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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3

2023-07-02 / Round 10: 오스트리아 그랑프리 - 페널티 오마카세

by p 2023. 7. 4.

(*공항에서 두드리는 글이라 평소보다 짧고 엉성합니다. 기회가 닿으면 수정/보완해보겠습니다)

 

시작 전부터 끝나고 나서까지 이래저래 말이 많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그랑프리였습니다. 목요일 미디어데이 때 나왔던, 예산제한규정 도입 이후 개발-기반을 이미 가지고 있는 상위권 팀들과 그렇지 않은 하위권 팀들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개발 시점 도입 아이디어에 대해 '인생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니 받아들여라' 식의 발언이 나왔던 것도 그렇고요. 전자는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으로부터 후자는 레드불 레이싱의 베르스타펜으로부터 나온 말인 게 참 여러 맥락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물론 "논란"들이 돈이 되는 세상인만큼 이런 걸 부추기는 미디어비스무리들의 역할도 간과하기 어렵겠습니다만은.

 

그랑프리 자체는 스프린트 주말이었던 바람에 - 그리고 딱 레이스 당일에 트위터 오류가 심각하게 터지면서! - 혼란이 많았어요. 트위터에서도 블루스카이에서도 한 이야기지만 저는 이 '스프린트 주말' 포맷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연습주행 한 번 가지고 좋은 셋업 잡기도 까다로울 게 뻔하거니와 살짝만 삐끗해도 파크페르메 규정들 때문에 손쓸 수도 없게 되기 십상으로 보여서요. 연습주행 때 이런저런 것들 돌려 보며 팀들마다 다르게 접근하는 방식들 구경하는 걸 제가 좋아하기 때문도 있습니다.

 

정신없는 주말이었고 제가 글 다듬어 쓸 틈은 모자라도 기록지들은 붙여 놓을게요, 제가 나중에 확인하려고 -_-;

 

RBR이 압도적인 우위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페라리가 제법 따라잡았고, 맥라렌의 업데이트 패키지는 일단은 괜찮은 결과를 가져온 걸로 보이며(노리스 쪽에 업데이트 적용/피아스트리 쪽 미적용으로 비교해 돌려본 모양이던데 둘 차이가 꽤 났습니다. 노리스가 레드불링에서 좋은 성적들 보여 주고 있긴 했지만 이번엔 차 영향도 있어보여요), 아스톤 마틴과 메르세데스는 약간 주춤한 느낌. 아마도 실버스톤에 본격적인 업데이트 패키지들을 가져올 테니 그쪽을 더 주목해야겠지요. 물론 RBR의 압도적인 성능이 무엇에 기반했고 기반하고 있는지 업계의 높으신분들 및 미디어 비스무리들이 흐린 눈 하며 넘어가는 게 의아할 정도지만요. 레이스 마지막 랩에 패스티스트 랩 노리기용 막판 핏스톱 없었다면 베르스타펜이 거의 40초 리드로 우승하는 걸 볼 수도 있었을 걸요. 예산제한규정 도입 어기고 가져간 어드밴티지 - 에 대한 페널티가 제대로 있기나 한가 싶어지고요(이럴 거면 군비경쟁 안 할 집이 어디 있습니까 특히 재정 넉넉한 팀들일수록). 

편파판정 이야기 안 따라붙는 스포츠 없다지만 작금의 F1은 유사스포츠 소리 들어도 할 말 없을 만큼 심해졌다고 봅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뭐냐 싶을 정도고, 특히 2021시즌부터는 너무 노골적이죠. 그 전에도 제멋대로 경향이 없다고는 할 수는 없었지만, 체커드 플랙 이후 벌어진 트랙리밋 페널티 잔치를 보니 더더욱 의심 거두기 어렵군요. 아스톤 마틴의 항의를 받아들여 재검토한 건 좋은데 1)모든 사안을 재검토한 게 맞는지 2)이런 식의 재검토가 가능했다면 야스 마리나 2021(네 그 2021시즌 아부다비 최종전 이야깁니다)은 왜 그렇게 되었어야 했는지 3)다른 "선례들"과 비교했을 때 페널티 경중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크게는 2021 사우디아라비아 GP "브레이크 테스트"사건과 비교해도 그렇고, 당장 지난해인 2022 오스트리아 GP 레이스 때의 트랙리밋 페널티와도 차이가 큽니다) 이 셋만 해도 FIA가 일처리 잘 하고 있다는 소리는 나올 수가 없겠던데요.

