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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 잡담/season 2020

2020-09-27 / Round 10: 러시아 그랑프리 - 될놈될 할놈할

by p 2020. 9. 27.

적절한 인포그래픽; 메르세데스 팀 트위터 계정에서 가져왔습니다.

흑해 연안,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러시아 그랑프리입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캘린더가 꼬였기 때문에, 2020시즌 들어 첫 플라이 어웨이 GP나 다름없게 되었는데요. 스트릿 서킷치고도 영 밋밋한 소치입니다만 올해는 어떨지 알 수 없는 가운데 - 넷플릭스 Drive to Survive 팀이 메르세데스 위주로 찍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과연 2019시즌 독일 그랑프리 때처럼 넷플릭스 팀의 저주(!)가 발동할까 같은 농담도 있었습니다.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튼이 미하엘 슈마허가 세운 F1 역대 최다 개인 우승 기록 - 91승 - 의 타이를 세울 수 있을지가 달린 그랑프리이기도 했거든요(현 시점 해밀튼은 통산 90승). 

 

타이어 컴파운드는 소위 모나코 스펙으로 가장 부드러운 것부터 셋을 소프트-미디움-하드로 지정했습니다. 사실상 원 스톱 레이스가 예상되기 때문에, 출발을 미디움 타이어로 하는 쪽이 유리하다고들 판단해 대부분의 상위권 팀이 Q2에선 미디움 타이어를 사용할 거라는 예측도 있었고요. 그런 당연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연습주행 시작. 

 

첫 번째 연습주행 세션에서 맥라렌의 까를로스 사인스가 턴 7 부근에서 사고, 리어윙을 해먹은 가운데 윌리엄스의 니콜라스 라티피는 턴 10에서 사고 - 이어 레드 플랙 소환. 드라이버들은 모두 무사합니다만 차는 차대로 망가졌네요. 세션 종료 15분 남은 상황에서까지도 메르세데스의 루이스 해밀튼 기록이 19위에 머물러서 뭔가 다른 프로그램을 혼자서만 수행 중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느린 것 아닌가 같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만 모두의 예상대로 메르세데스의 발테리 보타스가 1분 34초 923으로 1위로 세션을 마무리했어요. 2014시즌에 영암을 밀어내고 소치가 처음 캘린더에 들어온 이래 이곳에서 우승을 기록한 팀은 메르세데스뿐입니다. 특히 보타스는 유독 소치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주는 드라이버이기도 하기 때문에, 폴 포지션 싸움은 이 둘이 되겠거니- 같은 이야기는 아마 이번 시즌처럼 메르세데스의 압도적 우위가 펼쳐지지 않았더라도 나올 만한 이야기였을 겁니다. 보시다시피 레이싱 포인트와 르노가 모두 첫 세션에서 상위 6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도 흥미로웠고요.  

 

연습주행 두 번째 세션에서는 메르세데스들이 다른 팀들보다 먼저 좀 일찍 소프트를 꺼내 기록을 냈습니다. 턴 13쯤에서 심한 브레이크 록 업을 겪으면서 해밀튼이 배리어를 들이받을 뻔 했다가 아슬아슬하게 피했어요. 턴 14에서 레드불 레이싱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스핀, 잠시 옐로를 띄우기도 했습니다만 다행히 별 문제 없이 금방 해제. 세션 나머지 30분여는 1분 40초대 기록이 대부분으로 레이스 시뮬레이션 모드였겠구나 싶습니다. 무난한 마무리... 너무 졸려서 저도 간신히 체커드 플랙을 받았는데요, 아마도 그것은 혼돈의 토요일에 대비해서였던 것 같네요.  

 

토요일 오전의 서킷은 생각보다 그립 레벨이 낮았는지 FP3 초반에 턴 7이나 턴 15같은 곳에서 삐끗하는 드라이버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트랙 리밋을 빡세게 잡기로 한 만큼 어디선가 기록삭제형을 받고 왔는지 리더보드 저 위에 있어야 했을 드라이버들이 바닥 부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네요. 다소 당황스러운 기록지와 함께 FP3 마무리. 

그리고 퀄리파잉 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하 퀄리파잉 세션 정리는 중계 보면서 실시간으로 트윗했던 내용들을 갈무리해 갈음합니다. 그만큼 정신없는 세션이었기 때문에 의식의 흐름 그대로: 

 

타이어 닳는 거 생각하면 상위권 드라이버들은 Q2에서 미디움으로 기록 내려 하겠지만 또 어떨지 모른다. 일단 날이 좀 흐려 뵈는 게 변수라면 변수겠음. 맥라렌 업데이트는 노리스 쪽에만인 듯.

