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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0

2020-08-02 / Round 04: 영국 그랑프리 - 레이스는 체커드 플랙 뜰 때까지

by p 2020. 8. 7.

 

실버스톤 2020 한 트윗 요약 (포인트: 트윗 작성 시각. 제 스크린샷은 한국 시간대입니다)

실버스톤 진짜 무서운 곳이네요. 마지막 랩인 데다가 위치가 위치라 들어와서 갈아신길 수가 없었음;;;;;;; 리타이어하든가 체커드 플랙 받든가 둘 중 하나밖에 없었는데 정말 뭐 이런 레이스 마무리가..... 보타스는 그나마 핏 할 수 있는 위치에서 터졌고 그래서 갈아신겼는데 해밀튼은 도저히 안 되는 위치였고... 그래서 억지로 꾸역꾸역 달렸는데 마침 베르스타펜이 그새 핏을 하는 바람에 인터벌이 왕창 생겨서 ← 아니 누가 이거 미리 얘기했으면 안 믿었다; 

햄의 경우엔 마지막 랩 러필드서부터 왼쪽 앞 타이어가 맛이 가기 시작했었구만.....;;; 터진 건 좀 더 지난 다음같은데 그럼 갈아신으러 들어오라 할 수가 없지. 완전 터지기 전에 콥스 지난 것 같아 다행(?)인데 아니 애초에 타이어를 너무 혹사하지들 말라고요. -_-;;;;;;; 일단 위험하잖아. 그래서 왼쪽 앞바퀴 터진 채로 마고츠 - 베케츠 - 채플 - 행어 스트레이트 구간은 어떻게 지나간 건데.; 아니 저 차를 .... 끌고 들어와?;;;;;;;;;;;; 

 

이렇게만 정리해도 정리가 될 만한 올해 실버스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_-; 

 

왜 다들 코너를 이름으로 부르는 거야 싶으신 분들께 보내드리는 실버스톤 약도

헝가로링 2020과 마찬가지로, 실버스톤도 일이 바빠 시간이 좀 지나 정리해 올리게 되네요. 중계 보면서 적었던 트윗들을 갈무리해 올리겠습니다. 글투가 오락가락하거든 그 영향으로 보아 주십시오.

 

먼저 기록들부터.  

 

퀄리파잉 세션 초반은 나름 평이했습니다. 다들 잘 안 나오고 약간 간을 보는 느낌으로들 있다가 레이싱포인트들이 좋은 기록을 주고받으며 - 그러다가 메르세데스가 쭉 올라가 최고기록을 내는 분위기. 윌리엄스의 러셀이 또 한 번 Q2 진출에 성공했고요. 그 차로 꾸준히 어떻게든 올라가는 것도 재주입니다. 과연, 아랫시리즈 때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온 드라이버라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에요. Q2에서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이 러필드 부근에서 스핀하면서 그래블을 트랙에 왕창 흩뿌리는 바람에 남은 시간 8분 51초쯤에서 레드 플랙, 세션 일시 중지가 선언되기도 했습니다. 세션 재시작 알림 뜨자마자 새 미디움 신고 피트레인 출구에서 대기하는 해밀튼의 모습이 신선했습니다만 이걸 달리 말하면 멀쩡한 미디움 한 세트를 날린 셈이기도 하다는 뜻이 되어서요(기록지의 Q2 부분에서 해밀튼만 미디움 한 세트 더 쓴 것 보이시지요). Q3에서는 예상대로 메르세데스들의 싸움. 해밀튼이 기어이 낮은 24초대 기록을 내며 트랙 레코드 갱신과 함께 통산 91회째 폴 포지션을 기록했습니다. 미하엘 슈마허는 통산 91승인데 그건 대체 어떻게 했던 거지 싶어짐

 

"End Racism" 캠페인은 이번 주에도 썩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무릎 꿇기에 동참하지 않는 드라이버들이 일곱이나 되는데 - 스무 명 중에 일곱이라고요 - 퍽이나 "race as one" 같은 이야기 하는구나 싶지요. 정말이지 그렇게나 무릎 뻣뻣해서 스로틀/브레이크 페달은 어떻게들 밟는지. :( 

 

