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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0

2020-11-01 / Round 13: 에밀리아로마냐 그랑프리 in 이몰라 - 탈것경주도 타이밍

by p 2020. 11. 28.

"이몰라 서킷", 턴7에서 턴14-15 방향으로 찍힌 사진. F1 공홈에서 집어왔습니다.

그간 격조했습니다. 여러 다른 일들이 있어 잡담 업데이트(?)가 늦어졌어요. 그 새 많은 일이 있었죠, 일단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1위와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1위 모두가 확정되었고요. 2021시즌 드라이버 라인업도 거의 모양이 완성되어 갑니다. 영 보기 못마땅한 라인업 고정도 있습니다만, 하스가 두 드라이버 모두를 교체하겠다고 밝힌 이상 내년에도 최소 두 명분 새 얼굴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아랫시리즈에서 올라올 만한 어린이들이라고 상태가 썩 좋진 않지만.. 저걸요? -_- 최소한 어린이들이 올라오면 걔네한테 기회는 될 테니까요). 그래봤자 개막전 스타팅 그리드 정렬하기 전엔 모를 일입니다만은. 그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W 시리즈의 F1 서포트 레이스 합류입니다! W시리즈 캘린더가 어서 확정되면 좋겠네요. 아, F1도 2021시즌 캘린더를 발표했습니다. 아마도 여러 곳 조정이 들어가지 않을까 싶지만 일단은요. 코로나19 상황이 빠르게 잦아들길 저도 바랍니다. 

 

2006년 이후 포뮬러 원 그랑프리 레이스가 열린 적 없는 이몰라에서 레이스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2020 이탈리아 막드 3부작(?)의 결말이 이 유명한 서킷에서 열리게 된 것도 다 역병 시국으로 인한 캘린더 급 조정 때문인데 대체 이 이야기를 몇 번째 하는지... 좋은 일보다는 1994년 5월의 그 사고 때문에 더 유명한 곳이니만큼 약간 묘-한 기분을 안고 그랑프리 주말을 시작합니다. 올해 (공식적으로는)처음 시도된 이틀짜리 일정이기도 하고요. 금요일 연습주행 두 차례 없이 토요일 오전에 90분간 연습주행 한 번만, 곧바로 오후에 퀄리파잉 세션을 치르고 일요일에 레이스를 여는 스케줄입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기록지들도 단출해요. 

 

캘린더에 오랜만에 들어온 트랙이라 사실상 지금 그리드의 거의 모든 드라이버들에게 F1에선 처음인 이몰라입니다. 연습주행도 한 번뿐이라서인지 세션 초반부터 바쁘게들 나오더라고요. 시작하자마자 차 지고 달리는 듯했던 르클레르와 초반부터 빨랐던 베르스타펜. 턴15의 소시지 연석을 밟고 점프한 드라이버들이 간간이 있었습니다. 미디움 신은 해밀튼과 소프트 신은 베르스타펜의 최고기록 차이가 0.008초였어서 보타스의 소프트 페이스가 궁금해졌었고요. 오랜만인 것치고는 의외로 무난했던 연습주행 끝. 레이스 2/3쯤 되는 랩 수를 소화한 건 흥미로운 포인트였습니다. 이틀짜리 일정이 고정으로 들어간다면 이런 모습 종종 보게 될지도요. 

 

 