Q1 시작. 러셀이 미디움으로 시작했고... 중계 화면에선 날씨 여엉 구리구리해보이는데, 비 올 것 같진 않다. 그래도 다들 좀 일찍 나오려나보네, 소프트 신고들 우르르 나온다 -_- 메르세데스조차. 러셀 기록 안 내고 소프트 갈아신으러 가나. 섹터 1에선 보타스가 꾸준히 빠르네요. 보타스 첫 기록 32초대라니 엄청나네.; 1분 32초 656, 당연히 올 섹터 패스티스트, p1. p2 해밀튼보다 1.609초 앞선 기록... 이긴 한데 햄 기록삭제처리된듯. 러셀은 미디움 신고 나왔다가 소프트로 갈아신었는데 르노 둘은 왜 또 미디움이야.;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turn 2에서 기록삭제행을 당하냐 아니냐인가. 해밀튼 다시 찍은 기록 1분 32초 983, p2. +0.327 르노의 리카도는 미디움 신고 p6이야....; 그런데 아직 7분쯤 남았으니 모른다. 오콘 똑같이 미디움 신고 p16이거든. 기록차는 0.9초 정도. 르노 모르겠어 ... 3분 30초쯤 남았을 때부터 나올 드라이버들 다시 나오는 분위기 ... p1 보타스조차도 -_- 베르스타펜은 또 왜 벌써 미디움... 체커드 플랙 떴을 때부터가 진짜겠네 이번 Q1. 소프트 갈아신고 온 르노들이 p3, p4로 뛰어올랐으나 아직 모른다. 크비앗 p3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러셀 Q2 간다! p13! 아니 ..... 지금 알파타우리가 RBR보다 빠르고 페라리 둘 다 Q1을 턱걸이 통과했다 그 말입니까. (p14, 15) p15 베텔이 p1 기록 +1.478이었으니 이것 참. 

Q2 시작. 만약을 대비해 - 날씨 -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분위기인 듯함. 메르세데스들은 예상대로 둘 다 미디움. RBR에서도 베르스타펜 미디움, 알본은 아직 나오기 전이라 모르겠지만 미디움일 것 같음.... 헉 알본 소프트야? 미디움 신은 해밀튼 페이스 뭔데.; 1분 32초 082, p1. 올 섹터 패스티스트. ... 였는데 방금 섹터 3 기록은 노리스가 갈아찍었음. :) 보타스가 기록 먼저 내서 1분 33초 056, 마찬가지로 미디움이었고 p3. 해밀튼 기록은 기록삭제처리된듯? 턴18 넒게 갔나보다. 흥미진진. 해밀튼 핏, 미디움 한 세트 더 쓰게 되긴 하겠네(아마도). 햄은 이거 그대로 가자고 하는데 보노는 새 것 쓰자고 한다. 트랙엔 러셀. 과연 Q3 갈 수 있을 것인가? 리카도, 사인스가 찍은 1분 32초대 기록도 고무적임. 보타스 새 미디움 신고 트랙으로. 해밀튼도 곧 나오려나 - 트윗하자마자 라이브타이밍에 나옴 표시 뜸.; 러셀 Q3 가능할까.....!;;;; 개빡셀 거라는 건 알지만!;;; 안되겠군요 1분 33초 583 p13. 음 해밀튼 이번 랩은 아까에 비해 무난하려나... 다시 나온 보타스는 1분 32초 405로 p2, 타이어는 미디움, 헉 레드 플랙 어디야 베텔??!?!! 심각하다 드라이버는 괜찮고?;;; 괜찮은 거 같지만;;;; 2분 15초 남아서 진짜 아슬아슬한데. 으 레이싱 라인은 괜찮았는데 그립 잃고 완전 돌았잖아 차가.;;; 베텔 괜찮아서 다행이다. 페라리 둘 다 사고 날 뻔 했던 거 같아서 그저 드라이버들 무사해 다행이란 생각이 먼저 듭니다 -_-;;; 그런데 어째 레드 플랙 해제되면 다 뛰쳐나와야 될 거 같은데 말이지요. 인생은 타이밍; 보노 침착한 거 대단해 -_-; 세션 재시작 후 누구도 실수하면 안된다는 강박 속에 운전할 거라 더 문제 될 것 같은 예감도 -_-; 아무튼 지켜는 본다 ... Q2 세션 재개. 아웃랩 페이스가 다들 ; 그런데 진짜 긴장된다 오랜만에. 1초 싸움이겠는데. Q2 체커드 플랙. 지금부터다! 와 이걸 해낸다 ;;;;;; 해밀튼 p4 ;;;;;;;; 1초 남기고 스타트 라인 받아서 p1 +0.617로 통과했으니 미디움이었으면 또 몰랐다. 소프트 신겨 보낼 수밖에 없었겠네. 그런데 보노 진짜 대단하다 올해 실버스톤 막랩에서 터진 다음에 계속 인터벌 리포트해 주던 때나 지금같은 때나 한결같이 침착....;;; 이렇게 된 이상 Q3 다들 인생 랩 찍어야만. 

