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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0

2020-08-09 / Round 05: F1 70주년 기념 그랑프리 in 실버스톤 - 되면 한다

by p 2020. 8. 10.

???: 지난주에 터지길래 이번 주엔 한 단계씩 더 무르게 준비해보았어요

마지막 랩 드라마가 펼쳐졌던 지난 주 실버스톤을 뒤로 하고 다시 찾아온 실버스톤입니다. 기념 그랑프리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 탈것경주의 통설입니다만 그런 것치고는 재밌는 GP였네요. 제가 눈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이번 주는 간단하게 적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눈 조심하세요. u_u 

 

타이어 사용 기록이 함께 들어간 기록표를 못 찾아서(....) FIA 기록표로 대신합니다. 일단 전주 대비 한 컴파운드씩 부드러워진 타이어 배급 상황을 고려해 다들 하드를 아끼는 분위기였는데 의외로 RBR의 베르스타펜이 Q2에서 하드 카드를 꺼냈네요. Q3 기록은 전주에 비해 무난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소프트로 첫 시도를 했던 메르세데스도 결국 미디움 꺼내다 그걸로 다시 기록을 냈다는 점인데 여기서 어느 정도 타이어 전략을 수정/예상했어야 했지 싶기도 합니다. 섹터 1에서 미세한 우위를 보인 메르세데스의 보타스가 팀메이트 해밀튼을 꺾고 0.063초 차로 폴 포지션을 차지합니다. 메르세데스 - 그 외 팀 사이 기록 격차가 1초 가까운 것도 여전한데 이건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같지 않고요. 좀더 촘촘한 싸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만, 최상위 팀이 내려오기보다는 다른 팀들이 올라가서 싸우는 쪽이 내용도 모양도 좋겠지요. 

 

르노의 에스테반 오콘이 3그리드 페널티를 받고 시작합니다. 페라리의 베텔은 요즘 영 기록이 좋지 않습니다.... 4회 월드 챔피언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는 만큼 실망도 그만큼 따라오게 되는 것이겠죠. p3에서 출발하는 니코 휠켄베르크는 지난주에 이어 레이싱포인트의 세르히오 페레스 대타입니다. 과연 그는 포디움 맛을 볼 수 있을 것인가 - 가 흥밋거리였습니다만, p4에 RBR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있는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군요. 

 

스타트 직후 베텔이 미끄러지면서 최하위로 처지고, 베르스타펜은 좋은 스타트를 보여 메르세데스-메르세데스-RBR의 이번 시즌 흔한 그림이 또 되풀이되나 했습니다. 지난주의 타이어 와장창을 본 팀들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핏스톱 전략 - 일찌감치 불러다 갈아신기는 쪽 - 을 선택하면서 조금 재미있어질 뻔 했네요. 여기에서 RBR의 전략이 돋보였어요. 베르스타펜을 미디움으로 갈아신겨 내보냈으나 생각보다 기록이 썩 앞서나가지 않자 6랩만에 다시 불러들여 하드로 갈아신겼습니다. 겨우 여섯 랩만에? 싶었지만, 레이스 결과를 보니 그게 맞는 판단이었구나 싶네요. 메르세데스들을 제끼고 우승에 성공했으니. 세이프티 카가 나오지 않았다는 운도 따랐고요. 2012년 마크 웨버 이후 RBR 드라이버의 첫 실버스톤 우승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는 RBR 피트월의 승같기도 하네요. 그래서인지 RBR에서는 포디움에도 전략 담당자를 올리는 배려(?)를. :)

반면 메르세데스 입장에서는 다 잡아놓은 원투피니시를 놓친 것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레이스 끝나고 테크니컬 파트 시니어 엔지니어들과 전략 담당자 표정이 영 좋지 않았던 것도 그렇고요. 초반에 빠르게 불러들여 미디움-하드-하드로 간 RBR의 알본이 p5, 아예 미디움-하드 원스톱으로 버틴 페라리의 르클레르가 p4를 가져갔으니 더 그럴지도 모릅니다. 일단 패스티스트 랩은 해밀튼이 착실하게(?) 챙겨 갔습니다만 챔피언십을 리드하고 있는 팀에 갖는 기대치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맥라렌의 저조한 성적(노리스 p9, 사인스 p13)이 더 실망스럽습니다만은.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순위가 뒤집혔다고요.;  
 

레이싱포인트 올해 차가 지난해 메르세데스 차를 어디까지/얼마나/어떻게 카피했는지를 놓고 벌어진 논쟁은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포인트 15포인트 몰수, 40만 유로 벌금 판결 이후에도 아직 진행 중입니다. 당장 올해의 챔피언십뿐 아니라 앞으로의 개발 방향들, 규정의 빈 틈 문제와 관련된 부분이다보니 꽤 오래 갈 것 같아요. 르노의 항의에 무려 맥라렌과 페라리가 연합해(....이 둘은 워낙 상징적이니까요; 윌리엄스도 물론 합세했습니다만) 전선을 구축한 상황에 홀로 관망 모드를 지속 중인 RBR, 과연 밀튼 케인스의 팩토리를 돌릴 준비하고 지켜보고 있는지. 패독의 막장 드라마는 탈것경주와 함께 당분간 계속될 모양입니다. 

 

+ 이어서 바로 다음 주는 스페인 GP. 바르셀로나 근처 까딸루냐 서킷에서 하죠. 최근 여러 해 동안 프리시즌테스팅을 진행하던 곳이다보니 다들 잘 알고, 캘린더에 오래 있었으니 그만큼 많이 봤고, 이래저래 레이스가 재미가 덜할 가능성도 있는; 곳입니다만은 날씨라는 변수가 있으니 어떤 GP가 될지 궁금하네요. 다음주는 보다 멀쩡한 눈과 제 때 업데이트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눈 조심하세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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