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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3

2023-04-30 / Round 04: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 - 스프린트 슛아웃 뭐?

by p 2023. 5. 3.

샹하이에서 열리는 중국 그랑프리가 취소되었고, 대체 개최지 없이 그대로 가기로 하면서 2023시즌 초반부터 봄방학이 생겼지요. 3주만의 레이스 그런데 재미도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그랑프리 주말이었습니다. 시가지 서킷이지만 모나코나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보다는 오히려 몬차에 가까운, 무지하게 빠른 곳이다보니 기대치가 있게 마련인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재미가 없었어요. GP 끝나고 그 다음 수요일까지는 뭐라도 두르려서 올리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드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 라는 것은 그 사이 제가 좀 바빴단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래도 어떻게 그 "노잼 주말"의 모든 세션을 다 챙겨 본 저에게 치얼스. 

 

이번 바쿠 2023 주말부터 스프린트 포맷에 "스프린트 슛아웃"이 도입되는 바람에 좀 복잡해졌습니다. 2021시즌에 도입한 "스프린트"가, 금요일 퀄리파잉 - 이걸로 스프린트 그리드 결정 - 100km짜리 짧은 레이스("스프린트", 성적에 따라 추가 포인트, 이 결과로 레이스 스타팅그리드 결정) - 레이스라는 억지스러운 구조 때문에 결국 빠른 차 빠른 드라이버가 포인트 더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폐지 -는커녕 더 괴상한 비틀기를 시도한 결과물이 튀어나왔다는 것이죠. 비문에다 짜증까지 끼얹은 문장 실례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게 다 뭐냐 싶었기 때문에요. 

그러니까 바쿠부터의 스프린트 낀 주말은 
금요일 연습주행 한 차례(기존 FP1처럼 60분), 퀄리파잉 세션(기존 포맷대로)
토요일 FP2 없음, 스프린트 슛아웃(기존 포맷의 퀄리파잉 세션을 조금 더 압축한 버전, 이걸로 스프린트 스타팅그리드를 정합니다), 스프린트 (100Km) 
일요일 레이스 
라는 구성이 되는데요. 문제는 이걸 바쿠 주말 앞둔 화요일 - 네 그 전 주도 아니고 그 주 화요일 - 에야 확정을 했다는 것이고 저는 혼란스러웠으며 팀들도 아마 그랬으리라 어림짐작해봅니다. 스프린트 주말인 걸 알면서도 업데이트 잔뜩 챙겨 왔던 팀들에겐 특히 더 그랬을 거예요 파크 페르메 시점 때문에. 사실상 연습주행 한 번 한 뒤로는 더 이상 차 셋업을 크게 건드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어서요. 

 

기록지들부터 붙여놓고 시작합니다. 

RBR 빠를 거야 뭐 다들 예상한 일이었고 ... 문제는 알핀이었죠 가슬리 차에 불이 나지를 않나 덕택에 레드 플랙 발령되면서 한 번뿐인 연습주행 시간은 더더욱 촉박해졌고 - 아마 이것 때문에 좋은 셋업 놓친 집들도 여럿이었을 거예요, 알핀은 당연하고요 - 메르세데스같은 경우에는 아예 소프트를 돌려 보지도 않는(?!) 세션을 치렀습니다. 페라리가 제법 빠르게 셋업을 잡았던 모양이라 그 점은 흥미로웠어요, 역시 다운포스 영향 덜한 고속 서킷 준비에 공들이게 되는 팀이어서일지 어떨지는 .... 캘린더에 몬차라거나 몬차라거나 몬차같은 곳이 있는 한은 페라리는 그럴 겁니다. 

