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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0

2020-12-13 / Round 17: 아부다비 그랑프리 - 마무리는 도넛으로

by p 2020. 12. 27.

루이스 해밀튼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올 시즌 마지막 그랑프리인 아부다비 GP 참가 여부가 막판까지 미지수였던 가운데, 목요일 media duty는 지난주처럼 러셀이 메르세데스 옷을 입고 해냈습니다. 돌아가는 분위기는 퀄리파잉 세션에 참가 가능하면 레이스 엔트리 올릴 수 있음- 까지 나왔던 것으로 보아, 어떻게든 해밀튼을 차에 태우고 싶은 모양이었죠. 그러려면 일단 음성 판정이 떠야 할 텐데 일정 빠듯했겠더라고요. 아슬아슬하게 금요일 시간 맞춰 해밀튼 복귀. 

르노가 2005년 챔피언십 위닝 카 R25를 꺼내 왔고 3.0리터 V10시절에 대한 향수를 함께 불러일으켰지만, 그 쇼 런을 제외한 야스 마리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밋밋했습니다. 해질녘-저녁 레이스라 낮시간 세션은 아무래도 중요도 낮아진다지만 FP3 시작하고 십오분 가까이 아무도 안 나오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죠. 연습주행들부터 기록지 보고 이야기 계속하겠습니다. 

 

연습주행 내내 크게 이렇다할 순간이 없다시피했던 와중에 레드불 레이싱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그나마 꾸준히 빠른 모양새를 보여 주었습니다. 한 주 쉬고 온 해밀튼은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는지 평소같이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고요. 금요일 페이스 분석에서는 일단 세꼭지별 우세로 보았지만 퀄리파잉 세션은 특히나 체커드 플랙 뜨고서도 당장은 결과를 모르기 십상이라서요. 게다가 야스 마리나 퀄리파잉이랑 레이스는 해질녘이라 중계만 봐도 왠지 무척 센티멘탈해지는 감이 있습니다. :Q 

 

Q1 초반,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가 어떻게 그 차로 베르스타펜에 필적하는 기록을 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하고 있던 와중에 메르세데스의 해밀튼은 꾸준히 빠르다 트랙 리밋 문제로 기록삭제 처리가 되었습니다. Q1은 일단 해밀튼-보타스-르클레르-베르스타펜-노리스 순. Q2 시작하자마자 메르세데스들 미디움 출격... 이었는데 맥라렌에서는 사인스에게 미디움을, 노리스에게 소프트를 신겨 내보내 전략적 고려겠지 싶었고요. 다만 여기서조차 미디움 시작을 고집했던 페라리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요. 야스 마리나가 추월하기 참 곤란한 곳이다보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바로 그것 때문에 페르난도 알론소가 2010시즌에 3챔째를 못 찍고 베텔이 그 해 챔피언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을... 타이어고 뭐고 일단 앞자리에서 시작하고 봐야 하는 곳... 이긴 하지만 뭐 예외야 있죠 피트레인에서 스타트해도 포디움 가는 드라이버도 있고 하니까요. 그러고보니 그것도 베텔이었던가요.


퀄리파잉 세션은 Q3 체커드 플랙 이후 메르세데스의 보타스가 섹터 3 기록을 깎아내고, 다시 그게 RBR의 베르스타펜에게 깎이면서 베르스타펜 폴. 이게 F1 커리어 들어 세번째라니 막스도 참 보기보다 스탯을 모르겠는 드라이버.... 르클레르는 Q1, 2에서 고생한 데 비해서는 p9라는 영 애매한 결과입니다. p4의 란도 노리스 기록이 p3 해밀튼 +0.165초여서 아주 잠깐 p3까지 가나 기대도 했지만 그렇게까진 되지 않았네요. 내년에는 노리스도 꼭 포스트 퀄리파잉 세션 인터뷰 단골 되었으면 합니다. 팀 팬이 바라는 큰 꿈. u_u  

 

끝까지 무릎 안 꿇는 자들은 뻣뻣하게 버티더니만 - 이런 걸 보면 End Racism은 고사하고 We Race as One이나 가능한가 모르겠어요 - 여느 때처럼 어수선하게(?) 레이스 시작. 시즌 마지막 GP다 보니 포메이션 랩에 팀 라디오로 팀과 인사 주고받는 드라이버들이 간간이 있었습니다.