코로나바이러스-19 양성 판정을 받는 바람에 불참하게 된 세르히오 페레스를 대신해 레이싱포인트에서는 급히 니코 휠켄베르크를 섭외해 페레스의 자리를 메꾸었지요. RTL 중계 알바 뛰러 왔다가 졸지에 GP 대타를 뛰게 된 니코H. 페레스 상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다음주(70주년 기념 GP) 실버스톤까지도 니코H가 페레스의 자리를 메꿀 듯합니다. 그 다음 주 스페인 그랑프리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요. 올 시즌 레이싱포인트의 상승세에 힘입어 커리어 내내 한 번도 못 가 본 포디움엘 가 보나 했으나,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아 DNS 처리. 제어 계통에 문제가 있었는지 어땠는지, 고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나봅니다. 퀄리파잉 결과가 괜찮았지만 스타트도 못 해 보게 되었네요. 

 

레이스는 시작하자마자 두 랩만에 클럽 코너 부근에서 RBR의 알본과 하스의 마그누센이 부딪히는 바람에 세이프티카가 출동하는 등 정신없이 진행됐습니다. 과연 고속 서킷, 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흐름도 빨랐고요. 리스타트 후 큰 문제 없이 선두의 메르세데스들이 달려나가고 중위권 다툼이 치열한, 올해스러운 그림이 나오나 했는데 L12/52 즈음에 알파타우리의 크비앗이 마고츠 들어가는 언저리에서 차가 날아가 방호벽을 들이받고 와장창, 또 한 번 SC가 등장했습니다. 드라이버는 다행히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이런 사고 볼 때마다 식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사고 리플레이(특히 온보드)가 나온다는 건 드라이버는 그래도 멀쩡하단 뜻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요. 


이래저래 실버스톤은 고속 서킷 - 트랙 내 고저차 거의 없음 - 코너에 뱅크도 (거의?)없음 등등에 힘입어 타이어에 무리가 꽤나 가는 트랙입니다. 그런데 웬일로 해밀튼의 타이어 타령 - 레이스엔지니어에게 팀라디오로 타이어 다 썼다고 또는 상태 안 좋다고 불평하는 - 이 안 나오고 있었어요. 아니나다를까 막판에 드라마 by 피렐리 가 펼쳐지고.... L50/52에서 p2로 달리고 있던 보타스의 왼쪽 앞 타이어에서 펑처 발생. 다행히 불러들일 수 있는 위치라 급히 타이어를 갈아신겨 내보냈지만 포지션 잃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L52/52에서 해밀튼에게서도 똑같이 왼쪽 앞바퀴가 터졌던 건데요. 이미 마지막 랩, 러필드 들어가는 중이라 도저히 피트인할 수가 없는 위치였다는 게 큰일이었죠.

 

p4로 달리고 있던 맥라렌의 사인스도 왼쪽 앞바퀴가 터지면서, 여러 차례 SC 발동으로 인해 스틴트 길게 가져갔던 하드 컴파운드 타이어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났는데 그게 왜 하필이면 마지막 랩이었는지. 해밀튼은 터진 타이어를 안고 그대로 마고츠-베케츠 구간을 처리하고 p2 베르스타펜과의 34초 인터벌이 6초 미만으로 줄어드는 와중에 기어이 체커드 플랙을 받아 우승했습니다. 

 

좀더 일반적인(?) 그랑프리 서킷에 가까운 실버스톤이고, 여름방학 없이 쭉 이어지는 시즌이니만큼 여기서 보인 팀별 성능 차이가 한동안은 지속되리라 생각합니다. 메르세데스를 확실하게 견제할 수 있을 팀은 현 시점에선 없어 보이는군요. 변수라면 역시 타이어겠는데, 높은 온도 상황에서는 메르세데스 우위가 상대적으로 조금 줄어드는 듯하니 RBR에서 추격해 볼 만한 포인트가 되겠군요. 르노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인지 페라리와 맥라렌이 죽을 쑤고 있는 것인지 좀 애매합니다. 확실히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팀은 윌리엄스 정도(더 내려갈 데도 없긴 했지만요). 다음 주에 마찬가지로 실버스톤에서 치르는 F1 70주년 기념 GP에서는 한 단계씩 더 무른 타이어 컴파운드가 지정되어 있으니 팀별 전략을 살펴보는 것도 한 재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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