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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4

2024-03-09(-10) / Round 02: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 - 기대가 없었으니 실망도 안 해야 맞겠지만

by p 2024. 3. 13.

화난 한국인의 추임새: 아니 근데 진짜 를 깔고 시작하게 됩니다.

 

레드불레이싱의 팀 프린시펄이자 CEO인 크리스천 호너를 둘러싼 문제들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더 더럽고 추저분한 꼴들만 드러내고 있는 와중에도 어쩌면 그렇게 나몰라라들하는지 지긋지긋한 가운데에서 맞이한 사우디아라비아 GP였어요. 어쩌면 개최지도 제다인데다가 GP 주말 도중에 국제 여성의 날이 겹치고F1아카데미 올 시즌 개막전도 여기서 열리고 해서 여러모로 복합적인 짜증과 함께(그리고 실낱같은 희망과 함께) 보낸 주말이었지요. 차분하고 꼼꼼하게 정리할 시간이 있다면 좋겠지만 좀 부족한 데가 있더라도 제때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 올 시즌에만큼은 밀리고 싶지 않아서) 간단하게라도 갈무리해 두려고 합니다. 

 

피렐리 프리뷰와 기록지들부터 볼까요. 제다 코니쉬 서킷은 말이 스트릿이지 흐름이나 빠르기면에서는 몬차 못지않죠, 타이어 관리 중요한 거야 요즈음 F1에선 굳이 더 강조할 것도 없는 수준이 되었으니 넘어가고. FP2까지 마친 이후 프리뷰에서 제시한 것보다 앞쪽 타이어 권장 압력을 1psi인가 높였었는데 이것이 퀄리파잉 결과/레이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제가 이 잡담을 두드리는 시점에서는 저도 다 확인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메르세데스나 윌리엄스의 레이스 디브리프가 나오면 거기서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그 팀들은 기술적인 쪽 이야기도 좀 해 주는 편이라. 

 

FP2때는 저도 시차를 견디지 못하고 가서 잤었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알기는 어렵지만 세 차례 연습주행 세션들 모두 RBR, 특히 막스 베르스타펜이 무난하게 리드 이어갈 모양새였습니다(당장에 이 사실상의 중동 3연전에서 특이한 순위 변화가 있기는 어려웠겠죠, 일정이나 뭐나).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가 따라가고는 있지만 잡을 정도는 아니고. 아, 페라리에서 까를로스 사인스가 맹장염으로 급히 입원하면서 FP3부터는 리저브 드라이버 올리 베어만이 참가했습니다. F2에도 참가하고 있다는데 폴 포지션 따고 F1하러 가는 바람에 F2에선 불참 ... 뭐 그래도 F1 경험이 더 소중할 테니. 만 18세에 페라리를 타고 데뷔한 드라이버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린 천재' 서사라면 사족을 못 쓰는 탈것경주판답게 아니나다를까 엄청난 기대를 받았고... 부담 상당했을 텐데 별 무리없이 주말 잘 치렀네요. 좋은 일입니다. 

 

 

 

앞 세션에서 사고가 있었던 자우버의 저우관위는 차를 고쳐 나오는 데 성공은 했지만 기록은 남기지 못했고요(아쉽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내보낼 수 있던 게 어딥니까 자우버 여러분). 제다 섹터1의 고속 코너 연속 구간에서 심각하게 시간 손해를 보면서 메르세데스들은 (상대적)중하위권으로. 폴 포지션은 RBR의 베르스타펜이 여유있게 가져갑니다. 지난 시즌 중후반부터 좋은 모습 보이고 있는 - 가끔은 정신적 롤러코스터 탑승 모드가 되기도 하지만 - 맥라렌 드라이버들도 그럭저럭 괜찮은 기록을 내기는 했지만 약간 아쉽습니다. 흥미로운 쪽은 RB/알파타우리/토로로쏘/그게뭐가됐든의 츠노다 유키. RBR 재합류를 노리는 (것으로 추정되는)다니엘 리카르도 상대로 현 시점까지 깔끔한 2-0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쪽을 두고는 좀처럼 2025시즌 RBR 이야기가 안 나온단 말이죠. 아예 아스톤 마틴 합류설이 돌면 몰라도(26시즌부터의 혼다 파워유닛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107% 규정이 있기는 하나 스튜어드 재량으로 자우버의 저우는 스타트 자격 인정, 맨 끝 그리드로 갑니다. 

