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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4

2024-03-01(-02) / Round 01: 바레인 그랑프리 - No Surprises

by p 2024. 3. 6.

 

오랜만에 뵙습니다. 2023시즌 중반부터 탈것경주 잡담을 왕창 밀렸는데 - 제가 좀 바쁘다는 핑계로 트위터에서만 이야기하고 블로그 정리는 뒷전으로 미뤄두었었어요. 올 시즌엔 기필코! 안 밀려보겠다고 다짐합니다.

 

변명은 이쯤으로 짧게 해두고, 레이스 전 피렐리 프리뷰와 기록들과 함께 시작합니다. 

 

트위터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경악의 오프시즌을 지나 얼레벌레한 프리시즌을 거쳐 2024시즌 첫 그랑프리입니다. 2023시즌 FIA 시상식 전후에 벌어진 사건들이라든지, 해를 넘겨 2024년에 발표된 드라이버 이직 예정 건이라든지 - 루이스 해밀튼 경의 2025시즌 스쿠데리아 페라리행을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 서킷 바깥에서 벌어진 사건들만 두고 보면 그 어느 때보다 굉장한 휴식기였어요. 물론 개막전 앞두고 벌어진 RBR발 난장판도 간과하기는 좀, 너무 큰 사건이었잖아요? 크리스천 호너가 사내 갑질 및 성추행 문제로 내부고발된 사건을 RBR쪽에서는 '방해' 식으로 치부했지만, 뭐 차는 차니까요. 올 시즌도 강세를 적어도 초반에는 이어나갈 걸로 예상합니다.

 

타이어 무리 많이 가고, 바람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사키르 서킷이지만 바로 전 주에 테스팅 치른 직후여서 테스팅과 개막전 사이의 기대감은 딱히 없는 상태에서 맞이합니다. 저같은 중계 시청자 A 입장에서는 사실상 테스팅부터 이어지는 중동 지역 3연전 수준 일정이기도 하고요(프리시즌테스팅-사키르-제다), 자극이 해도 너무했거나 너무 밋밋하거나 하여간 중간은 없는 바레인다운 레이스였군요. 연습주행 때까지만 해도 약간의 기대는 있었지만. 

 

첫 연습주행 기록은 타이어 컴파운드들 섞여 있는지라 약간은 걸러 보셔야 하고 - "RB"가 된 비자 캐시앱 어쩌구저쩌구, 알파타우리, 토로로쏘, 미나르디, 아무튼 그 뭔가 - 그래서 리카도의 p1도 그렇게까지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웠습니다. 문제는 이제 알핀인데 올 시즌에도 타 팀 대비 차 상태가 좋지 않아보인다는 걱정과 함께 첫날을 받아들이게 되었네요. 두번째 연습주행 세션 때 메르세데스가 기록 맨 윗칸을 가져가면서 기대를 남기기는 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아쉬움만 남겼고. 사실 두번째 연습주행 세션 도중에 있었던 호너 고발-추가 폭로 사건 때문에 이 세션 결과와 반향은 좀 묻힌 감이 있습니다.  

 

 

세번째 연습주행부터는 이제 기대감 끌어올리기 담당을 페라리가 한 양 페라리 쪽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2025시즌 해밀튼 합류가 확정된 바람에 스쿠데리아에서 자리를 빼는 게 확정된 까를로스 사인스가 내내 괜찮다가 - 그래도 퀄리파잉 세션 Q3에선 베르스타펜과 르클레르군요. 세 차례 연습주행 거치며 응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신적 롤러코스터 탑승 서비스를 제공한 맥라렌의 두 드라이버, 란도 노리스와 오스카 피아스트리가 사이좋게(?) p7 p8에. 해밀튼은 Q3 두번째 시도에서 턴4를 살짝 놓친 게 컸던 바람에 그 드라이버 기준에선 대단히 실망스러운 p9을 가져갑니다.퀄리파잉 세션 최고의 충격은 맨 끝줄로 가게 된 알핀 듀오겠지만요. 아니 엔진부터 알아서 만들어 쓰는 워크스 팀이 어쩌다 그렇게까지 .... 싶은 결과가.  