로 다운포스 셋업용의 드래그 덜 한 리어윙을 아예 챙겨오지도 않은 걸로 추정되는 메르세데스는 역시나 톱 스피드 기록에서 바닥권을 맴돌았습니다. 이건 주말까지도 그랬는데 레이스가 약간 예외였네요 그나마 DRS 당길 때가 있었어서(반대로 DRS 쓸 수 있는 차간거리에 머물지 않았던 페라리 드라이버들같은 경우에는 이 기록에서 좀 처진 편이고요). 60분 꽉 채워 연습주행 하면서 데이터 뽑기에는 레드 플랙 영향이 역시 좀 컸지 싶습니다. 

 

FP2 자리로 당겨진 퀄리파잉 세션에서는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가 폴 포지션을 가져갑니다. 막판까지 RBR의 막스 베르스타펜일 것 같았는데 엎치락뒤치락 간만에 재미있었어요. 메르세데스의 조지 러셀이 p11, Q3 진출에 실패한 게 얘깃거리가 된 걸 보면역시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고생 중인 팀에서도 기대치가 남다르긴 한가봅니다.

그나저나 이것으로 4경기째만에 <한 시즌에 한 팀이 모든 그랑프리에서 폴 포지션 가져가기>기록이 깨졌어요. 올해 RBR은 워낙 빨라서 어쩌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그건 정말정말 이루기 어려운 기록이긴 한가봅니다. 2011시즌 RBR이 근접했었지만 영암에서 맥라렌 시절 루이스 해밀튼이 그걸 깼죠. 가깝게는 2020시즌에도 터키 GP에서 아스톤 마틴의 랜스 스트롤이 메르세데스들을 제치고 폴 가져가기도 했었고요. 

 

대체 왜 final classification이 FIA 공홈에도 안 올라왔는지 제가 못 찾은 건지

퀄리파잉 세션 포맷 비슷하지만 각각의 시간이 더 짧고 타이어 컴파운드도 지정해놓은 "스프린트 슛아웃" 결과도 뭐 ...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조금 더 앞으로들 당겨진 정도일까요. 슛아웃 Q3에선 소프트 타이어를 쓰도록 했는데 맥라렌의 란도 노리스에게는 남은 새 소프트 세트가 없어서 세션을 치를 수가 없었고 - 비도 안 오는데 인터미디엇 꺼낼 수도 없잖습니까 그러지 말란 규정은 없던 것 같지만 이걸 빈틈이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그래서 기록 없이 p10 확정. 레이스 스타팅그리드랑 별개라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나요 이것 참. 이러느니 차라리 연습주행세션을 하나 더 넣어주든지 이게 다 뭐람, 싶은 세션이기도 했어요.  

 

연습주행 때 가슬리 차에는 불 나고 오콘 차도 예방 차원에서 파크페르메 깨고 차를 손보기로 한 끝에 스프린트에서부터 피트레인 스타트를 결정합니다. 사실상 포인트를 버리고 연습주행 비스무리로 쓰겠단 셈 아닌가 싶기도 했네요. 스프린트도 참 ... 별 일 없었고 사실상 열일곱랩짜리 기차놀이가 되다시피 했는데요, 한 랩 페이스에서는 페라리에서도 어떻게든 해 낸 르클레르였지만 레이스 - 그게 레이스 비스무리인 스프린트더라도 - 에서는 역시 차 성능 차이를 넘기가 어려웠나봅니다. 최근 특히 스트릿 서킷에 강세 보이고 있는 RBR의 세르히오 페레스가 스프린트 p1. 근소한 차이입니다만 르클레르 입장에서는 그래도 뒤에 베르스타펜을 묶어 두는 데 성공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요, 첫 랩에서 러셀과 부딪히면서 사이드포드 아랫쪽 대미지가 있었던 영향도 있었겠지만요. 이걸로 파크페르메에서 베르스타펜이 러셀 상대로 있는 대로 짜증을 냈는데 - 그게 사실상 이번 GP의 진짜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네, 문제의 레이스. 