 

아래 핏스톱 기록에서 보시다시피 대체로 1스톱이 예상되던 레이스에서 초반부터 세이프티 카가 나오는 바람에(아스톤 마틴의 랜스 스트롤이 턴23 부근 벽에 부딪히는 바람에 L7/50에서 SC가 나왔습니다) 전략이 다소 일원화된(?) 경향이 있었어요. 거의가 미디움 스타트이기도 했거니와(아스톤 마틴의 페르난도 알론소는 한 랩 쓴 미디움이었으니 사실상 새것과 큰 차이가 없던 상황), SC때 안 들어가고 버티기를 선택한 드라이버들 -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튼, 맥라렌의 란도 노리스, 하스의 니코 휠켄베르크 - 은 추가 SC나 레드 플랙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면서 조금씩은 손해를 보았군요. 그래도 그 상황에선 해 볼 만한 도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극초반부터 이 레이스의 포디움은 너무 분명하게 RBR 두 자리 깔고 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요. 

 

그나저나 첫 랩에서 차량 문제로 리타이어 결정한 알핀의 피에르 가슬리... 올 시즌 첫 리타이어 기록을 가져갑니다. 엔스톤 팀 올해 영 좋지 않은 시작인 셈... 

 

이하 레이스 이야기는 체커드 플랙 직후부터 트위터에 정리했던 팀별 잡담을 갈무리해옵니다(약간의 수정 있음):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개최지는 개최지대로 말썽인 제다, 올해는 그럭저럭 멀쩡히 넘어가나? 그럴 리 없죠. 결과만 놓고 보면 또 RBR 원투피니시에 포디움 나머지 한 자리 적당히 페라리인데 그래도 레이스에 볼 게 없진 않았습니다. 그게 우승 놓고 겨루는 게 아니었어서 문제지.

RBR: 빠르고 흠잡을 데 없고 이대로라면 유력한 3연속 양대 챔피언십 우승 후보 - 이기는 하나 그것은 차량 성능과 레이스 결과 뿐. p1-p3 갭이 18.639초인데 초반에 세이프티 카로 한 번 정리되지 않았다면 30초 넘겼을 수도 있겠다 싶네요. 물론 "운영"에 리더십의 문제까지 포함한다면 여기만큼 엉망인 데가 없어보이지만요. 6한 팀만 앞서가며 시리즈를 지배하는 것은 스포츠에 유해하니 이것이 계속되면 철수를 고려하겠다9같은 소리 하던 집이었으니만큼 무지개반사 당할 걱정도 할 법 한데... 이 정도로 비호받는 팀 프린시펄(과 아마도 드라이버까지)도 드물 것이어서 이채롭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에이드리언 뉴이의 팀은 올해도 해 낸 듯. 리더십 난장판을 틈타 마라넬로의 높으신 분들이 뉴이를 비롯한 기술진 특채를 시도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 부분 두고 봐야죠. 아 참, 세르히오 페레스의 그 피트레인 문제는 '언세이프 릴리즈' 정도로 넘어갈 게 아닌 것 같은데 어째 타임 페널티로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리된 인상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드라이버 고의 문제 얽히면 커질 일 아닌지. 

페라리: 사인스가 FP3부터 빠지면서 어린 리저브가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2022시즌 몬차의 알렉스 알본 - 닉 데 브리 사례 이후 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여하튼 그렇게 치른 레이스에선 르클레르 p3 베어만 p7, 괜찮은 결과입니다 팀에서도 리저브에게 큰 기대는 안 했던 거 같은데 이직 문제가 걸린 사인스는 또 입장이 달랐는지 레이스 때 패독에 출근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수술 직후 아니었나요?! 잘 회복하길. 한편 르클레르는 레이스 마지막 랩에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했는데 이건 40+랩 쓴 하드로 찍었단 뜻이기도 해서(그 전 패스티스트 랩은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이 소프트 교체 후에 기록한 것이었음) 페라리와 르클레르 둘 모두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차까지는 체커드 플랙 시점 +4.996, 쉽지는 않은 한 해가 되겠어요.