어쩐지 바레인 그랑프리는 중간이란 없는 것 같단 말이에요. 적어도 지난 10년간 - 야간 경기로 바뀐 이후로 - 내내 그랬다는 인상을 남깁니다. 나이트 레이스가 된 첫해인 2014시즌 사키르는 전설적인 팀메이트 배틀(그리고 파크페르메에서의 '명치 *나 세게 때리기' 사진)을 남겼지만 그 수준의 아슬아슬함이 아니라면 아예 재미가 실종된 수준이었고 ... 안타깝게도 올해는 후자였습니다. 그래서 레이스 중계 보면서 랩별로 트위터에 두드려놨던 잡담들 기반으로 차근차근 정리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네요. 개막전이었는데도. 

 

DRS 활성화 시점이 한 랩 당겨져서 사실상 한 랩 돌자마자 바로 다음 랩부터 사용이 가능해져서 이것이 레이스에 그래도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했는데 L2/57 들어가는 순간 이미 RBR의 막스 베르스타펜 -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 차이가 1초 가까이 벌어져 버렸지요. 첫 랩 첫 코너에서 부딪혔던 아스톤 마틴의 랜스 스트롤과 하스의 니코 휠켄베르크는 페널티 없이 그대로 갑니다. 이후 p1 싸움은 사실상 L10 들어가기도 전에 무의미에 가깝지 않나 싶게 레이스 페이스 차이가 나더라고요. 사이사이 메르세데스의 조지 러셀 vs 페라리의 르클레르, 페라리의 집안싸움(팀메이트 간 포지션 경쟁)같은 게 있기는 했지만. L13/57 상황에서는 이미 RBR 1-2, 그러나 베르스타펜과 세르히오 페레스 사이가 10초 넘게 벌어졌으니 2023시즌 후반을 보는 것 같았어요. L18/57 즈음에 르클레르가 팀라디오로 브레이크 문제를 리포트, 메르세데스와 윌리엄스들은 파워유닛 과열 문제로 고생하는 와중 알핀은 느린 흐름이 한동안 이어졌고요. 자우버(여기도 팀명 문제가 골치아파졌습니다만 일단 제 블로그에서는 당분간 '자우버'로 적겠습니다)의 발테리 보타스의 핏스톱 때 왼쪽 앞 휠 넛에 문제가 생기면서 52.4초를 기록한 그것만 제외한다면 핏스톱도 개막전치고는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윌리엄스의 새 스티어링 휠들 문제도 있긴 했군요 그러고 보니. 문제가 여기저기 많은데 크게 보면 또 없는 그런 기기괴괴 레이스... 그래도 세이프티 카가 나와야 하거나 레드 플랙이 선언되진 않았으니까요. 그게 어딥니까. 아무튼 안전부터 챙기고 볼 일입니다. 

 

 

 

보시다시피 RBR 1-2에 페라리 하나 더, 포인트는 다섯 집이 알아서들 나눠 가져갔습니다. 11위의 자우버가 좀 이채로운 정도. 

 

RBR: 올 시즌 유력한 챔프는 이번에도 뉴이 선생일 듯. 연습주행 때 반짝 페라리와 메르세데스가 기대를 주었으나 FP3하고 퀄리파잉 세션부턴 앗 이건 좀- 싶더라니 역시나 레이스 페이스에선 압도적인, 물론 2022-23의 그것만큼은 아니지만, 체커드 플랙 시점에 p1-p2 격차 22.457초라니 굉장하네요. 이 주말 동안 하드 한 세트 아끼기를 과감하게 포기했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의 레이스 운영. 그런데 페레스는 좀 더 힘을 내든지 어쩌든지 해야겠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퍼스트 드라이버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RBR 자리를 보전할 수도 있겠지만.

페라리: 모두가 아는 그 르클레르를 상대로 이직처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사날짜는 받아놓은 사인스가 벌이는 집안싸움이라니 앗 이것 참 ... 그런데 집안싸움을 본격적으로 하기엔 집안 자체의 문제가 좀 있어보여요? 차는 괜찮아보이는데 전략 계획이라든지 실행 쪽에서. 그래도 이 집에서 한 명은 포디움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만하면 되-기는무슨. 전보다는 격차 좁혔다지만 이대로라면 페라리는 올 시즌도 괜찮은 차를 가지고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우승이 아니라 2위 경쟁을 해야 하게 생겼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좀 많이 아쉬운 일이지 않은지.