 

 

(*팀별로 간단한 이야기들을 좀더 덧붙여보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있어서...;)

 

페라리는 부자는 망해도 삼 년을 간다는 옛말답게 여러 시즌을 갈팡질팡하고 있어도 그 명성이 허공에서 생겨난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사실 지난해 초반을 생각해보면 올 시즌은 많이 아쉬운데요 - 스타팅그리드 앞 두 줄에 두 대 다 보낸 게 이번 GP가 올 시즌 처음이라거나 - 어쨌든 르클레르를 포디움으로 보냈으니까요. 르클레르의 레이스 페이스 좋았고 사인스와 RBR 페레스의 드잡이식 휠투휠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팀 퍼포먼스 전반이 들쭉날쭉해보이기는 해도 아주 기대를 거두지는 않게 되는 정도. 

 

맥라렌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스프린트 주말임에도 업데이트 왕창 챙겨왔을 만큼 절박했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업데이트 적용한 쪽이 괜찮은 결과를 냈습니다(노리스 p5, 다른 드라이버들 페널티 처리 후에는 p4). 안 그런 쪽은 아쉽지만(피아스트리 p17, 정정 후 p16) 준비 잘 해서 여름방학 이후를 잘 치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측면에선 알핀 따라잡아 넘어서는 게 급선무입니다. 갈 길이 머네요. 

 

아스톤 마틴은 기대에 비해 약간은 아쉬운 모습이었지만 그렇게 큰 걱정은 되지 않는 정도입니다. 알론소의 레이스 운영이야 여전하며 스트롤도 퍼포먼스 처지던 것 좀 올라온 것 같습니다. 다행이겠지요? 그리고 스포팅 디렉터가 대단합니다. 페널티 여부 물고늘어져 스트롤 p9 만들기 성공. 그런데 항의하면서도 이런 식으로 스튜어드들 손맛따라(?) 페널티 나갈 줄은 AM 사람들도 몰랐을 거 같기도 합니다. 


메르세데스는 레이스 도중에 팀 프린시펄이 토토 볼프가 해밀튼에게 팀라디오로 직접 '차 느린 거 우리도 알지만 운전 부탁합니다' 메시지를 전할 정도로(이것 가지고 또 미디어비스무리들이 비틀어 짜고 있긴 하던데) 여러모로 좀 아쉬운 주말을 보냈습니다. 애초에 이 서킷에선 여엉이었던 집이었긴 한데 - 2020시즌같은 예외도 있긴 했지만 - 그래도 p7 p8 "아쉽다"고 할 만큼 다들 기대치가 남다른 집이기도 하지요? 스프린트에서 러셀이 보여 준 타이어 도박 - 인터미디엇에서 소프트 갈아신기 타이밍 - 이 재미있었고 그 외엔 쏘쏘. 아 SQ1 때 해밀튼 길막당함그러나조사안해줌건도 있었군요, 이래저래 이 집도 참 복잡합니다 워크스 팀이 이렇게까지 견제 받는 거 참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고요, 

 

알핀은 올해 좀 올라오나 했더니 어째 미묘합니다. 오콘의 최종 30초 추가 페널티에 대해서는 실버스톤 전에 항의든 다른 액션이든 나올 것 같기도 해요. '누구는 잡고 누구는 안 잡고' 문제나 '왜 레이스 때 말 안 해 주고 다 지나서 갑자기'로 얘기하려면 여기도 정말 할 말 많을 거라서... 윌리엄스는 정말로 좀 올라오는 분위기고(알본 쪽 한정이지만 그게 어디에요), 알파 로메오와 알파타우리가 헤매는 가운데 하스가 들쭉날쭉하게 괜찮은 결과를 내고 있어서 중하위권 경쟁의 향방을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올 시즌 들어 하스의 니코 휠켄베르크가 퀄리파잉 Q3 진출한 횟수가 RBR의 세르히오 페레스를 앞선다면 믿으시겠어요? 그런데 정말 그렇더라니까요.

 

여차저차 또 한 GP주말이 지났습니다. 다음은 실버스톤이네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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