퀄리파잉 세션을 볼까요. Q1부터 다들 기록을 잘 깎아 나가는 와중에 - 여기엔 트랙 리밋 어겼다고 기록 삭제하는 스튜어드들도 포함해서 - 소프트 두번째 시도가 전반적으로 괜찮아 보였습니다. 1분 14초대 기록들이 속출. p1 - p15 갭을 보통 1초 내외로 예상하는데 이번엔 1.601초나 되었었네요. 더 심한 건 p1-p3 격차로 0.813초. 이미 한참 전에 시즌 중 차 업데이트 그만두고 다음 시즌에 집중하고 있다는데, 올해 메르세데스 W11이 정말 잘 만든 차이긴 한 모양입니다. Q2에서는 페라리가 대뜸 미디움 타이어를 신겨 드라이버들을 내보내서, 메르세데스나 RBR이면 모르겠으되 현재의 페라리에게 과연 적절한 전략적 판단이었는지를 또 한 번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팀들은 상식적인 타이어 선택: 소프트. 베르스타펜 엔진 문제로 Q2 체커드 플랙까지 약 6분 남은 상황에서 커버를 열고, 과연 수리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2분 30초쯤 남긴 상황에 드라이버를 내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RBR 미캐닉들 올해 대단한 퍼포먼스 여러 번 보여 주고 있네요(핏스톱도 꾸준히 좋고요). 페라리는 결국 소프트로 다시 시도. Q2 커트라인은 p1 +0.466, Q1에 비해 부쩍 촘촘해졌습니다. 이런 편이 아무래도 더 재미있긴 해요. Q3 막판에 보타스가 기록 추가 깎기에 성공해 폴 포지션을 가져갑니다. 올 시즌 들어 열린 모든 그랑프리에서 폴을 가져가는 메르세데스의 저력 + 이번에도 두 드라이버 모두 맨 앞줄. 메르세데스는 정말 올 시즌 내내 꾸준히 빠릅니다. 특별히 페널티 나올 것도 없었어서 이대로 스타팅 그리드 고정입니다. 

 

타이어 상황: p1-3 미디움, 4-10 소프트, 11-19 미디움, 20 소프트. 여느 때보다 더 긴장되는 포메이션 랩이었습니다. L1/63 보타스 스타트 좋았고 베르스타펜 극초반 슬립스트림 잘 타서 결과적으로 해밀튼 손해. 시작하자마자 뜬 옐로는 랜스 스트롤이었던 모양으로, 프론트 윙 손상이 있었는지 이른 핏스톱을 가져갑니다. 하드 타이어로 교체하고 맨 뒤로 복귀. 

 

L5/63 상황에 벌써 p3-4 인터벌이 5초대에 접어들었고, p8~13은 스타트 순위 그대로... 가슬리는 L9/63에서 핏스톱하나 했는데 그대로 퇴근했고요. L13/63 해밀튼의 타이어 타령, 그리고 불신의 트윗이 올라오는 타임라인. L15/63께부터 핏스톱 대잔치가 열립니다. 버틴 드라이버들이 p1-9를 가져간 가운데 해밀튼은 미디움으로 버티기 모드. 르노의 오콘이 VSC를 불러내자 곧바로 해밀튼이 핏스톱을 가져갔는데, 하드로 갈아신고 나오자마자 VSC가 해제되는 놀라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타이밍이 어쩜 그렇게 딱 들어맞았는지. 보타스는 플로어 대미지가 있다고 리포트했는데도 잘 버티고 있었고요. 어째 레이스 운이 영 따르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만 레이스 끝나고 보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더군요. 

 

L52/63 턴5-6께에서 베르스타펜의 오른쪽 뒤 타이어가 그냥 혼자 터져 버리면서 리타이어, SC 상황이 되면서 상위권 드라이버들도 핏스톱을 추가로 가져갑니다. 비교적 차분했던 레이스가 삽시간에 혼파망 레이스로 돌변 .... L58/63 SC 해제. 남은 레이스는 거의 단거리 질주에 가까운 광기어린 분위기였네요. 

 

메르세데스 원 투 피니시, 그리고 르노의 리카도가 포디움에 갑니다(= 르노 팀 프린시펄 시릴 아비테불 타투 추가?). 메르세데스는 이것으로 7회째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1위를 확정지었습니다. 컨스트럭터 트로피를 받으러 함께 올라가는 크루로는 니코 로스베르크 있을 적에 그쪽 리어 엔드를 맡았던 미캐닉 리오 스티븐스. 컨챔 확정하는 날이니 토토 볼프가 직접 올라갈 법도 한데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No.2 미캐닉을 올려보내는 건 팀 프린시펄로 괜찮은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1위가 확정, 2위도 사실상 확정인 만큼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3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게 되었습니다. 르노, 맥라렌, 레이싱 포인트 3파전에 페라리까지 가세하다시피 한 분위기. 시즌 중 업데이트에 성공했는지 르노가 포디움 피니시를 두 번 하면서 - 맥라렌도 두 번 하긴 했지만; - 상대적으로 유리해졌고요. 남은 그랑프리들에서 어디가 더 멀쩡하게 두 차 다 포인트권 안에서 레이스를 마치느냐가 관건이 되었네요. 과연 2020시즌 3위의 향방은? 남은 GP들에서 살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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