메르세데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지만 그렇다고 님들이 이러면 곤란합니다? 올해가 3년째입니다 님들아. 8시즌 연속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달성이라는 위업을 기록했던 집답게 굴었으면 좋겠군요. FP2때 1-2 기록하면서 혹시 - 하는 기대를 아마 많이들 했을 텐데 셋업 문제였는지 뭐였는지 퀄리파잉도 레이스도 쏘쏘. 레이스 페이스 쪽을 더 고려해 셋업 변경했다는 이야기도 이젠 핑계로 쓰기 좀 애매하게 되었지요? 특히나 날씨가 더 선선할 줄 알고 냉각 문제를 좀 포기했던 게 안 좋은 방향으로 눈덩이 효과를 내는 바람에 더요. 다른 집이면 몰라도 이 집이어서 레이스 5위, 7위라는 결과가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해밀튼은 대단한 퀄리파이어가 맞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기준에서)p9라는 퀄리파잉 결과가 충격적이었고요. 레이스 측면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가 잦은 - 종종, 이라기에는 2023시즌에 적립한 게 좀 여럿이었어요 - 러셀도 약간 걱정입니다. 아무래도 이 브래클리팀에 대해서는 저도 좀 다른 기준을 적용하게 되는 것도 있고요. 이 '결정적 순간 대처 문제'에서 지난해의 싱가포르GP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주말의 러셀과 해밀튼 차이도 극명했어서 미묘한 느낌입니다. 2025부터의 팀 리더 역할을 확실히 하고 싶다면 러셀은 올 시즌에 잘 해야 될 거 같아요. 그리고 해밀튼 막판 5랩 뭐임 진짜. 그게 됨? - 됨 ㅇㅇ 도 아니고. 하긴 그러니까 제가 아직도 이걸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맥라렌: 이번 주말 내내 우리 되나?! - 망했나?!?!?! - 아 잠깐 진짜 이거 되는 거 아님?? 의 사이클을 돈 저희 집 ... 제 머리도 돌고...... 뭐 지난해보단 나은 개막전이에요 둘 다 완주도 했고! 6위 8위 했고! 그치만 만족스럽진 않고! 언제쯤 편안한 마음으로 개막전을 볼 수 있게 될까요 마지막으로 그랬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게 아니라 언제나 늘 긴장했었군요 이것 참. 어쨌든 노리스는 레이스 운영 영리하게 잘 하고 있고 - 많이 노련해진 것 같습니다. 100GP 마일스톤 효과는 굉장했다?! - 피아스트리는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피아스트리의 10년 후(...)를 기대하게 된 레이스라면 너무한 평가일까요. 문제는 노리스 쪽 차 PU 컴포넌트 교체 부분인데. 사용 갯수 제한이 꽤 빡빡한 구성요소를 GP주말중에 변경한 바람에(에너지 스토어ES 하고 컨트롤 일렉트로닉스CE, 각각 시즌당 2개까지만 허용되고 추가 교체에는 페널티가 붙습니다) 시즌 후반 운영이 약간 걱정되네요. 별 것 아니길 바라기에는 좀 큰 부분이라. 그것 외엔 아직 차 상태 평가하긴 일러보입니다 '진짜 완전 망하거나 한 건 아닌 거 같음' 정도?

아스톤 마틴: 알 수 없는 운영 .. 알론소가 퀄리파잉 p3 해놓고서도 흠 포디움은 어려울듯. 했던 게 괜한 소린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9위 10위로 둘 다 포인트는 챙겼습니다. 타이어 사용 측면에선 <버티기>로 해낸 것 같은데 만약 레이스 도중에 SC나 VSC만 나왔어도 빠그라졌을 가능성 높단 점에서 위험 감수하고 질러 본 것 같죠. 첫 랩 접촉으로 포지션 손해 많이 본 스트롤도 포인트피니시에 성공했으니 이쯤 되면 괜찮은 결과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초반엔 괜찮다가 업데이트 방향 문제였는지 뭐였는지 빠그라졌던 gotong이 있었으므로 올 시즌엔 좀 다르길 바랍니다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보지. 그리고 모든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알론소의 레이스는 보기에 재미있군요. 어린 드라이버들아 힘좀내봐라.