불의 땅, 바람의 도시, 시가지 서킷에다 고속 서킷이기까지 한 바쿠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노잼일 수가?? 수준의 레이스였지요 큰 사고가 없던 걸 그나마 감사하게 여겨야 하나. 이 이야기도 앞에서 했던 것 같지만 정말 그랬습니다. L25/51 즈음부터 끝까지가 거대한 기차놀이같았기 때문에 ... 어떻게 레이스 통틀어 추월 내지는 추월 그 비슷한 게 다 세어서 13회일 수가 있냐고요 차가 20대인데. 핏스톱으로 순위 바뀌는 거까지 센 결과는 아닐 거라도 믿고 싶을 정도입니다(그리고 그 중 4개인가를 해밀튼이 했다는 것도 황당할 정도고요, 아무리 세이프티 카 운이 징하게 안 따라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순위 회복이 어려울 정도였다지만). 저야 중계 보면서 트위터에 쭉 떠들면서 보았다지만 그냥 보신 분들은 중간에 주무셨대도 이해합니다.; 지금 스크롤 내려서 제 지난 트윗들 다시 확인해보기조차 귀찮을 정도니까요 정말로 이렇다할 자리 싸움이나 다른 에피소드가 기억이 안 나는 수준... 

핏스톱 기;록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로 뭐가 없었습니다. 우승한 페레스가 피트인한 시점이 알파타우리의 닉 데 브리 영향으로 세이프티 카 떴을 때니까, 그것 외엔 거의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순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없었군요. DRS 구간 길이 조정이 있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 전년 대비 메인에서 100m를 줄였나 그렇습니다 - 이 정도로 영향이 있다는 건 2022 기술규정개정이 사실상 '더 치열한 레이스 만들기'에는 도움이 안 되었단 뜻이기도 하겠죠. 규정 해석을 잘 해서 특정 팀에서 빠른 차가 나오는 일은 있을 수 있고 드물잖게 벌어지는데, 이렇게까지 그리드 전체에서 추월안나옴 문제가 심각해진 건 또 다른 이야기여서요. 바쿠가 무슨 모나코도 아니고. 

 

드라이버스 챔피언십은 이렇다할 큰 변수가 없다면 RBR에서 나올 것 같은데 그래서 누구일지는 좀 궁금합니다. 한때의 페라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에이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세컨드 드라이버를 허용하지 않을 분위기의 근래의 RBR에서 과연 페레스가 해낼 수 있을지가? 하지만 시즌 초반 기세는 제법 괜찮습니다. 어쩌다보니 p3 싸움이 p1-2 경쟁보다 더 흥미롭게 보이는 건 저 이름들 때문이겠지요. 언젯적 알론소 해밀튼인데 아직도 저 둘이 붙으면 재미있음...... 

 

RBR 리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페라리는 초반 DNF들 영향을 아직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스톤 마틴이 큰 변수긴 하네요. 메르세데스는 그렇게들 까이는 것에 비하면 그럭저럭 포인트를 모아 가고는 있습니다... 만은 저 팀에 대해서는 바깥에서도 안에서도 기대치가 다르게 작용하고들 있을 것이어서 더 말은 않겠습니다. 맥라렌은 꽤 헤매고 있습니다, 알핀이 화려한 DNF들로 같이(?) 가라앉아서 그렇지 만만찮아요. 알파 로메오도 알파타우리도 올 시즌 심각하게 헤매는 와중에 퍼포먼스에 비해 포인트 수확이 덜해 보인단 인상 드는 쪽은 윌리엄스군요. 윌리엄스는 하반기를 좀 더 기대해보게 됩니다. 다른 팀들 자리가 이렇게저렇게 바뀌는 사이 어부지리로 올라가 있는 듯한 하스 ... 저 위쪽 팀들의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포인트는 들여다보지않기로해. 

 

다음은 곧바로 이어지는 그런데 이동거리는 미쳐버린듯한 마이애미 GP입니다. 한국에서 보기 정말 빡빡한 시차인데 이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저는 또 보고 있겠지요?;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트위터에선 자주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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