맥라렌: 사키르에 이어 이번에도 저희가 뭔가 해 냄. 마찬가지로 기대 없었고, 드래그 문제 어지간히 해결 안 되고 있는데 - 직선구간에서 속력 손해 많이 봤죠(DRS 사용을 하나 안 하나....) - 그래도 어떻게 결과는 내고 있습니다. 피아스트리 p4(!), 노리스 p8. 노리스 쪽은 점프 스타트 문제라든지 해밀튼 상대 직선구간에서의 비비며 방어하기 문제라든지 페널티감인 것들이 좀 있었는데 운 좋게도 넘어가졌네요. 후자는 특히나 너무 대놓고였는데도 흑백기 경고로만 그치다니 팀 결과 좋길 바라는 입장에서야 다행이지만 여엉 찜찜합니다. 한편 피아스트리는 해밀튼 뒤에서 아주 오랫동안, 거의 레이스 절반 가까이를 붙들려 있으면서 시간 손해 꽤 본 것치고는 p4 기록했으니 성공한 셈입니다. 다만 추월하고도 실수해서 자리 돌려주는 일이 두 번이나 있었던 것은 좀 아쉬워요. 그 부분은 경험의 문제같기도 합니다(아슬아슬한 상황 처리 측면). 그래도 까다로운 제다에서 이제 풀시즌 2년차 맞이한 드라이버가 7(+1)회 챔피언을 상대로 어떻게 사고 없이 잘 완주한 건 좋게 보고 싶네요. 

아스톤 마틴: 스트롤이 초반에 벽에 부딪혀 퇴근, 세이프티 카 소환 + 알론소 p5 이것 참 애매한 결과가... 레이스 페이스가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알론소가 경험으로 어떻게든 한다. 올해도 알론소가 혼자 이끌어가다시피 하는 한 시즌이 될지 스트롤도 좀 나아질지는 살짝 물음표입니다. 하지만 외양간계열의 막장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아버지 스트롤의 아들사랑을 고려하면 뉴이네 설계팀을 통째로 밀튼케인스에서 실버스톤으로 빼오신대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아서요. 마찬가지로 앞으로가 흥미로운 쪽.

메르세데스: 이 집이 이 순서로 나올 게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뭐, 그렇게 됐네요. 레이스 결과만 놓고 보면 러셀 p6 해밀튼 p9. 초반 SC 상황에서 들어갔던 쪽이 러셀, 버틴 쪽이 해밀튼입니다. 둘 다를 불러들이긴 상황이 여의치않았던 것 같은데 그럴 거면 버티기를 해밀튼 쪽에 거는 게 맞다고 본 것 같습니다(저라도 그럴 거예요;). 러셀이 알론소를 좀 잡아줬다면 모르겠는데 그렇겐 되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해밀튼이 소프트 교체 후에도 맥라렌의 노리스를 못 잡은 데엔 제다 섹터1의 구성과 W15의 현 상태가 좋지 않은 쪽으로 조화로웠던 때문같고요. 퀄리파잉 세션 결과 놓고 해밀튼에 대해 이런저런 폄하가 있었습니다만 언제나와 같이, 트랙에서 증명하시는 분답다고 해야 하나. 좋은 드라이빙이었습니다 햄 경. 앞에서 좀 뵙자고요. 그 상태 차들 들고 저만큼 한 게 어디냐-는 무슨... 아무리 그래도 섹터 1의 '그 구간' 에서만 1초 가까이 손해를 보는 건 너무했다고요. 그쯤 되면 드라이버가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어선 차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아 참, 그래도 폴 투 윈을 하기는 했네요 F1아카데미의 도리안 핀이 해냈으므로. 아주 건진 게 없진 않은 편. 