자우버(킥인지 스테이크인지 뭔지): .... 엄청난 녹색으로 시선을 끌어온 자우버. 저우관위가 11위라는 대성공끕 결과를 냈습니다 퀄리파잉은 둘 다 멸망각에 가까웠으므로. 하지만 문제는 보타스인데요 무슨 핏스톱 사건사고를 개막전부터 겪는지... 그것만 아니었어도 더 좋은 결과들 거뒀지 싶어요.

하스: 여전히 도깨비 모드입니다 가끔 퀄리파잉 세션에서 두 드라이버 다 번쩍(반짝 x) 한다든지 하는? 그걸 개막전부터 할 줄은 몰랐지만? 케민 마그누센 12위 휠켄베르크 16위 휠켄베르크도 첫 랩 스트롤하고 부딪혔던 거 아니면 좀 달랐으려나 ... 글쎄요 이건 알 수 없네요 참. 올 시즌 어둠의 컨챔 경쟁(*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최하위)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이기는 하나 엄청난 다크호스가 나타나는 바람에 이것이야말로 진짜 암흑의 경쟁이 되지 싶습니다. 아니 좀 좋은 쪽으로들 가보자고요 으윽.

VCARB인지뭐시긴지 아무튼 작은외양간, 토로로쏘, 알파타우리, 뭐가됐든: RBR과 공유하는 부분들을 늘리면서 차는 나아질 거라고들 했고(물론 이것이 'B팀' 논쟁을 다시 불러올 분위기긴 합니다)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되었는데, 작은외양간이 나아져서인지 다른 집들이 미끄러져서인지 알기가 어렵네요. 이해하기 어려운 막판 팀오더 - 츠노다 유키와 다니엘 리카도 자리 바꾸기 - 는 말 좀 나올지도. 체커드 플랙은 리카도 13위 츠노다 14위로 받았는데, 앞뒷차 간격이나 타이어 상황, 페이스 차이를 고려하면 굳이 거기서 자리를 바꿔가며 리카도를 보내줘야 할 상황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포인트 주는 마지막 자리인 10위를 노려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지라 정말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 였기 때문에요. 츠노다에 대해 '성숙하지 못하다'고 평가한 리카도의 미디어 인터뷰 때문에 실망이 더한 감도 있습니다(오히려 츠노다 쪽은 깔끔하게 대응힌 편. 체커드 플랙 이후 약간의 시위성 드라이브가 있긴 했어도 미디어 앞에서는 그렇겐 안 했으니까요).
 
윌리엄스: 알렉스 알본 15위, 로건 사전트 20위. 악귀라도 씌었던 것 같은 스티어링 휠 문제와 - 무슨 스티어링 휠이 제멋대로 세팅을 바꿨답니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노릇입니다 - 그래도 심각하게 나쁘지는 않아보였던 페이스. 그래요 문제가 있다면 차라리 개막전에 털고 가는 게 낫습니다 올 시즌 캘린더는 역대 최장이기까지 하단 말이지요(24라운드...  FOM이여 돈에 미치셨는지...). 메르세데스계 PU 쓰는 집들이 이번 레이스에서 거의 공통에 가깝게 겪은 과열/오버히팅 문제라든지, 걱정되는 부분들이 좀 있긴 한데 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알핀: 알핀이? 17 18위라고요?심지어 퀄리파잉 세션은 맨 끝줄? 2015년 맥라렌임?; 최근 엔스톤 팀 상태 안 좋아뵌단 얘긴 이래저래 들려왔습니다만(한두해 된 얘기도 아니고), 알핀-르노의 워크스 팀 가오가 있지 이건 좀 너무한 수준이네요. 가슬리도 오콘도 깝깝하겠습니다 과연 둘 다 내년에 남기는 할지. 혐관을 자기들끼리가 아니고 차랑 하게 생긴 바게뜨청년들. 어쩌면 링*드인 켜고 틈틈이 다른 팀에 입사지원 넣을 채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개막전 종료, 2라운드를 앞둔 이 시점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데 없다지만 그래도 이건 해도해도 너무했다' 수준으로 온갖 난리가 벌어지는 중이어서 하나하나 정리하기가 버거울 정도입니다. 조만간 별도의 글로 난장판특집이라도 올려두어야 할 판 ... 그 전까지는 일단 트위터에서 1차 갈무리(?)를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다 주말이 곧이군요.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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