁뿐 아니라 중하위권도 치열했습니다. L64/71 알파타우리 멱살 잡고 캐리 중인 가슬리가 p7, 그런데 거기서부터 백마커. 인터라고스 서킷이 짧은 편이긴 해도 굉장하긴 했죠. L68/71 해밀튼 - 7.323 - 베르스타펜 - 7.207 - 보타스, 보타스 p2 가능할까- 싶었는데 거기까진 힘들었던 듯. L70/71 페레스가 핏스톱을 가져갑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플랜 F, 소프트. 인터벌 넉넉해서 들어갔다 나와도 르클레르 앞. 체커드 플랙, 해밀튼 우승. 포디움은 해밀튼, 베르스타펜, 보타스. 패스티스트 랩은 페레스. 해밀튼은 마샬이 챙겨 준 브라질 국기를 포디움까지 챙겨 올라갔습니다. 메르세데스에서 팀 트로피 받으러 올라간 사람은 전략 담당들 중 하나인 Leonardo Donisete da Silva, 이름에서 짐작 가능하듯이 브라질 사람이라고 하네요. 

 

결과만 놓고 보면 기출 변형인데 알맹이는 그렇지 않았던 레이스였죠. 레이스만 놓고 보면 되게 흥미진진했거든요? 추월도 많았고 아슬아슬한 순간도 여럿 있었고요. 해밀튼 좋아하면 다른 건 몰라도 뒷차가 해밀튼일 걱정은 안 해도 되어서 그것만큼은 편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랍니다. 이번 인터라고스 보고 나니 해밀튼이야말로 <내 팀/내 드라이버 뒷차로 있을 때 제일 신경쓰이는 드라이버> 1위 확정. RBR이 아주 살짝만 헤매도 메르세데스가 훌쩍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요 올 시즌에는(그 반대도 마찬가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서겠습니다만 차만 놓고 본다면 그래도 RBR 쪽이 전반적으로는 조금 더 무난하게 빠른 쪽이지 싶습니다. 인터라고스도 좀 예외같다는 이야기. 

하지만 맥라렌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팀이 1포인트 획득에 그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리카도의 리타이어도 리타이어거니와 그러게 스타트 직후에 노리스가 왜 그렇게까지 욕심을 부렸는지. 앞선 두 그랑프리 성적이 별로였으니 이해는 가지만, 곧바로 리타이어해야 할 만큼은 아니었던 것과 츠노다가 소환한 SC 아니었으면 포인트 피니시도 힘들었을 뻔 했습니다. 오스틴부터 내내 쉽지 않군요. 아메리카 쪽이랑 뭔가 안 맞나. :( 

이번 인터라고스의 드라마는 레이스 끝나고서까지 계속되었네요. 먼저는 체커드 플랙 받고서 들어올 때 - 소위 'victory lap' - 해밀튼이 안전벨트를 풀었다는 것. 규정 위반 - 안전 문제니까요 - 으로 경고와 벌금 조치가 나왔는데 지난해 스페인 GP 때 페라리의 르클레르 안전벨트 문제는 또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어가지고(심지어 그건 레이스 도중이었죠) 이런저런 이야기가 잠깐 나왔습니다. 그리고 L48 턴4 "조사 없음" 문제. 스튜어드들이 베르스타펜 온보드를 보지 않고 결정했단 이야기가 나오면서 메르세데스가 정식 항의까지 했지요(정확히는 재검토 요청). 이 문제는 카타르 GP 주말 금요일에서야 재검토 없음으로 확정되었습니다만은. 
 

 

여러모로 올해 챔피언십은 재미를 넘어서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흘러갑니다. 3그랑프리 남기고 베르스타펜이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14점차 리드면 크지요.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은 메르세데스가 다시 앞서긴 하지만 11점 차이고요. 진짜 이번 시즌은 끝의 끝까지 모를 모양입니다. 올해 RBR이 얼마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길래, 규정 안에서 다른 차가 더 빠를 수 있을 가능성을 용납조차도 못 하는 레벨에 이르렀는지 참... 이것도 한편으로 이해는 가요. 이번 시즌 계속된 업데이트도 그걸 퍼포먼스로 이끌어낸 트랙사이드 사람들과 베르스타펜도 정말 대단했거든요(페레스는 약간 애매하므로 보류). 그만큼 RBR 좀 더 좋은 평가 받을 만 합니다. 호너가 난리치는 게 짜증나는 거랑 별개로, 호너가 그렇게 나올 만큼 올 시즌엔 잘 하고 있(었)거든요. 호너가 내 팀 상대로 저 난리를 떠는 꼴을 봐야 내 팀 차가 아 진짜 괜찮아지긴 했나보다 하고 안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

한편으로 경쟁 격화도 격화지만, 할 말 못 할 말 못 가리는 모양이 굳이 팀 관계자들에만 한정된 건 아니어서 걱정될 때가 있습니다. 야유는 어떻게 보면 빙산의 일각이라 생각해요. 지금 한창 경쟁 중인 두 드라이버/두 팀 팬(?)들의 갈등을 말리긴 커녕 업계 차원에서 조장한 결과가 근시일 내에 매우 유해한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수준. 저도 사람이라 팔이 안으로 굽기는 하는데 그래도 잣대가 왔다갔다하면 그건 곤란하지요. 검차 문제나 페널티 문제도 마찬가지로, 그것 때문에 내 팀이 손해 보는 일 있더라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고- 그게 깔끔하지가 않으/못하니까 유사스포츠 소리 듣는 것 아닙니까. :( 

아무튼 3연전의 최정점이라 할 수 있을 인터라고스, 온갖 사건들과 드라마들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남은 건 이제 바다 건너 카타르. F1에선 처음 가는 곳인지라 예측불허, 인데 또 그렇지만도 않게 되었어요....? 차차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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