하스: 하스를 여기에서 말하게 되다니?! ... 니코 휠켄베르크는 p10, 포인트피니시 성공. 케빈 마그누센이 온갖페널티 수집할 기세로 과격하게 달렸던데 최종 결과지 보니 아니나다를까 페널티 표시가 여럿 붙었습니다. 이쪽은 SC때 버틴 쪽이 p10 들어갔던 쪽이 p12라는 결과. 중하위권 싸움이 제법 치열했으나 중계 보는 입장에서는 앞쪽도 좀 치열하길 바라게 됩니다 그래서 아 님들 뭐임 이 되기 십상인 듯. 일단 꼴랑 두 그랑프리 치른 상황에서도 하스 올 시즌의 도깨비노릇들 할 것 같아 보입니다. 잘하면 어둠의컨챔 우승후보 자리에서 탈출할지도? 하스의 포인트피니시를 위한 "팀 플레이" 문제를 두고 토로로쏘 쪽에서 항의했던데  '스포츠맨십 없는 행위' 란 지적을 하기엔 잔드보르트 2022 사례 같은 게 있었던지라 내로남불 소리도 들을 법 하지 않을지 ... 여튼 하스는 오랜만의 포인트피니시 성공입니다. 이게 얼마만인지. F1아카데미에서 클로이 챔버스가 본가(?)인 F1 쪽보다 먼저 오랜만의 하스 이름으로 포인트피니시에 성공했습니다. 클로이도 올 시즌 좋은 결과 거두었으면 좋겠네요. 


윌리엄스: 알본 p11 사전트 p15. 이번 제다 주말의 알본은 포인트권 바깥의 왕이었습니다. 로건 사전트도 순위 꽤 올리는 데 성공했어요? 사전트까지 포인트 건졌다면 좋았겠지만 윌리엄스 입장에서 이 사실상의 중동 3연전에서 제일 빡셌을 제다를 이 정도로 끝낸 게 어딘지. 알버트 파크에선 보다 나아진 모습 기대해봅니다.

알핀: 거의 시작하자마자 차 뻗어버린 가슬리, p13의 오콘. 뭔 불운이 이어져도 이렇게 ... 지난 개막전은 웬일로(??) 모두가 체커드 플랙 받았었으니 올 시즌 첫 리타이어 기록을 가슬리가 세우게 되었군요 이건 전적으로 알핀/르노 탓이다. 여기도 어지간히 팀 리더십 문제가 있긴 한데 어딘가처럼 막장이라기보단 그냥 모래알 상태라고 해야하나 그렇습니다. 드라이버 둘이 다 내년에 남아있길 바라고 싶다면 팀 윗선들이 뭐라도 해야 할 판. 그전에 차는 정말 어쩌면 좋죠.

작은외양간: 츠노다 p14, 리카도 p16.  어쨌든 츠노다 쪽이 현 시점에서는 퀄리파잉에서도 레이스 운영 면에서도 나은 쪽으로 보여요. 문제는 큰외양간 내부싸움이 계속된다면 그 여파가 작은외양간에도 미칠 가능성 있어보인다는 것입니다. 글쎄요 어떻게 될지는. 팀 주인이 바뀌면 또 모르겠지만.

자우버: p17 p18, 완주한 드라이버들 중엔 맨 끝. 아무리그래도 핏스톱 대형 에러 문제가 두 그랑프리 연속은 좀 심하지 않습니까 힌빌 사람들아 .... 아우디들어오기 기다리는 건 알고 있지만 올해는 올해잖아요. 잘 좀 합시다. ^_ㅠ

 

그랑프리 자체보다 6잡음9이 너무 많았고, 외양간 개막장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며, 그걸 두고 나오는 여러 헛소리들 짜증났지만 F1아카데미 첫 주말이라는 면만큼은 괜찮은 주말이었습니다. F1이 재미가 없었어서 그렇지. 레이스보다 패독 정치가 더 얘깃거리가 되기 일쑤인 동네라지만 좀? 호너 사건과 FIA 회장의 스튜어드 결정 개입설, 이 두 가지 심각한 스캔들과 함께 시작된 2024시즌. 한 주 걸러 다음은 호주 그랑프리, 제 마음속의 개막전 배경(?) 알버트 파크입니다. 한국에서 보기엔 한결 나은 시간대이기도 하네요! 그때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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