Q3 그린 라이트. 다들 뛰쳐나오는군. 해밀튼 미쳤다 이 페이스 - 명불허전 그 자체. 1분 31초 391, p1. 33.432 - 31.330 - 26.629 올 섹터 패스티스트, 팀메이트 보타스 상대로 -0.793. 르노 이번 주에는 되냐? 했더니 베르스타펜이 ㅡㅡ 하게 달려 p3 .... 그건 그렇고. 란도야. 너는 왜 또 리더보드 저 밑에. 위로 올라와야 한다고 내가 129381902번쯤 트윗한 거 같은데. 최근 몇 주간 전략이 무의미한 빡센 레이스들이 이어져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정말. 메르세데스들부터 다시 나오네, 4분쯤 남았는데. 햄은 자기기록 자기 깎기 모드에 들어간 것 같다. 보타스 기록 좋아졌지만 폴 가져갈 만큼은 아니었음. 체커드 플랙까지 25초... 해밀튼 섹터 1, 3 깎으면서 1분 31초 304. 퀄리파잉 세션 체커드 플랙. 아 이거 트랙 레코드?... 해밀튼 이번 폴 랩에선 저 턴2 문제 없었기 때문에....; 그러게 한 번에 깔끔하게 기록을 잘 찍어야 되는 건 맞다. -_-; 잠깐만 베르스타펜 p2?!?!?!?!! 프론트 로?!?! 이걸???? 마지막 섹터가 좋았구나. 트랙 포지션이 보타스 뒤였어서 아마 토 영향도 좀 받은 게 아닐까 싶음. 소치 스타트 직후 턴2까지 꽤 긴데 보타스가 슬립스트림을 잘 타면 또 모른다.; 오늘 베르스타펜이 보타스 슬립스트림 잘 타서 Q3 섹터1 도움을 좀 받은 거 같기에(....) 서로 돕고 살면 좋죠? 그럴 리가? ... 

 

퀄리파잉 세션이야 위에 갈무리한 것처럼 혼파망;의 Q2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마무리되었는데, 의외는 소치의 강자 보타스가 3위에 머무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소치, 폴 시터보다 폴 시터 바로 뒤에서 출발하는 3위가 더 유리할 수도 있는 - 턴1이 큰 커브에 가깝고, 실질적인 "첫 코너"는 턴2이기 때문에 그만큼 스타트 후 앞차의 슬립스트림을 잘 타면 유리합니다 - 곳이라서요. 일요일 낮에 몇몇 드라이버들이 기어박스 교체를 하며 페널티가 적용되어 최종 스타팅 그리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윌리엄스의 라티피, RBR의 알렉산더 알본이 각각 기어박스를 교체하며 5그리드 페널티. 스타팅 그리드는 이렇게 결정됩니다. 

 

.......라지만 고스란히 곱게 스타트하면 올 시즌이 아니지요. 호사다마라고 해야 하나, 그냥 엔지니어의 실수라고 해야 하나, 해밀튼의 레이스 시작 전 피트레인 오픈 후 그리드 정렬하기까지 그 사이 - 인스톨레이션 랩 출발 위치가 부적절했던 모양으로 이에 대해 페널티 여부 조사가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작부터 여러모로 쉽지 않은 레이스가 될 것 같았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네요. 

 

L1/53, 스타트는 그래도 무난할 줄 알았더니 맥라렌의 사인스가 시작부터 차를 해 먹네요. 전적으로 드라이버 실수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는 장면이었습니다. 옐로 플랙 선언. 이어서 페라리의 르클레르가 레이싱 포인트의 랜스 스트롤과 부딪히면서 스트롤이 그대로 날아가 아웃. 그렇게 레이스 리더가 섹터 2 넘어가기도 전에 세이프티 카 발동.... 2020시즌다운 첫 랩이라면 첫 랩입니다. 스타트 망해서 턴1에서 와이드하게 돌아 나간 바람에 사고에 휘말리지 않았던 RBR의 베르스타펜이 차라리 운이 좋았다면 좋은 케이스기도 했고요. 