깔끔한 스타트, 1위부터 8위까지 스타트한 그대로 L2/55. 베르스타펜이 무척 빠르게 앞서나갔습니다. L3/55 DRS 활성화 이후에도 앞쪽은 이미 2초 이상씩 벌어져서 DRS고 뭐고 의미가 없겠고, 중위권이 좀 빡빡하려나 했으나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 되고 말았네요. L4/55 벌써부터 지루해질 것만 같은 레이스에서 메르세데스들은 어째 관리하며 달린다는 느낌을 준 한편 - L10/55 페레스 리타이어. 시즌 막판이니 차가 뻗을 때도 되었다지만, 리타이어 - 우승 - 리타이어라는 널뛰기 기록을 남기네요. VSC 상황이 길어질 거라 예상했는지 다들 핏스톱 대잔치, L11/55에서 SC 선언. 하드로 갈아신는 분위기 속에 페라리는 버티기를 선택합니다. L12/55 상황에서 타이어 안 갈아신은 드라이버들: 리카도, 베텔, 르클레르, 지오비나치, 마그누센. 르노의 다니엘 리카도가 p5로 제법 순위를 올린 가운데 L13/55 SC 끝, 리스타트에서도 큰 변화 없이 순위는 거의 그대로. 차간거리가 아까보다 조밀해진 게 유일한 긍정적 측면이었어요.

L26/55, 해밀튼의 타이어 타령이 나오니 마침내 F1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 메르세데스들 섹터 1은 좋은 편인데 2하고 3에서 좀 갸웃하게 되더라고요. RBR의 베르스타펜을 막을 드라이버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그대로 마지막 랩까지 리드해 베르스타펜 우승. 포디움은 베르스타펜, 보타스, 해밀튼.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리카도가 패스티스트 랩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시즌 마무리는 도넛으로! :)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1위는 앞서 이스탄불 파크에서 확정되었습니다만 나머지들은 의외로 촘촘한 상황이었습니다. 메르세데스의 보타스가 223포인트로, 베르스타펜이 214포인트로 각각 2위와 3위를 확정. 레이싱 포인트의 페레스가 125포인트로 4위입니다만 2021시즌 시트는 없습니다(*아부다비 GP 종료 시점 기준; 이후 RBR이 알본을 드롭하고 2021시즌 베르스타펜의 팀메이트로 페레스와 계약합니다). 리카도가 중반 이후 강세로 꾸준히 포인트를 모은 끝에 119포인트로 5위. 사인스와 알본이 105포인트 동률입니다만 순위 싸움(!)에서 사인스가 근소하게 앞서서 리더보드 윗칸을 가져갔어요. 노리스는 초반 강세에 비해 중-후반이 약했던 편이라 97포인트 9위, 10위의 가슬리와 함께 내년을 기대해 볼 만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확정된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맥라렌 팀 팬으로서는 풍악을 울리고 싶다가도 고작 3위에? 하는 슬픔도 같이 들어 버리는, 그런 결과인데요. 메르세데스가 573포인트로 1위인 한편 2위인 RBR이 319포인트(!)인 것만 보아도 올해 메르세데스가 얼마나 꾸준했는지 보입니다. 두 드라이버를 각각 쪼개서 올려도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1, 3위를 가져갈 수 있을 정도니까요(해밀튼 347 + 보타스 223). 맥라렌은 한참 이어진 부진을 털고 이제 다시 올라갈 채비를 하는 팀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여전히 기복은 좀 있고, 퀄리파잉 세션 첫줄 기록은 좀 아슬아슬하지만, 내년을 기대해 볼 만 하지요. 레이싱 포인트는 초반 "핑크 메르세데스" 논란 때 15포인트인가가 몰수되지 않았다면 더 높은 순위를 노렸을 만도 했습니다. 르노는 워크스 팀인데 5위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 속에 그래도 페라리보다는 앞섰다는 데에 만족할 수 있겠고요. 문제는 페라리... 전년도에 비교하면 정말 아낌없이 포인트를 다른 팀에 나눠 준 수준... 이러니저러니해도 오랜 단골집들(페라리, 맥라렌, 윌리엄스)이 좀 올라와 주어야 F1이 재미있어지니만큼, 내년에는 윌리엄스도 오랜 노 포인트를 깨고 꼭 포인트 가져가기를 바랍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020시즌이었습니다. 내년에는 부디 역병 시국이 좀 가라앉아 올해같은 파행이 또 빚어지진 않길 바라며,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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