 

맥라렌 드라이버들은 둘 다 스타트를 대단히 망한 바람에, L2/53 노리스는 그 참에 핏해 하드 타이어로 갈아신고 나왔습니다. 윌리엄스의 러셀, RBR의 알본도 마찬가지. L6/53, SC 해제. 그렇게 2019년산 바보 트리오의 그들만의 레이스가 저 뒷쪽에서 시작되었고요. 레이스를 리드하고 있던 해밀튼에게 페널티가 확정됩니다. 5초 타임 페널티 2개. 드라이버는 강한 불만을 표현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연습하면 안 되는 위치에서 연습한 게 사실인 것을. 그래도 된다고 확인해주었던 엔지니어를 탓하지 않은 게 흥미로웠습니다. 

L10/53, 알본은 추월해 놓고 러셀 뒤에 오래도록 붙들려 있던 노리스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 있다면 그 전부터 알파 로메오의 지오비나치 뒤에 잡혀 있던 페라리의 베텔일 것입니다. 맥라렌이 영 속도가 안 나는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 L14/53 르노의 리카도는 또 팀메이트인 오콘 뒤에 잡혀 있었고요. 소프트 타이어로 출발한 드라이버들이 슬슬 타이어가 많이 갈렸을 시점인데, 앞서 SC가 나왔었기 때문에 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대략 L14-16 이후를 하드로 가냐 미디움으로 가냐가 관건처럼 보였습니다. 해밀튼이 바짝 밟은 후 L17/53 핏, 하드 타이어로 교체합니다. 소치 특성상 피트레인 속력 제한이 좀더 빠듯해서 들어갔다 나오면 25초 가까이가 날아가지요. 여기에 타임 페널티들을 덧붙여 수행하니 +10초. L19/53 기준, 해밀튼 앞에 있는 드라이버들은 모두 핏스톱 전이고 해밀튼은 리더인 보타스 기준 36.258초 뒤처진 상태라 레이스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습니다. SC라도 뜨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한편 2위의 베르스타펜과 3위 르클레르 격차가 19.369초였는데, 핏스톱하기 전인 걸 감안해도 좀 심하더군요... 페라리는 어쩌다가 한 해만에. :( 

L23/53 해밀튼의 페이스로 보아 별 일 없으면 이 타이어를 레이스 끝까지 쓰기 위해 페이스 관리에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이에 대해 왜 일찍 불러들였냐고 엔지니어를 타박하는 팀라디오가 중계를 탔으나 엔지니어인 보노는 초인적 침착함을 보여 주기도. 타이어 갈아끼우러 들어갔다 나와도 리드 유지가 가능할 만큼의 인터벌을 벌어 둔 보타스가 침착하게 L27/53 핏, 미디움에서 하드 타이어로 교체합니다. L31/53 해밀튼이 포디움권으로 들어오지만 앞차들과 타이어 차이가 열 랩 정도 나는 상황, 1위와의 간격은 22초 정도. 이 즈음부터는 대략의 순위가 정해지다시피 했고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L38/53, 열 랩 이상 덜 쓴 타이어를 낀 팀메이트와 비슷한 수준의 랩타임을 뽑아내는 것은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24초 가까이 벌어진 간격을 만회할 만한 페이스가 그 시점 해밀튼에게서 가능하냐면 물리적으로 안 될 것 같았거든요. 한편으로는 일찌감치 첫 핏스톱을 가져갔던 란도 노리스의 경우 타이어 안 터뜨리고 무사히 체커드 플랙 받는 게 큰 일처럼 보이기도요. 

L43/53, 하스의 로맹 그로쟝이 표지판을 파괴하면서 잠시 VSC 발령... 여기서 VSC가 길어질 거라는 데에 건 알파타우리는 피에르 가슬리를 핏 시킵니다만, 발령된 것만큼 빠르게 해제된 VSC 덕택에 순위만 잃게 되었습니다. VSC가 너무 빨리 해제되어 앞차들 간격도 눈에 띄게 줄지 않았네요. 40랩 이상 사용한 하드 타이어로 미디움 신은 뒷차들을 기막히게 방어해 낸 노리스 정도가 볼 만한 광경... 그러나 타이어가 도저히 버틸 수 없었는지 L49/53 결국엔 미디움으로 교체, 노리스는 포인트권에서 멀어집니다. 미디움 신은 김에 패스티스트 랩 기록에 도전하지만 24+랩 이상 사용한 하드 타이어로 연이어 퍼플을 찍는 보타스를 당해낼 수는 없었네요. 명불허전 메르세데스. 그대로 보타스가 러시아 그랑프리에서 우승합니다. 과연, 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깔끔하게 잘 끝냈어요. 포디움에는 보타스, 베르스타펜, 해밀튼. 이번 시즌 단골들입니다.

 

오늘의 (고생한) 드라이버: 란도 노리스. 저 하드 타이어 사용 기록을 보세요. 무슨 작년 아부다비 GP인 줄.

컨스트럭터스 팀 트로피를 받으러 함께 올라간 메르세데스 크루는 Dominique Riefstahl, 레이스 서포트 팀 리더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 주말엔 보타스의 레이스엔지니어 역할을 했던 모양입니다. 평소엔 팩토리 사이드인 것 같던데, 어쩐지 트랙사이드에서 땜빵으로 종종 보이는 분이란 인상(.....). 우승에 좋고 나쁜 타이밍이 어딨겠냐만은 - 우승은 거의 항상 좋죠 - 이번 소치는 특히 보타스한테 잘 된 일입니다. 해밀튼 입장에서야 호사다마지 별 거겠습니까. 그렇지만 메르세데스 입장에선 올 시즌 들어 엔지니어(들?) 실수로 날린 드라이버 우승이 몬차에 이어 소치까지 두 개인 셈이라 이건 좀 문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요. 비하인드 더 신이 궁금합니다만, 알아서들 잘 하겠죠. 이거 넷플릭스 DtS 제작진만 좋은 일 아닌가 몰라요. :P

맥라렌 팀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첫 랩에서 어이없이 66스무스하게99 차 가져다 들이받고 퇴근한 사인스를 생각하면 으윽 소리가 절로 나는데요...; 하지만 노리스가 말도 안 되는 타이어 상황 속에서도 다른 드라이버들 잘 막았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합니다.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했지만 워낙에 그랑프리 주말이란 게 원하는 대로 풀리지만은 않으니까요. F2에서 사고 크게 났었대서 여러모로 불안한 마음 속에 본 레이스라 그저 잘 끝난 데에 안심ㅎ....기는 무슨, 내 팀 드라이버가 포디움 가는 걸 봐야죠. 2019년산 바보3인조(...)는 좀 더 앞에서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답니다?

 

이제 올 시즌 남은 GP는 일곱, 대략 2주에 하나 꼴로 열릴 예정인데요. 11월 말 바레인 그랑프리까지 잡혀 있는 일정이 모두 한동안 F1 캘린더에 없었거나(뉘르부르크링 GP슈트레케는 2013시즌, 이몰라는 2006시즌 이후, 이스탄불 파크는 2011시즌 이후 처음) 아예 사실상 처음이다시피한 곳(알가브)인 것도 변수입니다. 그 와중에 지금 해밀튼의 누적 벌점이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11월 전에 2점이 더 쌓이면 한 경기 출장 정지가 확정될 판이라(....) 이것이 챔피언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입니다(*).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3위 경쟁은 더 치열해졌네요. 중위권 팀들 입장에서는 이제부터는 두 드라이버 모두 리타이어 없이,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벌어 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루이스 해밀튼의 91승 도전은 2주 뒤 열릴 다음 그랑프리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기록 찍기 도전장(?)이 아이펠 그랑프리라는 이름을 하고 있는 독일 GP니까 어쩐지 각별한 기분이 되네요. 미하엘 슈마허가 독일인이었어서 그런가. 다다음주에도 모두모두 안전운전하는 + 즐거운 주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2020-09-28 수정: 레이스 종료 후 해밀튼에게 매겨진 벌점 2점은 취소되었습니다. 결정의 배경에 대한 상세 설명은 이쪽에. 그와 별개로, 스튜어드들의 판단 기준이 일관적이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지적이 나오고 있군요. (사실일 경우) 더 문제가 되는 쪽은 이것같습니다만. 페널티 여부 확정 전에 내용을 흘리는 내부자 - 그것도 드라이버 출신 스튜어드 - 가 있다면 곤란하지요. 조용히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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